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부자인 할머니 환자에게 인생을 배우다.
마음이 부자지!
마음이 부자인 할머니 환자에게 인생을 배우다.
1.
"마음이 부자지!"
80대 환자, 할머니가 자연스럽게 하신 말에 움찔하고, 순간 마음속으로 감동이 밀려온다. 솔직히 감동보다 가슴 깊숙이 누군가 찌르는 느낌이다. 내가 무심코 던진 질문에 중환자실에서 나의 치료를 받고 있는 할머니는 오히려 나에게 감동과 내 마음을 치료해 준다.
"그러면 할머니는 부자겠네요?"
"나는 마음이 부자지!"
보름가량 치료하는 환자, 할머니다. 어느 정도 회복 단계에 있기에 의사소통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한다. 노인이시고 오랜 기간 중환자실 있다 보면 약간의 섬망도 있어 아주 의식이 또렷하지 않지만, 그래도 많이 회복한 상태이다. 어느 정도 의식도 있고 식사도 가능한 상태로 회복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와 나눈다. 나는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과 치료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종종 나누곤 한다. 이 환자 경우도 지나온 본인의 삶에서 가장 의미 있고 자랑스러운 것을 나에게 말한다. 그것은 본인이 살아오면서 남에게 베풀고, 이것저것들 봉사를 한 것에 대해 말한다. 다른 이야기를 물으면 약간 횡설수설하지만, 본인 봉사에 대해서는 또렷하고 아주 자신 있어 나에게 말하였다. 오래전부터 남들에게 이것저것 경제적인 것들을 포함하여 베풀고 해주었다고 나에게 말한다. 섬망일지도, 중환자실에 오래 있기 때문에 모두 믿을만한 것이 못될지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는 한번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그렇다면 부자겠네요?"
"나는 마음이 부자지!"
마음이 부자이신 할머니는 마음 그득한 부자처럼 자신 있고 신나게 본인은 마음이 부자시라고 말씀하신다. 절대 돈에 대한 것은 말하지 않고, 본인은 마음이 부자이기에 그것을 나누면서 사셨다고 말씀하셨다. 이어서 말하는 할머니의 그동안 활약상, 마음이 부자로 살아오신 것들을 술술 풀어내셨다. 누구나 다 아는 복지시설에 오랜 기간 동안 봉사와 후원을 하였다고 강조하여 한 번 더 말하였다.
마음 부자이신 할머니는 부자 마음 덕분에 더 행복하게, 그리고 잘 회복하고 있다. 물론 고령의 환자이기에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부자 마음 할머니가 그것을 무사히 잘 이겨냈다.
2.
80대. 최근의 80대 환자는 예전 같지 않다.
내가 처음 의사를 시작한 20년 전에는 80대가 수술을 받는다고 하면 다들 놀라곤 하였다. 80대 환자라고 수술을 절대 안 하겠다고 집으로 모시곤 사람들도 봤다. 내가 전공의 시절, 70대 후반 큰어머니가 수술을 앞두고 온 가족이 모두 걱정하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최근의 80대는 예전 같지 않고 다들 건강관리가 잘 되어 어느 80대 환자를 보고 나는 너무 생생하게 보여 할머니는 6학년이 아니냐고 되려 묻곤 하였다.
80대 환자. 그러나 다른 기저질환, 특히 심장이나 폐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인다는 것이 정답이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모든 것의 정답인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80대가 된다.
누구에게나 80대가 되지만 그 80대를 맞이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마음과 몸으로 맞이할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왕이면 건강하고 마음 부자 80대가 내가 생각하는 정답이다.
3.
누구나 다 부자로 살아가고 싶다.
부자라는 검색어, 부자라는 책 이름도 수없이 많다. 그만큼 사람들 모두 부자에 대한 갈망이 큰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부자인 것인가?
사전적 정의로 부자( 富者 )는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을 말한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부자는 당연히 재물, 돈이 우선이다. 세상이 점점 재물을 중요시하고 황금만능주의 세상이다. 당연히 통장에 돈이 많거나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부자라고 누구나 다 말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본 80대 환자, 할머니는 또 다른 부자, 아니 새로운 부자의 정의를 나에게 알려주었다.
"나는 마음이 부자지!"
그렇지만, 이 부자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본인 스스로 마음 부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 궁금하다. 나 또한 아직도 마음 부자인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마음 부자로 가는 길을 그 환자, 할머니에게 묻고 싶다.
나도 마음이 부자로 살아가고 싶다.
이제부터 나는 마음 부자로 살고 싶다.
아니 오늘부터 마음 부자로 살아가는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