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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외과의사가 말하는 외상외과. 그 두번째 이야기.

by 경첩의사

외상외과의사가 말하는 외상외과.


1.


외상외과 경첩의사. 외상외과를 말하다.


https://blog.naver.com/mdearnest/223295438078




오늘은 외상외과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한다.


외상외과.



실제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병원의 타 직종, 같은 의료진들도 외상외과에 대해 정확히 정의 내리지 못한다. 물론 내 친구들도 잘 모른다.


어렴풋이.... 권역외상센터, 이국종선생님 같은, 드라마 낭만닥터에 김사부, 그리고 힘들게 사는 외과의사...


그렇다...


힘들게 사는 외과의사라는 정의가 가장 맞는 말. 현실에 적합한 정의다.




아래 나무위키에서 쓰여있는 것을 캡처하였다.


[ 나무위키가 얼마나 신뢰성? 정확성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외상외과에 대해


Trauma Surg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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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외과의 한 분야.

외과의 뿌리 중 하나다.



살인적인 업무 강도

[ ==> 나무위키에서 카테고리를 누가 어떻게 정했는지 모르지만... 딱 정답을 정했다. ]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당연히 지원자가 적다. 아니 그냥 없다.


사람의 생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 극한 중의 극한 직업


경첩의사가 외상외과, 외상외과의사에 대한 생각, 그리고 하는 일들을 주저리 적어본다.



나는 외상외과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의사 중에서도 3D 직업인 외과의사이고, 그중에서도 또한 가장 힘들고 꺼려 한다는 3D 중에 3D인 외상외과의사이다. 외상외과 의사인 나는 대학병원의 권역외상센터에서 일을 한다. 환자가 뜸한 사이사이는 약간의 여유가 있지만, 정말 중환자들,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닥치는 날에는 정말 숨도 못 쉴 정도로 바쁘다.



내가 하는 일, 즉 내가 마주치는 환자들을 어느 한 단어로 정의하기 힘들다. 여러 과들을 각각 담당하고 각기 다른 건물과 공간에 있는 동료들이 있지만, 그들처럼, 어리 하나 부러진 환자를 보는 역할들, 즉, 산모와 뱃속의 아기의 출산을 돕는 역할, 피부의 윤택을 더 도와주는 역할, 얼굴을 변신시켜 삶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동료 등등이 있다.



한 단어,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나의 역할을 굳이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의 중요 신체 장기들이 다쳐 생명의 위험을 맞이하고 있는 환자를 초기 처치, 수술부터 회복까지 책임지고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의사라고 할 수 있다. [ 어려운 정의 내린 정의처럼, 하는 것도 정말 힘들다는 말 하나로 말할 수 있다 ]



간단히 지난주 평일의 나의 일상을 말해본다.



아침의 시작은 아들 1딸 1, 그리고 부인까지 모두 잠든 시간인 작은 바늘이 6자를 가리키기 전에 기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잠시 잠을 깨는 동안 그날에 내가 무엇을 할지, 또 아침 식사와 아침 운동 사이의 갈등을 잠시 한다. 매일을 아니지만, 매주 2~3번은 새벽 혹은 저녁 운동을 간단히 한다. 불규칙한 생활과 정신력과 체력 소모가 큰 직업을 하다 보니, 동네 공원 뜀박질이라고 하는 소소한 운동이라도 하면서 체력을 유지하려고 한다. 간단한 뜀박질과 혼식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작은 바늘 7자 근처가 될 즈음 직장, 병원을 도착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본격 시작한다.



공식 일정은 8시에 시작은 하지만, 몇십 년을 거쳐 몸에 밴 습관과 환자에 대한 걱정으로 좀 더 일찍 내가 출근을 하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나의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작업복(?)으로 환복을 한 후에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밤사이의 일들이나, 오늘 하루 종일 내가 할 일들을 머리에 적어본다. 이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혼자 홀짝 마시면서, 머릿속에 카페인을 넣어 잠자고 있던 내 머리 안의 뉴런들을 깨워본다. 머리에 적을 메모가 용량이 넘칠 경우 하얀 A4지에 따로 1,2,3 순번을 메겨 적어본다. 그 후 8시부터 공식 일정이 시작되나, 혼자서 환자들을 보는 것을 시작을 해서, 하루 일과를 시작을 한다. 간혹은 그 이전에 온 환자들, 문제가 되는 환자들을 향해 응급실이나, 수술실로 달려가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정신없이 시작하는 날도 있다.




