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도 꾸준히 달리다. 달렸다.
1.
연휴에도 꾸준히 달렸다.
그렇다고 매일 달릴 수 없는 상황이다. 연휴, 명절에도 해야 할 것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출근, 병원에서 내가 해야 할 것, 책임지고 근무해야 하는 시간과 돌봐야 하는 환자들이 있다. 동시에 명절에는 가족들과의 일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연휴라고, 일한다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면 절대 뛸 수 없다. 시간이 없다고 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뛸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연휴 길게는 10월 초부터 10월 12일, 13일 월요일 출근 전까지 뛰었다. 짧게 30분이라도 뛰려고 노력하였다. 몸이 준비되고 시간적 여유가 되면 길게, 장거리 러닝도 하였다. 물론 뛰러 나가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는 너무 괴롭고 힘들다. 침대에 나를 잡아두려는 잠꾸러기 악마가 나를 유혹하는 것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뛰면서 얻는 그 기쁨을 얻기 위해 나는 침대를 박차고 나간다. 갑자기 폭우가 내렸으면 하는 생각도 잠시 하였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기쁜 마음으로 뛰러 나갔다. 어느 날에는 살짝 비를 맞으면서도 뛰었다.
시간은 30분부터 3시간까지.
짧게는 5km, 길게는 26.2km
뛴 시간과 거리다.
생각해 보니 3시간 동안이나 무슨 생각을 하면서 뛰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길게 한번 뛰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집을 나서면서 운동화 끈을 다시 꽉 맸다. 지금도 내 몸이 3시간이나 길게 쉬지 않고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생각해 보니 10여 년 전 처음 달리기, 러닝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할 때는 단 10분, 1km 도 뛰지 못하고 허걱 대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언제나 그렇듯이 몸은 정직하고, 달리기만큼 정직한 운동은 없다. 내가 뛴 만큼, 그리고 내가 마음을 다잡을 만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단, 내가 뛰는 거리, 속도, 시간은 나에게만 맞추면 된다. 내가 올림픽 마라톤에 나가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고, 서브 3, 서브 4라는 거창한 목표를 꼭 이루어야 러너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나만의 속도로 내 몸이 따라오고, 내 마음이 기쁘게 되는 순간까지 뛰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연휴 시작을 러닝으로 시작하다
이제 마지막 1km 남았다.
슬슬 머리가 복잡하였다. 이런 속도로 계속 가는 것이 좋을지, 연습, 트레이닝 목적으로 마지막 속도를 높이는 것이 좋을지? 그러나 내 몸은 자연스레 속도를 높였다. 보폭도 살짝 늘어난 듯하고, 무엇보다 발걸음이 더 가벼워지고 내 발이 움직이는 속도도 빨라지게 되었다. 마지막 1km는 질주,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오늘 내가 원하는 거리, 속도 모든 것을 뛰었다.
물론 아주 긴 거리, 시간도 아니지만 연휴 시작으로 딱 적당하고 기분 좋은 러닝을 하였다. 남들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나 러닝하고 더 기분 좋은 연휴를 시작한다. 건강한 러닝, 뛰는 것은 내 연휴도 더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건강하고 기분 좋은 연휴 시작이다.
https://brunch.co.kr/@mdearnest/144
2.
나가기 싫었다. 뛰지 않을 핑계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다.
핑계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말할 수 있다.
몸이 무거워서.
어제 근무하고 아직 피곤이 안 풀려서.
갑자기 무릎 통증이 오고, 다리가 뭉친 것 같아서.
내일 또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오늘 뛰면 내일 무리 가지 않을까?
밖에 날씨가 흐린데, 비라도 오면 비 맞고 뛰는 것은 몸에 좋지 않을까?
전날 과식한 후 뱃속이 불편하여 오히려 뛰면서 몸이 이상해지지 않을까?
엊그제 비에 젖은 운동화가 안 말랐는데, 그것 신고 뛰는 것이 괜찮을까?
멀리 여행을 왔는데, 여기 근처에 뛸 곳이 있을지?
내가 매일 뛰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병원 일정으로 매일 뛸 수 있는 시간이 나지는 않는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뛰려고 마음을 굳게 가지고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집을 나선다. 지난 수년간, 올해도, 이번 긴 연휴 사이사이에도 수많은 핑계와 몸을 쉬게 하려는 유혹들이 나를 막아섰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스쳐가는 핑계가 되었다.
연휴에도 꾸준히 달리다. 달렸다.
3.
그러나 뛰었다.
정직하게 그리고 꾸준히 달리는 것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내 다리, 근육 그리고 심장 세포 사이사이에 저장되었다.
내 몸은 알고 있다.
내가 연휴에도 이렇게 뛰었다는 것을 알고 몸이 자연스럽게 그것을 저장하고 튼튼해지고 있다는 것을. 내 근육들과 근육 안에 세포들, 또한 심장과 폐도 자연스럽게 더 단단하고 듬직해지고 있다. 당장은 그 세포들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뛰면서 상쾌해지는 마음과 더불어 더 가벼워진 몸은 앞으로 몇십 년을 더 살아갈 내 인생의 힘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 본업이 외상외과의사가 아니, 러너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디까지나 나는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외상외과의사이다. 물론 지금 업을 언제까지 할지, 외상외과의사를 함에 있어 체력적인 한계에 다다른다면 다른 업종으로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것을 위해서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러닝이라고 생각된다. 뭐 달리는 것이 대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꾸준히 달리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것이 있다.
러너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그것이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 작가(그리고 러너) 무라카미 하루키 ]
연휴에도 꾸준히 달리다.
연휴에도 꾸준히 달리다.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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