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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May 21. 2022

<범죄도시 2>

짜릿한 권선징악의 쾌감

'그가 돌아왔다'  


다소 식상하고 조금은 유치한 오래된 포스터의 홍보문구 같은 이 말만큼이나 <범죄도시 2>를 잘 설명하는 말은 없을 듯싶다. '그'라는 대명사 안에는 어느 한 배우와 어떤 한 캐릭터에 대한 기대가 짙게 배어있다. 그리고 '돌아왔다'라는 표현은 그 기대가 저버리지 않았음을 뜻한다. 오랜만의 만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우리는 굳이 '돌아왔다'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마동석이라는 배우는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한 거의 유일무이한 배우다. 그 덕분에 MCU 세계관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좀처럼 연기 변신이 없는 그이기에, 비판의 여론에 직면을 한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한국 영화계에서 그의 색깔과 매력은 독보적이며, 이는 곧 배우가 장르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 호불호를 떠나 마동석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와 스타일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로지 그만의 것이었다. 


여러 영화의 주. 조연을 거치며 그만의 매력을 발산하던 중 나온 <범죄도시>는 그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매력이 응집. 증폭. 발화가 된 결정체 같은 영화였다. <범죄도시>는 2017년 추석 시즌에 개봉하여 청불(청소년 관란불가)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관객 수 600만 명을 돌파 흥행에 성공한다. 속편 제작은 당연한 수순. 원래 2020년 개봉 예정이었던 속편은 코로나로 인해 2022년 5월에 개봉하게 되었다.



전편과 속편을 비교했을 때 가장 확연히 보이는 차이는 액션과 코미디 요소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범죄도시 1편도 기본적으로 액션과 코미디가 잘 버무려진 장르물이었지만, 사실상 마석도 형사(마동석)와 장첸(윤계상)이 1 VS 1로 대결하는 캐릭터 드라마의 성격이 짙었다. <범죄도시 2>는 액션과 코미디의 총량을 더 추가해 '보는 즐거움'을 확실히 보장하고 있다. 1편에 비해 더 많이 웃을 수 있고, 더 화끈한 액션을 볼 수 있다.


 <범죄도시 2>의 유머는 대부분 전편의 장면과 대사들에서 기인한 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타율이 꽤 높은 편이다. 억지스러워 보이는 개그도 배우와 캐릭터의 매력에 대부분 희석되고, 잔혹한 범죄가 이어지는 영화임에도 불구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마석도 형사뿐만이 아니라 전일만 반장(최귀화 배우)과 장이수(박지환 배우) 캐릭터가 보여주는 유머는 이 범죄 오락영화의 상당히 큰 장점이다. 두 캐릭터는 전편의 '신 스틸러'급 위치에서 '신 리더'의 존재감으로 격상되어 그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유머라는 것을 <범죄도시 2>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액션 장면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1편에 비해 액션의 '양'도 많아졌지만 '질'도 더 좋아졌다. <범죄도시> 개봉 당시 많은 사람들이 마석도 형사를 슈퍼 히어로라 느꼈었다. 그런 마석도 형사의 캐릭터를 더 강조하기 위한 것인지 <범죄도시 2>의 액션은 더 강해지고 더 커졌다. 속편의 액션은 정말 마석도가 슈퍼 히어로라고 느껴도 될 정도로 강력하다. 주먹 한방에 그대로 실신해버리는 적들을 보면 마석도가 길가메시의 아이템을 빌려온 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노멀 휴먼이라고 보기 힘든 다소 과장된 마석도의 능력치는 영화의 쾌감을 위해 적절하게 사용된다.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그의 주먹은 마체테나 단검, 총보다도 더 위력적이다. 



<범죄도시>의 흥행 요인은 주인공만큼이나 빌런(악역)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장첸의 캐릭터는 근래 나온 범죄영화의 악역들 중에서도 그 존재감이 손에 꼽을만하다. <범죄도시 2>에서는 강해상(손석구 배우)이라는 캐릭터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빌런의 선수 교체는 아주 성공적이다. 강해상은 장첸 못지않은 포스로 이 시리즈의 악역 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다. 배역을 맡은 손석구 배우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하얼빈'이나 '흑룡파' 등으로 설명되었던 장첸과 달리 이 강해상이라는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배경이 전혀 나오지 않는데, 이 부분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서사의 생략이 캐릭터의 잔혹함을 더 배가시켰다고 본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앞뒤 안 보고 질주하는 강해상의 행동은 이해가 안돼서 더 무섭다. 결국 그 악(강해상)이 선(마석도)에 의해서 처절히 응징당할 때 영화를 보는 우리는 비로소 짜릿한 통쾌함을 맛보게 된다.


 <범죄도시 2>는 눈에 띄는 자잘한 단점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장점이 너무 커서 단점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 그런 영화다. 속편의 제목에 그 어떤 부제 없이 숫자만 붙인 단순함만큼이나 이 영화의 매력은 분명하다. 맨주먹으로 나쁜 놈들을 때려잡듯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어필하는 아주 매력만점의 영화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올해 6월부터 3편 촬영에 돌입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주연배우이자 제작자인 마동석 배우에 의하면 이 시리즈는 1편을 제작할 때부터 8편까지 기획했다고 한다. 보통 이런 얘기를 들으면 우려나 걱정이 먼저 될 텐데 왠지 이 시리즈는 벌써부터 그 후속편들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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