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외상외과의사가 글을 쓰세요?

by 경첩의사

왜 외상외과의사가 글을 쓰세요?




1.



"왜 외상외과의사가 글을 쓰세요?"


"글 쓰는 외상외과의사도 있으시네요?"


"바쁘신데 언제 이렇게 글을 쓰시나요?"


"직업 특성상 시간이 매우 없으실 것 같은데, 언제 글을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왜 글을 쓰시게 되었는지?

글을 정말 잘 쓰셔서... 쓰시는 데 얼마나 걸리시는지 궁금합니다."



본업인 외상외과의사를 두고 요즘 말로 부케, 취미로 글을 쓴다고 하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나도 정확히 언제부터 이렇게 글을 쓰는 일상이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 시작은 초등학교 시절 ( 나에게는 국민학교였다^^) 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그 당시는 담임 선생님께서 일기 숙제검사로 인하여 반강제로 일기를 쓰곤 하였다. 저녁시간에 졸린 눈을 비비며 몇 글자라고 일기를 적어내려는 어린 경첩의사가 생각난다. 그 시간 동안 하루 일과를 생각해 보고 기억나거나 재미있었던 것들을 써 내려갔다. 그 시절 일기장들이 남아있어 가끔 들춰보면, 기특한 글들도 있지만, 가끔 정말 졸리면서 기어가는 글씨를 적어낸 것도 보인다. 어떻게든 일기를 채워서 다음날 담임선생님께 일기장 검사를 받기 위한 일념으로 한 것이다.



세상에 나를 거쳐간 것들, 내가 직접 한 것들이 모두 모여 나에게 힘이 되고 도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 일기부터 시작한 글쓰기 근육이 성인이 되어서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키보드를 통해서 글 쓰는 일상이 되었다고 믿는다. 물론 학창 시절을 거쳐, 20대에는 병원과 환자에 치여 정말 숨 쉴 틈도 없이 지낸 나날들이었기에 글을 쓴다는 엄두를 못 냈다. 다행히 그 시절의 기억들이 너무 강렬하게 내 뇌리에 남아 있어 지금도 그 시절 기억들을 글로 쓰곤 한다.



왜 글을 쓰는지? 바쁜 시간에 어떻게 글을 쓰는지를 주로 묻는다. 사실 묻기 이전에 놀라기도 하고 신기한 눈빛과 말투로 나에게 묻는다.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면 때로는 댓글로 친절하게 질문을 하기도 한다. 직접 묻는 분들과 비슷한 질문으로 바쁜데, 언제 이렇게 글을 쓰는지? 때로는 글에 대한 칭찬도 함께해 주신다.





밤 12시.
잠시 환자가 안 온다. 물론 언제든지 환자가 몰아닥칠 수 있다.
중환자실 입원해 있는 환자들도 안정적이다.
고요한 정막이 더 두렵기도 하다. 마치 폭풍 전야 같은 마음이다.
한번 몰아닥치면 언제든지 더 많은 것들이 올 수 있다.
잠시 마음 안정을 하면서 자리에 앉는다.
미리 핸드폰 어플에 메모에 놓은 것을 꺼내 어떻게 글을 쓸지 생각해 본다.
순간, 아침 일찍 환자와 주고받은 말들이 생각났다.


사소하게 주고받은 말 한마디가 환자가 나를 감동시켰다.
"살려줘서 감사합니다"
"잘 퇴원하세요"

https://blog.naver.com/mdearnest/223338251342





2.


그렇다면, 왜 외상외과의사가 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일까?


처음에는 막연히 취미, 내 가슴속 무언가를 적어내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글이 모아지게 되고, 언제부터이던가 취미로 쓰던 글쓰기가 이제 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제가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이 되었습니다. 일상을 기록하고 그 기록으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줍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외상외과의사가 되어 쓰는 글쓰기는 처음에는 나만의 일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여 년 전 처음 의사가 되었던 시절, 기억에 남은 환자에 대한 추억, 슬픔을 적었다. 슬픔도 있지만 때로는 생명의 끈질김, 신비로움과 새롭게 살아나는 것을 보고 스스로 감동을 적어내곤 하였다. 혼자서 쓰던 글들을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주위 사람들이 기쁜 마음과 감동으로 읽어주시기 시작하였습니다. 경첩의사 글을 읽어주시고 격려와 또 다른 글을 기대한다는 응원도 함께 주셨습니다.



