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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May 19. 2019

산 자와 죽은 자

일베 같은 차별 발언을 한다고 지적하면 "어떻게 고인 드립이나 하는 일베와 우리를 비교할 수가 있느냐" 펄펄 뛰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고인을 능욕하며 쾌감을 얻는 부류를 경멸한다. 죽은 자를 대하는 태도에는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걸려있고, 죽음은 생의 종언이라는 엄숙하고 절대적인 사건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삶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에 죽음도 무겁다는 뜻이다. 나는 인격이 있는 산 자를 향한 차별보다 인격이 없는 죽은 자를 향한 모욕을 더 치명적인 반사회 행위로 간주하는 분위기에 반대한다. 죽은 자를 향한 비난에 특별히 무거운 성격이 있다면,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고인의 공과와 행적을 말할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산 자는 죽은 자와 달리 자신을 향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고인 드립'은 용서받지 못할 패륜처럼 성토하는 놈들이 살아있는 사람한테 쌍욕은 잘도 퍼붓는다. 뭐가 잘못됐는지 느끼지 못한다면, 실은 인간도 죽음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산 사람한텐 무관심하다 죽고 나면 격정적으로 추모를 퍼붓는 문화, 누군가의 삶을 하찮게 다루다 죽음으로 도망치는 사람, 나는 모두 동의할 수 없다. 연민과 추모의 감정 역시 공감능력이란 한정된 자원에서 나온다면, 그것은 죽은 사람 이상으로 살아있는 이웃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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