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지기면, 백전불태

프롤로그-회사에서 잘 나가고 싶은 이 땅의 모든 직장인에게

by M과장

뭐하는 회사인지도 모르고 입사했다. 먼저 입사한 친구가 일이 꽤 재미있다고 했다. 친구의 말을 믿고 여러 회사 중에 일단 지원서 부터 넣었다. 서류가 붙자, 부랴부랴 입사 준비를 해 합격했다.


세월이 많이 지나 그 친구는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참고로 걔는 아직 이 회사에 다니고 난 한참만에 이직했다. 고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는 당신의 미래에 관심이 없다.


회사가 왜 이런 교육을 하는지, 이런 직무가 당신에게 어울리는지, 당신이 언제쯤 진급을 하고 월급이 올라갈 수 있는지. 아무도 당신에게 회사의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바늘 구멍을 통과해 입사한 유통 대기업이었다. 문과생이 가기에는 연봉도 꽤 높은 편이고, 친구들에게 말하면 아는 정도의 이름을 가진, 내겐 멋진 회사였다.

대외적으로 그 회사의 성장률과 업계의 순위는 신입사원 연봉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초봉은 일정 비율만큼 매년 올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재직자의 연봉 인상률의 신입사원의 것과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높은 연봉을 보고 입사한 당신, 입사한 그 다음해부터 당신은 '재직자'가 된다.


신입의 연봉이 우리보다 더 높은 경우도 있다는 걸, 입사 2년 만에 알게 되었다. 잡은 물고기에게 먹이를 더 주지 않는 진리는 회사생활에서도 적용되었다.




내 꿈은 작가였다. 신춘문예 장원에 당선 되던 날, 난 이제 우아하게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대사 한 구절을 떠올릴 줄 알았다. 신입사원 연수 마지막 날에도 다른 문학상에 대상이 되어 수상하러 갔었다. 그래, 됐다. 이제 난 작가야! 하지만 돈 없는 작가의 삶이란 껍데기에 불과했다. 글감의 소재를 구한다는 우아한 명목을 핑계로, 펜을 놓고 생계전선에 뛰어든다. 그렇게 13년이 흐른다.


그동안 내가 깨달은 건,

개인의 재능이 사회적인 생산성과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실의 나는 박스까대기는 기본, 물건도 번쩍 번쩍, 청소도 번쩍 번쩍 해야하는 신입사원이었다. 가판을 펴느라 손톱 끝이 다 헤졌다. 네일이 하루를 못 가서 안 한지 10년이 다 되간다. 차에 계약서 꾸러미를 잔뜩 넣고 가맹희망자를 옆에 태우고 도로를 질주하다 딱지도 자주 끊었다.


얼굴에 철판은 점점 두꺼워졌다. 명품 핸드백은 커녕, 검은 노트북 가방을 들쳐 메고 점포 사이를 누비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노트북은 비딩해서 그런지, 욕 나오게 무겁다.


난 운 좋게도 유통업계 핵심직무라고 불리우는 MD(상품개발), 점포개발, 영업관리를 모두 경험했다. 현장직의 고충도 알고, 사무직의 답답함도 이해한다. 쟤네들은 왜 저런다니? 팀원들끼리 모이면 늘 하는 말이지만, 서로 반대편에 있는 직무를 경험해보니,


각자의 이유는 다 있다. 우리가 모를뿐.

'일 대 다'인 경우에는 정말 살벌하게 물어뜯기기도 한다. 남의 업무를 모른채 비난만 한다면, 당신은 동전의 앞면만 보는 편협한 사람이다. 그렇게 10여년 넘게 하나의 직무만 하다가 리더가 되거나, 실무를 안해보고 리더로 꽂힌 케이스가 대체로 최악인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앞서 언급한 3개의 핵심직무 경험은 운이 아니다. 나에게 아무 관심 없는 회사 안에서 끊임없이 요구하고 개척한 결과물이다. 그렇게 얻은 지금의 직무를 사랑하지만, 그걸 이룬 모든 조직을 사랑하진 않는다.


대한민국 1등이라는 구호가 민망하다. 회사가 수익이 나도 나눌 줄 모르고, 인사 적체는 점점 심해져 갔다. 지친 선후배들은 나처럼 그 곳을 떠나거나, 그곳에 머무르며 다른 인생을 준비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당신의 직무를 사랑하는가? 회사까지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회사와는 적당히 거리두면서 내가 그를 통해 이룰 수 있는게 무언지 냉정하게 바라볼 줄 알아야한다. 대체로 그렇지못하다. 나 역시 그랬다.


다만 직무는 사랑할 줄 아는 자가 되어야만 홀로 서도 두렵지 않다. 내 적성에 맡는 직무를 찾는 건 회사에서 하는 게 가장 쉽고 안전한 길이다. 선천적으로 가진 게 많이 없는 자로서 자력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공간. 선택받고나면 얻을 게 많다.




