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냄의 도덕과 하지 않음의 도덕

by MC 워너비

사람의 도덕성은 무엇을 해냄으로써 단번에 성취된다기보다, 무엇을 하지않음으로써 꾸준히 누적된다고 생각한다. 가령, 우리는 임종을 맞아 사회에 재산을 환원하는 사람 보다 일생에 한 번도 남을 속이지 않은 사람이 더 치열하고 완전하게 도덕적인 삶을 살았다고 수긍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은 도덕적으로 사는 게 왜 힘든 일인지, 도덕적 열정이 왜 부도덕한 행동으로 치닫는지 알려준다. 사람은 누구나 남들에게 인정받길 원하고 자신이 투입한 것을 결과물로 보고 싶어한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상태는 어떠한 가시적 보상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스스로 내면화한 도덕률을 지켜냈다는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자부심의 조각을 얻을 따름이다. 그 조각 조각이 모여서 한 인간의 긍지를 쌓는 것이고, 그 수준에 이르려면 매 순간의 충동을 극복하는 긴 시야와 강인한 절제력이 필요하다. 반면 무언가를 '한다'는 상태는 즉각적 성취감을 주고 사람들의 주목과 칭찬을 얻는다. 이런 가시적 보상에 의존하는 선행은 무언가를 하지 않는 상태, 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한 고려를 등한시하게 된다. 올바른 결론을 얻기 위해 거추장스런 과정을 무시한다. 도덕적 행동에 따라 인정을 받는 선순환이 뒤집혀서 더 많은 인정을 얻기 위해 더 과격한 도덕적 실천을 감행한다. 리트윗과 '좋아요'의 환호성에 취해 정의로운 조리돌림에 앞장서는 자는 어디까지 정의롭고 어디서부터 비굴할까. 요즘 내가 자문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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