운동선수들도 꽉 찬 관중석에서 우렁찬 함성과 격려를 듣는다면 뛰는 힘이 저절로 두 배가 되어 더 열심히 뛰게 된다. 마찬가지로 나 또한 격려와 응원을 받고 더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글을 쓰는 것으로 누군가가 읽어주시고 또 그 글로 통해 타인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느 순간, 나라는 사람은 외상외과의사라는 본업과 부케, 글 쓰는 외상외과의사가 되었습니다.

생명과 삶의 무게를 나 스스로에게도 알게 해주고, 누군가에는 위로와 용기가 되어주는 글이 되고 싶다. 하나하나의 글이 모여 책이 되리라 믿는다.




혼자서 일기를 쓰고 우쭐하는 것은 결국 우물 안 개구리다.
나는 우물 안에서 일기 쓰는 한 의사로 살아왔다. 일기는 마음속에 쓰는 것이고 글을 써서 남도 읽고 싶게 하고 세상에 필요한 글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뛰어넘어 남을 도우려는 마음도 함께 담아내면 경첩의사 브랜드가 된다.
아직 이 길을 제대로 가는지, 방향이 맞는지 모르겠다.
처음 운전대를 잡고 연습을 하던, 면허시험장에서 긴장하며 시험을 봤던 기억이 난다. 천천히 정해진 속도대로 나가면 된다.
메스를 잡고 자연스럽게 환자 배를 가르는 외과의사로 살고 있다. 하지만 첫 집도 당시 메스를 잡고 마음속과 손이 동시에 떨렸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과정을 수없이 거쳐 지금의 내가 되었고 지금처럼 앞으로 나가고 있다.
일기를 뛰어넘어 좋아요, 공유가 되어 최종 '나만의 브랜드'가 된다.
경첩의사 브랜드!



https://blog.naver.com/mdearnest/223257355293





3.

나에게 외상외과라는 직업은 유한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능력,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겠지만 무엇보다 체력과 나이는 무시 못 한다. 내가 천년만년 지난 후에도 지금 나이, 체력이 유지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곧, 아니 언젠가는 외상외과란 직업, 호칭은 과거형이 될 것이다.



글은 언제까지나 남아있다.

내가 살아갈, 살아있는 그 시간보다 더 많이 지속되는 것이 분명하다.

글도 물론이고 책은 언제까지나 남아 있는 것이다.




외상외과의사의 일상, 생각들이 글로 나오고, 그 글이 나에게는 일기가 되지만, 누군가가 그 글을 읽고 위로와 용기가 된다고 믿는다. 외상외과의사가 살아가고 느끼는 생명과 삶의 무게도 누군가가 알아주고 그 외상외과를 위로해 주는 마음도 있다.



이제부터 나의 외상외과의사가 아닌 작가로서 제 삶을 응원합니다.


작가 그리고 외상외과의사.

이렇게 제 자신을 소개합니다.




누군가 말하기를 책의 첫 독자는 편집자님이라고 말한다.
요즘 편집자님과 자주 이메일과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지난주 첫 퇴고 결과를 받았다. 마치 수능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과 같았다. 얼마나 많은 밑줄과 붉은색 첨삭과 수정할 숙제들을 받았을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사실 문법이나 맞춤법보다 내가 쓴 전체적인 내용, 흐름을 편집자님이 잘 이해하셨을지가 더 걱정이었다. 편집자님께 받은 파일을 열어보고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감동을 받았다.
편집자님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읽으면서 존경심이 점점 더 커지네요. 정말 훌륭하신 선생님 책을 진행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https://blog.naver.com/mdearnest/223981631013






2018101219161766182_1.jpg


매거진의 이전글연휴에도 꾸준히 달리다.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