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게 사랑이었다. ]

프롤로그

by 겨울나기 이코치



우리 집 막둥이가 너무 좋아해 함께 읽다 저도 빠져들게 된 동화책입니다.


백희나 작가님의 [알사탕]

주인공 동동이가 알사탕을 먹으면

주변의 사물의 소리가 들리는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어느 날 동동이의 아빠는 동화책 한 바닥을 가득 채우는 잔소리를 합니다.

그런데 동동이가 알사탕을 먹자 잔소리는 이내 "동동아 너를 사랑해"로 바뀌어 들립니다.




엄마의 모든 게 사랑었다는 것을.


저는 부모님께 순종적인 딸이었습니다.

제게는 동동이가 먹는 알사탕이 없어서인지

부모님의 잔소리가 "지연아 너를 사랑해"라고 들리지는 않았지만요.


그런데 20대가 되면서 제게도 생각이라는 게,

방향이라는 게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다른 집 아이들이 하는

부모님 말씀에 토라는 것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마다 제게 자주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 마음을 알지."

부모님 마음을 알려고 부모가 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저는 마흔 살 중반의 아이가 셋인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른들 말씀 하나 틀린 게 없다."라는 놀라운 사고방식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역풍으로 제게 생긴 고집스러움은

사실을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아 했습니다. 부모님 말씀처럼 정말 부모가 되어서야 그 마음을 알게 되었으면서도요. 그런데 또 안다고 해서 어머니의 잔소리가 정겨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40대 중반이 된 제게 예나 지금이나

엄청난 분량의 잔소리를 하고 계시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늘 아침을 깨우는 어머니의 기도소리가, 또 잔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나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우리는 일상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당연히 여기며 살아갑니다. 영원히 곁에 있을 것이라 착각하면서 말입니다. 부모님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기도소리가 또 잔소리가 들리는 것이

어머니가 제 삶에 부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일임을 잠시간의 상상만으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그 잔소리가 조금 불편해도 잘 들어야겠습니다. 그 모든 게 사랑이었음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제 마음을 다해 58년생 여자 옥순이의 이야기도 더 자세히 들어보려고 합니다.




우리 아버지 '산감' 성학이의 서러움


아버지는 71세가 되어서야 은퇴를 하셨습니다.

정말 오롯이 일과 가정만 바라보며 살아오셨지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셨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일과 살아오셨기에 제게는 아버지가 소중했지만 낯설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많아지신 아버지를 모시고 차를 한 잔 하러 카페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가 지하철 앞에 쓰러져 있는 무거운 전동 킥보드를

한쪽으로 일일이 옮기고 열을 맞추어 정리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빠, 킥보드 정리하지 마세요.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시면 어떻게 해요?"라고

제가 볼멘소리를 하자 이렇게 대답을 하셨습니다.

"지연아, 이제 아빠가 일도 그만두고 너희한테 해 줄게 없다. 사랑하는 우리 두 딸 잘 되게 해 달라는 마음으로 작지만 선을 행하는 거야. 내가 행한 작은 선이 우리 두 딸에게 복이 되었으면 좋겠어."

저는 생각보다 아버지를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아버지의 모든 게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요즘 종종 당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마을 어른들은 55년생 성학이를 "산감"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7남매 중 넷째셨습니다. 위로 두 큰아버지는 할아버지가 꽤나 공부를 시키셨고 아래로 남동생 둘은 셋째와 넷째인 저희 아버지가 공부를 시켰습니다. 아래로 여동생은 여자라는 이유로 공부를 안 시켰다고 합니다. 아버진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형편상 어려워 늘 산에 나무를 지러 다니셨다고 합니다.

어린 성학이는 놀랍게도 어른들 못지않게 산을 꽤나 잘 지키고 관리했습니다. 그래서 동네 어른들이 아버지를 산을 감독하는 "산감"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당신의 어린 시절을 한탄해하십니다. 그때 산감이 아니라 공부를 할 수 있었더라면 70이 넘은 아버지의 삶이 조금은 덜 서러우셨을 것 같다고요. 오래전부터 일기를 쓰고 계신 아버지께서는 요즘 시도 쓰시고 마음에 떠 오르는 이야기들을 곧 잘 적어두십니다. 제가 아버지를 닮았나 봅니다.


아버지께 약속을 하나 드렸습니다. 아버지가 직접 쓰신 글들을 담아 언제고 책을 출간하겠다고요.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게 언제고 부모님과 헤어질 날이 오겠지요? 세상의 당연한 순리겠지만 저는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아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함께 숨 쉬며 살아있는 오늘에 감사하고 집중하려고 합니다. 더 자주 대화를 나누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정성스럽게 경청한 부모님 삶의 소중한 것들을 차곡차곡 오래 기억될 글로 담아내 보겠습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