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원내 인터넷 게시판에 있는 명단을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놨다. 지나가다 보고, 문득 바로 내 옆에 선생님이 생각났다. 그분에게 말했다.
'지금 여기쯤 있어야 하는데요!'
그렇다. 내가 말을 건넨 그 선생님은 아주 오래전 이곳에서 일하시다가 잠시 타 직장으로 이직, 그리고 십여 년 전 다시 이곳으로 오신 분이다. 20년과 30년 중간 사이, 즈음에 이름이 있어야 한다. 정확하게 입사연도를 모르지만 30년 가까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40년에는 두 명, 30년에는 열 명 정도, 그리고 그 아래도 많은 숫자들이 있다. 다시 말하면 영광, 인내의 인생을 말해주는 것이다.
태어나서 30, 40년도 못 채우고 인생을 떠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일정 능력, 자격을 갖추어 직장에 입사, 이렇게 긴 시간을 채운 것은 박수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언젠가, 어느 분이 타 직장으로 이직을 한다고 해서 인사를 하러 왔었다. 더 좋은 대우, 본인이 하고 싶은 더 높은 것을 하기 위한 곳으로 이직한다는 사실에 모두 다 박수로 축해주었다. 평생직장이란 말은 사라진지 오래다. 직장은 직장일 뿐이다. 나만의 브랜드, 나 자신이 중요하다. 직장에 소속된 아무개가 아니라, 중요한 내가 존재하는 것 그것이 직장인 것이다.
'어디 어디 소속 아무개입니다.' 이 말이 아니라
' 무엇하는 아무개입니다. 지금은 어디에 있을 뿐입니다. '
내가 하는 일, 나 자신을 브랜드, 그 사람 자체이다.
나도 인생을 절반 살았다.
내 이름을 걸고 일하고 밥벌이 시작한 지 딱 20년이다. 내가 가진 국가공인 면허증 발급 날짜가 2004년 2월 25일이다. 만으로 20년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