하루 일과가 시작된 후에는 이것저것 순서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한 촉각을 내가 정신줄을 놓으면 환자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많기에 집중, 또 집중해야 한다. 중환자실 환자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니터 글자들을 하루에도 수십 번 보고, 환자들이 어떻게 회복할지를 머릿속에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생각하며 그려본다. 일반적으로 24시간 당직 근무를 기준으로 하기에 솔직히 사람이기에 24시간을 초집중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잠시 쪽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며 체력 안배도 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을 하면서, 낮 시간만 깔끔히 일을 끝내고 정각인 시간에 집으로 가는 날은 며칠 안되고, 퇴근시간이 고무줄처럼 길어지는 것도 부지기수며 당직이란 이름으로 같은 일을 밤 시간,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하는 경우가 일주일에 한두 번 반복된다. 그렇기에 체력을 위한 뜀박질도 제때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날이 반복된다.




이렇게 쓰다보니 살짝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과연 지금 이런 시스템, 외상외과, 권역외상센터가 운영, 버텨주는 것이 얼마나 더 버텨줄지 암담할 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써야겠다...







오래전, 벌써 2년 전에 쓴 글이다. 블로그에 글을 쓴 지 2년 가까이 되었는데, 가끔은 내가 어떤 이유로, 어떤 존재로 여기에 글을 쓰는지 망각하곤 한다.



어느 40대 아저씨가 주저리주저리 사는 이야기를 쓰기고 하고, 때로는 환자들을 보면 나 혼자서 가슴 뭉클한 것을 일기장처럼 써 내려간다. 내가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생각들도 써 내려갔다. 아주 오래전 추억을 다시 되새겨보면서 글을 쓰기도 하였다. 아 참, 지난가을에는 인생 첫 풀코스 마라톤 완주하고 혼자서 감동의 글도 썼다.



아무래도 이곳 글, 경첩의사, '외상외과 의사는 경첩입니다' 의 메인 주제는 외상외과의사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 전국에 OO 여명 ( OO 명인지, OOO 명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ㅠ.ㅠ )의 외상외과의사 중 시간 쪼개어 글 쓰는 취미(?)를 가진 어느 한 사람의 이야기다. 내가 가보지 못한 타인, 외상외과의사 간접 경험을 이 블로그를 통해서 누군가는 듣는다. 물론 나는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받는 두세배 큰 응원을 받는다. 나에게는 여기에 글 쓰는 시간, 노력보다 몇 배 큰 것들을 얻는 셈이다. 더불어 사람들에게 이렇게 살아가는 외상외과의사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생각도 있다.



언젠가 혼자만의 생각을 하였다.


'이 글, 여기 글들을 나의 가족들이 읽을까? 읽으면 좋을까?'


아직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는 못하였다. 다만 말로 다하지 못하는 나의 생각들을 알 수도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이 블로그를 공식적으로 가족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고 이곳에 있는 수백 개의 글들을 보면서 아빠가, 남편이 이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앞서 쓴 글이 2023년 12월이다.


그 후로 1년 9개월이 지났다. 나는 당시보다 두 살 더 나이 든 40대 아저씨, 외상외과의사로 살아가고 있다. 그 글 말미에 쓴 시스템, 운영은 지금도 암담하기 그지없다. 절대 변하지 않고 변할 기미도 안 보인다. 아마도 일반인들은 절대로, 본인 자신이나 가족들이 이곳 권역외상센터에 환자로 오지 않는다면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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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외상외과 경첩의사. 외상외과를 말하다.



2025년 9월 버전을 특정인, 친구에게 말하는 것으로 글을 써본다.



친구에게 외상외과에 대해 말한다.


친구야 나는 외상외과의사란다.


