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첩의사 Nov 24. 2024

외상외과의사 도파민 뿜뿜하는 순간 1


외상외과의사 도파민 뿜뿜하는 순간 1 




1. 심장 멈추어서 온 환자, 우선 심장 살려내고, 가슴과 배 수술함.


일주일 뒤 환자와 나, 농담하는 순간.



2. 수술 도중 혈압 30 찍어서 내 마음속으로 끈을 살짝 놓아버리려다가 반성, 


각성함. 환자가 너무 멀쩡하게 살아나며 나와 이야기함.



3. 정말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할 것을 하다가 다른 문제로 전원 간 중증외상환자. 해가 바뀌어 살아서 외래 진료실로 들어오는 순간.



4. 1월 1일, 나를 밤새우게 한 어느 아이, 중증외상 아이. 


한 달 지나고 잘 회복하여 아이가 내 모습을 그려줘서 받은 순간. 



5. 10년 지나서 보내온 환자 택배. 직접 기르고 짠 참기름과 들기름 가득.


기억, 차트를 간신히 찾아보니 새벽 두시에 배안 가득 피가 찬 환자. 








교수님 저는 OO이에요. 


이렇게 편지를 쓴 이유는 교수님께 감사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감사한 일들)


[나를 살려주심, 늘 걱정해 주심, 엄마와 함께 있게 해 주심, 할머니 수술할 교수님 소개해주심 등등.] 


이만큼이 다 감사해요. 더 많지만 중요한 것만 썼어요.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할게요.


그리고 응원할게요. [ 예, 교수님 파이팅!! ] 



하지만 남만 살리지 않고 항상 건강하세요~~ ^.^


2017.2.16(목) OO 올림



https://blog.naver.com/mdearnest/223279436087





외상외과 경첩의사 사직서 거둔 이유 [ 11년산 참기름 선물 ]              




"10년도 넘었는데, 그때 정말 잘 치료, 수술해 주셔서 너무 기억에 남습니다!"


"덕분에 지금 건강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그래도 도저히 기억에 안 난다.


어떻게 내가 수술한 환자인지, 교통사고 인지? 다른 문제인지?


목소리는 한 60대 여성분으로 들리는데... 


아 답답하다.



우선 목소리, 나와 3분간 대화를 복귀해 보면 참기름이 진짜 참기름, 내가 먹어도 되는 참기름으로 100% 장담할 수 있겠다. 내가 본 환자는 확실하고, 이 OO 분께서도 본인이 직접 짜서 보내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때 정말 감사했습니다!"


"살려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환자들 건강, 치료도 중요하지만 경첩의사분 건강도 잘 챙기세요!"




이렇게 전화를 마무리하였다. 


내가 본 환자, 나에게 정말 감사해하는 환자가 맞나 보다. 


경첩의사 건강 걱정을 이렇게 해주시는 것 보니.



고민은 해소가 확실히 안되었지만, 참,들기름이 먹어도 된다는 확신은 생겼다.


총 10병의 참,들기름을 나누었다. 


나는 세병을 가져왔고 나머지는 간호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집에서 참,들기름으로 맛있는 요리를 해서 드시라고!


역시 환자에게 받은 선물은 병원에서 여러 사람들과 나누어야 제맛이다. 



https://blog.naver.com/mdearnest/223315894104








외상외과의사 도파민은 환자들이 만들어 준다.




최근 스레드에 위 글을 올렸다.


블로그에 긴 글로 주저리 나누었던 사연들이다. 



역시, 사람들 반응은 폭발적이다!


다들, 칭찬과 감동, 격려를 해주신다.


어느 영화에서 해피엔딩을 간절히 원하는 그런 마음일 것이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역시 사람들은 외상외과의사로부터 도파민 뿜뿜하는 상황들을 원하는 것이다.


단 두 줄로 상황을 적어내었지만, 두 줄 글이 아니라 두 페이지, 이십 페이지에도 다 적어내지 못하는 상황들이 많다. 마지막 결론이 해피엔딩이기에 도파민이 뿜어 나왔지만, 그 중간중간에 처절하고 피 말리는 상황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외상외과의사 도파민 뿜뿜하는 순간들만 나도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다.


슬픈 상황, 사연, 환자들은 내 머릿속에 지우개로 팍팍 지워버리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끔 아쉽기도 하고 수개월간 머리에 맴돈다. 



한두 달에 한 번 즈음, 엑셀 파일을 정리한다. 


살아난 환자, 안타까운 환자들 모두 다. 기억하기 위해 정리한다. 


이름, 병록번호, 날짜, 외상 부위 진단명, 수술명, 치료 후 과정 들.


마지막에 한 번 더 생각했어야 하는 점들을 적는다.


그렇게 엑셀파일이 채워져가고 있다. 



다음에 꼭 그 환자들이, 같은 환자들이 반드시 올 것이기에, 한 명이라도 더 살려보려는 생각에... 적는다.





도파민.


물론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하고, 적당하고 필요한 만큼 만들어지 분비되면 머리 뿐 아니라, 온 몸이 건강해진다. 반대로 부족한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우리 삶은 어찌하면 이런 도파민을 위해 산다고 볼 수 있다. 내 몸에 꼭 필요한 도파민을 만들어내고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살아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아, 경첩의사야. 아빠 친구 잘 봐주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