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C 워너비 Apr 20. 2017

객체화의 공포

군 동성애 처벌 논란

며칠 간 군대 동성애 처벌 사건이 논란이 되었다. 나는 군 조직이 동성애에 신경증적으로 반응하는 게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그 안에선 이성애적 역할 놀이가 흔하다. 내가 거쳐간 훈련소와 자대에서는 선임 병사가 아끼는 후임과 손 잡고 다니는 관습이 있었다. 이쁘장하게 생긴 병사를 여자라고 부르며 여성적 역할을 요구하며 희롱하기도 한다. 어떤 성적 경계에 가까이 간 스킨십도 일상적이다. 불현듯 후임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어깨에 고개를 올다. 후임한테 뒤를 조심하라고 한다든가, 어디에 바셀린을 바르라고 하는 짖궂은 농담은 어떤가. 알다시피 군대에선 성추행 사건이 지 않은데 범죄자 다수가 이성애자다. 이런 사례는 계급장을 타고 흘러 내린다.


병사 간에 일상화된 성적 농담과 스킨십은 나는 너를 장악하고 무너트릴 수 있는 존재란 걸 확인하는 마운트 행위다. 이성애적 사회의 은밀한 율법은 삽입 섹스다. 남성은 삽입의 주체일 뿐 객체가 될 수 없는데, 남성 간 삽입 섹스는 남자로서의 존재적 기반을 파괴하는 사건이다. 남자들이 동성애에 품는 혐오의 밑바탕엔 공포심이 깔려있는데, 인터넷 하위문화에서도 이런 코드를 발견할 수 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게이의 이미지는 남성성을 거세당한 여성화된 남성이 아니다. 육중한 근육질에 장대한 기골 남성성이 과잉된 남자를 '먹는' 남자다. 인터넷에서 게이를 칭하는 은어가 '매'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매는 비밀스럽게 활강하다 불현듯 먹이감의 '뒤를 덮치는' 먹위사슬 최상위에 있는 포식자다.


하지만 이건 꼭 권력관계의 작용은 아니다. 나는 어떤 종류의 유대이건, 그것이 끈적하게 밀착되었다면 에로스가 틈입한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의 경우를 보자. '불알 친구'는 물론 '구멍 동서'라는 천박한 표현이 그렇고, 사춘기 중고생들이 친구와 함께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동료끼리 성매매 업소에 가고, 여자 한 명을 놓고 쓰리섬을 하는 건 동성 관계의 바깥 방향으로 성적 기운을 공유하며 유대감의 접착제로 쓰는 것이다.


이브 세지윅은 호모 소셜, 여성을 대상화하며 성적 주체로 거듭나는 남성들의 공동체가 호모 섹슈얼과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호모 소셜이 호모 섹슈얼을 노출하는 전형적 이미지는 스포츠에 있다. 격렬하게 공을 차며 몸 싸움을 하고 난 축구 선수들이 땀에 절은 유니폼을 교환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호모 소셜은 호모 섹슈얼을 엄격하고 강렬하게 배제한다. 성적 주체(객체가 아니)라는 남성 집단의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호모 포비아는 필수적이다.


병영 문화에 성적 긴장감이 스며든 한편, 동성애를 색출하려 하는 한국 군대의 위선은 이런 방식으로 설명된다. 군대는 병사들을 폐쇄적으로 수용하는, 그 어떤 남성 집단보다 동성 인구밀도가 높은 집단이다.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에 대한 처벌 조항은 조직의 내부를 향한 두려움이 타자에 대한 혐오로 제도화된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