30년 지기 친구이기에 나에 대해 다 알 것이라 생각되지만, 한 번 더 친구가 하고 있는 외상외과에 대해 말해주고 싶구나. 아마 친구도 내가 이전에 여러 번 말했던 것을 절반만 이해한 것 같아서 다시 말해줄게.


외상외과란 말 그대로 외과의 분야 중 외상을 중점적으로 보는 과를 말하지. 내가 외과 수련과정 4년을 거치면서 외과의 모든 분야를 배웠단다. 일반적으로 많이 보는 각종 복부 암을 전문적으로 보는 위장관외과, 간담췌외과, 대장항문외과 및 유방외과 등이 있단다. 추가적으로 혈관외과도 있고 최근 들어 중환자외과, 외상외과 등이 세분화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서 외상외과가 본격화된지도 아직 10여 년이 갓 되었단다. 마치 오래전에는 식당이라면 모든 음식을 다 하였지만 이제 각자 세분화된 전문 분야 음식을 하는 전문음식점으로 나누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외상외과라는 단어를 정의하기 전에 외상이라는 단어의 뜻을 먼저 말해야 한다. 외상은 외부의 자극에 의해 몸의 장기나 조직에 상해가 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몸이 다치고 피가 나는 상황들을 말하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손가락에 작은 상처부터 긴 다리 골절도 있고 심한 경우 머리, 가슴, 배 안에 장기들이 손상받는 것들 모두 외상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각각 해당 부위만 손상된 경우 그 부위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의료진이 담당하고 치료하면 되지만, 두세 부위 이상의 손상인 경우 출혈도 많이 발생할 수 있고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된단다. 이런 상황에서 나와 같은 외상외과의사의 역할이 필요하단다.



몇 해 전 친구의 가족이 여기저기 다쳐서 내가 수술, 담당하여 치료한 경우가 있었지. 그런 상황, 환자가 내가 주로 보는 환자란다. 다른 친구들 중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겪어봤기에 내가 하는 외상외과를 가장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여러 드라마,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김사부 등등 많이 판타지같이 나와서 일반인들도 외상센터와 외상외과의사에 대해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현실과 드라마와 혼돈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드라마도 결국 현실에서 어느 정도 공감과 필요성 등이 있기에 대중에게 각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로 끝나지 않고 꼭 필요한 누군가, 외상외과 의사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상외과란 나에게 참 애증의 단어란다. 내 선택에 의해 성인이 된 후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이것을 위해 살아왔다. 이 '외상외과'란 단어를 들으면 때로는 가슴이 끓어오르기도 하지만 반대로 뒤도 안 보고 멀리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인생은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을 내가 밟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친구가 가끔 내가 있는 곳으로 한번 와서 밥도 함께 먹고, 한 잔도 하자고 말하는데, 매번 내가 시간을 맞추지 못해 미안하구나. 시간적 여유나 마음적 여유가 없기에 이런저런 핑계를 매번 말하는 것이 나로서도 참 안타깝구나. 외상외과의사로 살아가는 나 자신, 그리고 내 주위 친구나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볼 시간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지금 현실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외상외과의 존재 이유에 대하여. 아마도 이 세상이 없어지지 않는 한 외상외과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3.


2023년 12월.


다시 2025년 9월에 쓴 같은 제목의 외상외과 의사, 외상외과를 말하다.



결국 같은 저자이고, 내용도 같은 내용이다. 암울, 어둠 속에 혼자 서 있는 촛불 같은 글이지만, 그 안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고자 하고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이다. 내가 쓴 글이기에 내가 다시 한번 읽어본다. 또 누군가. 한 명이 될지 수십 명,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이 글을 읽어줄지 모른다. 다만 이 글을 읽어주는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측은지심이 아닌, 응원과 또 다른 외상외과의사가 나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기원해 본다.




내년쯤, 아니 한 해 더 지나서 다시 한번 같은 제목의 글을 쓸지 모른다. 아마 획기적으로 상황들이 나아져서 기쁜 마음으로 같은 제목의 글을 쓰게 될 일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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