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옥순이는 마을에서 제일가는 효녀였습니다.
몸이 약한 엄마를 대신해 열 살도 채 안 된 그 작은 손으로 가마솥에 밥을 짓곤 했죠.
그 작은 손을 절대 무시해선 안 될 일이었답니다.
그 작은 손이 얼마나 야무지던지요!
바느질, 빨래, 청소… 옥순이 손길이 닿는 곳은 반질반질하다 못해 빤질빤질 윤이 났으니까요.
그렇게 온종일 집안일을 하고도, 품을 팔러 간 엄마를 도와드리고 싶어
집안 이곳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니곤 했죠.
밤이 되면 엄마는 그런 셋째 딸 옥순이를 무릎에 뉘이고는
"금을 준들 너를 주랴, 옥을 준들 너를 주랴, 내 귀한 딸아~" 하며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그 노랫소리는 세상 그 무엇보다 다정하고 포근했답니다.
옥순이는 마음씨 착한 효녀였지만, 딱 한 가지! 무서운 구석이 있었답니다.
옥순이네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부잣집 친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가전제품이 귀했던 그 시절, 그 친구 집에는 냉장고에 TV까지 있었다고 하죠.
그런데 어느 날 이 친구가 옥순이에게 자기 집 앞길이니 돈을 내고 가거나
저만치 멀리 돌아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두어 번은 꾹 참고 한참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고 해요.
"아니, 네 집 앞에 있다고 해서 이 길이 네 길이냐!" 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더니,
그 친구가 옥순이의 머리채를 잡으러 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피신!
달리기를 곧잘 했던 옥순이는 냅다 달렸답니다.
하지만 그날 밤, 옥순이는 분을 삭이지 못했어요.
복수의 화신이 된 옥순이는 평소보다 아침 일찍 학교 가는 길에 나섰습니다.
학교에 가려면 꼭 지나야 하는 볏짚 길이 있었죠.
옥순이는 이쪽 벼와 저쪽 벼를 엮어 다리에 걸리도록 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저기, 누가 봐도 한 번쯤은 꼭 걸리도록 정성껏, 아주 열심히 묶었죠.
그리고는 높이 쌓아둔 볏짐 뒤에 몸을 숨기고 부잣집 친구가 지나가길 기다렸답니다.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고, 잠시 후 친구는 묶어둔 고리에 걸려 "악!" 소리와 함께 발라당 넘어졌습니다.
"하하하, 꼬시다!"
옥순이는 발라당 넘어진 친구의 머리채를 한 번 세게 잡아당겨 주곤
"까불지 마라!" 하고 개선장군처럼 학교로 향했답니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옥순이는 먹는 것도 없이 키가 쭉쭉 자랐다고 해요.
어느덧 한 뼘이나 차이 나는 키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까불지 마라!"는 옥순이의 경고가 겁이 나서였을까요?
그 친구는 더 이상 옥순이가 자기 집 앞을 지나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고 합니다.
착하기도 하고 당차기도 한 옥순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