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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zigm Jun 17. 2022

[Reading]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구독하던 유튜버를 통해 알게  책이다. 소설보다는 자기계발서와 같이 ! 떨어지는 정답같은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나는 어느 순간부터인지 소설책은 옛말로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어릴 때 처음 책을 접한 건 도서관 1층에 구비되어 있던 '으악! 학교에 귀신이?' 혹은 '으악! 병원에 귀신이?' 와 같은 만화책이었던 것 같다. (무서워하면서, 달걀귀신 꿈까지 꾸면서 왜 그렇게 열심히 봤을까)

그리고 자라면서는 귀욤뮈소의 '구해줘' & '당신, 거기있어줄래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시드니 셀던의 '텔 미 유어드림'과 같은 소설책들을 많이 읽었다. 아직까지도 작가와 책 이름을 인상깊게 기억할 만큼 재밌게 말이다.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는 건 시리즈로 나뉜 소설책의 첫 권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바로 다음 권이 너무 궁금해졌을 때. '와, 진짜 천재다' 싶게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순간들이다.

근데 왜 소설책을 멀리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성인이 되어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겪으면서,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먼저 살아본 누군가의 가이드, 인생 선배들의 지혜가 많이 고팠던 게 아닐까 싶다. 소설 속 세계에 푹 빠져 이야기를 즐길 여유가 길어지는 경력에 비례해 사라졌던 것이겠지.

그러던 , 마침 잠시 쉬어가는 여유가 생긴 요즘.

찾게 된 책이 바로 '불편한 편의점'이다.



​​​

이야기의 시작,

이야기는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지갑을 잃어버리고, 서울역의  노숙자가  지갑을 찾아주면서 시작된다. 알콜 중독 때문인지 이름도, 나이도, 과거도 잊어버린 사내(=노숙자) 사장의 온갖 궁금증을 유발한다. 지갑을 찾아준 사례금까지 거부한 사내에게 사장은 본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 언제든 도시락을 먹으러 오라며 권하고, 사내가  편의점에 야간 알바를 시작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


사람 냄새가 나는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게 된다면, 나는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책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노숙자인 사내에게 끊임없는 선의를 베푸는 편의점 사장, 사내와 함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숙과 시현, 사내를 모티브로 글을 쓰는 정 작가, 사내를 미행하던 흥신소 직원, 늘 같은 시간 편의점 벤치에서 참참참을 먹던 쌍둥이 아빠 등. 인물들 각자가 가진 삶의 애환을 아주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흥미로운 건 각 인물들이 가진 고민 해결의 중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무시하는 이름도, 나이도, 과거도 모르는 노숙자 사내가 있다는 것이다.


​​​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삶의 주인공이 나인 것처럼, 주변 모든 인물들의 삶의 주인공도  자신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도, 가장 가까운 친구들도 예외는 없다. 그리고  예외없는 모든 관계는 소통이 필요하다. 너무 당연한  같은 이야기지만 가끔 우리는 스스로의 삶에 매몰되어 당연한 것을 잊어버린다. ' 안해도 알겠지, 이해하겠지,  마음을 알아주겠지' 하며 소통을 생략한다.​


소통의 부재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노숙자 사내가 다른 인물들이 가진 고민에 '소통'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이 모순적이면서도 슬펐다. 나는 이 부분이 책에서 주는 가장 큰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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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식에는 정답이 없다.

각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기준은 살아온 환경에 따라, 겪어온 사건들에 따라 다르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없다. (범법 또는 죄로 규정된, '' 범주에 해당되는 행동들을 제외하고) 그저 나와 비슷하거나 다른  뿐이다.

나는 요즘 나오는 TV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다루는 요점도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대화 즉,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

​​

결국, 마지막에 사내가 기억을 되찾고 용기를 내어 잃어버린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길을 떠날 때, 나는 그 끝이 해피 엔딩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다짐했다. 오늘 하루도 있는 힘껏 소통해야지

아끼고 소중한 사람들이 내 마음을 모를 수 없게 끊임없이 얘기해야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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