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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첩의사 Oct 21. 2023

퇴원하는 베트남 청년에 편지를 쓰다


퇴원하는 베트남 청년에게 편지를 써주다



1.


 '지금 상태로 호전되면 내일모레 퇴원합니다.'


 이 한마디에 베트남 청년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늘 아침, 그렇게 기다리던 내일모레가 왔다. 집으로 간다는 기쁨, 이제 다 회복되었다는 안도에 


아침부터 청년은 얼굴에 웃음 가득하게 보였다. 그동안 치료를 잘 따라와 주었다고 잘 회복되어서 다행이라고 고생하였다고 말을 건넸다. 한국 생활이 5년 되었다는 청년은 내가 말하는 것을 곧잘 알아듣는다. 



'감사합니다'라고 진심에 우러나오는 말은 나에게 건넨다. 


지난 한 달여 동안 매일 회진하는 동안 내가 말하는 것을 집중해서 듣고 잘 따라주었다. 매번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힘내라고 격려해 주며 때로는 엄치척도 해주면 씩 웃으면서 나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2. 


편지 내용은 이러하였다. 


'환자분 수술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소장 천공으로 수술하였습니다. 


소장 부분 절제술 5cm, 단단문합수술을 하였습니다. '


평생 살면서 배에 길게 상처 자국이 있고 그 상처는 어떤 복부 수술을 받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혹시나 모를 배가 아픈 상황에서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언제라도 베트남에 다시 갈 일이 있으니 이렇게 수술한 기록을 알고 있고 혹시나 베트남 병원에서 수술 기록을 정확하게 알려주세요 


'수술 후 주의할 몇 가지 사항도 알려드립니다. 


 복부 수술 후 장폐색, 장유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폐색 증상은 지속적으로 구토, 복통이 있으며 가스가 안 나오는 경우에 의심할 수 있습니다. 


 감, 과일 감도 주의하세요. 변비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가급적 감은 안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3. 


지난 한 달여 정들었던 베트남 청년이 퇴원을 한다니 살짝 아쉽지만 건강하게 가족 품으로 간다는 생각에 청년을 위해 너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첫날, 배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베트남 청년 얼굴이 생각난다. 



환자 치료 방법 중 약물치료, 수술적 치료 등 여러 방법이 있다. 그중에서 수술적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사를 외과의사라고 말한다. 물론 외과의사도 약물치료도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너무 고통스러운 베트남 청년에게 아픈 증상, 진찰소견 그리고 여러 검사를 토대로 수술을 결정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교과서대로 맞지 않는 상황이기에 치료 방향 결정에 너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수 시간 동안 고민과 다른 선생님들과 상의 후 최종 수술을 결정한 후 환자를 위한 잘 한 결정이었다. 



너무 고통스러운 베트남 청년의 얼굴, 그리고 지금은 너무 행복해 보이는 청년을 보면서 


나는 편지를 슬그머니 내밀었다.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청년에게 읽어주고 한 번 더 설명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악수를 청했다. 


나와 그 청년. 외상외과의사와 베트남 청년으로서 두 사람 사이 악수가 아니라 



한 달 인연을 아쉬워하는 두 사람의 악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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