너 잘 나가더라? 질투와 비난이 섞인 칭찬. 회사에서 '잘 나간다'는 일을 곧 잘한다, 진급을 먼저했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윗선에 아무 연줄도 없는 흙수저치고, 난 회사에서 나름 유명인이었다. 임원, 팀장님, 동기들도 내 이름을 아는 이가 많았고, 정확히 이름은 잘 모르더라도 '아~ 걔?'라는 정도의 특징은 알고 있었다.


입사할 때부터 이력이 특이했고, 남들이 잘 안하는 직무의 블루오션에서도 일했으며, 꽤나 적극적이라 업무 성과도 좋은 편이었다. 점포개발은 해마다 10~20%씩은 늘 업무가 안맞아서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하드한 분야이다. 그곳에서 4년 내내 개발자 종합 순위맨 앞장을 벗어나 본적이 없었고, 동기들보다 진급도 빨리했다.


그러나 회사 생활은 절대 나 잘난 맛에 하는 게 아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꼴은 보기 싫은 것이 조직의 습성이다. 난 널리 알려진 만큼 욕을 먹었다.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을 뒤집어 씌워 공격하기도 하고, 개인사를 공격받기도 했다. 미혼인 내게, 걔가 결혼을 했는데 회사에 속였다는 등의 어이없는 소문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엔 나도 신경쓰지 않았던 현상들이 켜켜이 쌓여 정말 죽고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비난이 쏟아진 적도 있다. 불특정다수의 손가락질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내가 잘못한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주변의 시샘을 덜 받으면서, 기본 업무를 매끄럽게 하면서, 그 와중에 아주 살짝 특별함을 내비치는 것.


자기 어필에도 요령이 있었지만 난 그걸 몰랐다. 아니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회사생활에서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얻은 것도 많고, 잃은 것도 많다. 널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은 듣지 말라며 위로한 날 아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견딘 시간들. 이런 인생의 단,짠,쓴맛을 모두 맛 본 회사생활이 있었기에, 다음 번 그 누군가는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쓰고 싶었다.


* 대기업 취업이 간절한 학생이라면, 입사 전에 이 글을 정주행 하라.


이 글이 취업 스킬, 면접스킬보다 더 중요한 회사 인생의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취업에 앞서 당신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는 글이다. 그래도 취업 비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잘 되면 따로 얘기해보겠다. 일단 믿고 읽어보라. (취준생 & 신입사원 꿀팁)


* 나만 우리 팀에서 바보인 것 같다면,


아닌 것 같아도 그냥 보라. 왜? 당신이 업무 바보란 걸, 너만 모를 수도 있다. 세상엔 ‘혹시’라는 것도 있다.

(차이를 만드는 미세한 센스, 회사생활 꿀팁)


* 오늘도 잠잠한 내 핸드폰이 무심하게 느껴지는 유능한 직원이라면,


나 회사생활 5~6년 정도 되었고, 일도 좀 하는데 아무도 날 스카우트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때면 이 글을 읽어보라. 이직은 찾는 자에게 길이 열린다. 대형 서점에 즐비한 모든 걸 다 이룬 자들의 이야기, 상위 1%의 이직 전략을 쫓다가는 그 곳에 계속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인 이직 꿀팁)

* 마지막으로, 남자많은 회사에서 꽃 같이 편하게 다니고 싶은 여사우가 있다면,

* 취집인지 취직인지 잘 구분하고 컨셉을 확실히 잡아라.


당신 한 사람의 행동이 열심히 일하는 다른 많은 여사우들을 힘들게 한다. 스스로 꽃이 되지 말아라. 당신은 여직원이 아니다, 그냥 직원이다.


불행히도 여자가 업무를 못하면 남자보다 더 입방아에 오른다. 너무뻐도 쑥덕, 뚱뚱해도 난리다. 남이사, 내 살에 보태준 거있나. 얘기 신경끄고, 약한 척 하지 말고 능력으로 인정받아라. 너를 꽃이나 전달하는 꽃순이로 보는 상사가 있다면, 고급스럽게 돌려깔 줄 알아야한다. 단, 너무 세게 지르면 회사생활이 힘들다. 요령껏.




진심으로 이 땅의 모든 사우들이 소중한 자신을 보호하면서, 회사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시작하는 글.

너무 진지했나. 심각함은 조금 내려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그저 나와 함께하는 당신의 출근길이 유쾌하길. 그리고 의미가 있기를.


by. 요즘직장생존법, M과장

#작가의 말.

19년 겨울 처음 발행된 매거진 이름은 [회사는 당신의 미래에 관심이 없다] 입니다.

이 글은 책으로 나오기 전, 매거진의 첫번째 글입니다.


센 제목 만큼 처음 글 역시 날 것이네요.

해당 내용은 순서와 내용을 수정하여 요즘직장생존법에 수록되었습니다.

첫 글인 만큼, 처음 느낌을 최대한 수정없이 그대로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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