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학이는 대한민국 지도의 가장 끝자락,
땅끝마을이라 불리는 해남군 송지면 마봉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배우 고수를 닮은 외모의 잘생긴 성학이는
사실 외모보다 다른 부분으로 유명했습니다.
작고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깡 하나만큼은 송지면 마봉리 최고였지요.
2000명이 넘는 학생들 중 열 손가락 꼽히는 깡다구라면,
어디 가서든 자랑할만한 실력이 아니겠습니까?
저보다 덩치가 큰 친구가 시비를 걸어도
성학이는 쫄지 않았습니다.
악으로 깡으로 다져진 강철멘탈은
훗날 고봉리를 떠나 폭풍 같은 세상과 맞짱을 뜨는데도
엄청난 무기가 되었습니다.
저보다 체급이 위인 친구라면 오기가 발동해
일도 봐주는 일이 없이 달려들어 곤죽을 만들어야 성이 풀렸습니다.
상대가 열 대를 때리면 열한대로 돌려주는
성학이의 불주먹을 이겨낼 제간은 고봉리 아이들에게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성학이가 안하무인은 아닙니다.
싸움에도 깡을 써야 할 때도
성학이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그랑 약한 애들은 안 건드린당께."
한 번은 사촌이 누군가에게 맞고 있어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갔더랬습니다.
그리고 사촌을 괴롭히던 녀석들을 향해
살벌한 눈빛으로 심한 욕을 퍼부어 주었습니다.
성학이의 불주먹을 모르는 아이들이 없었기에
살벌한 눈빛 한 방이면 상황이 순식간에 '정리 완료'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사촌을 두고 바람처럼 도망쳤습니다.
사촌을 지켜냈다는 마음에 성학이는
절로 으쓱해지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내 생각해도 나란 놈은 쪼까 멋진디!"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걸렸습니다.
자뻑에 취한 성학이는 다음 날 아침까지도
기분 좋은 여운에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사촌을 괴롭히던 한 녀석이
비겁하게 부모님한테 일러바쳐
그만 성학이가 선생님께 불려 갔습니다.
어제의 진실은 안드로메다로 사라지고
성학이는 길 가는 친구를 괴롭힌
세상 나쁜 놈이 되어있었습니다.
선생님께 불려 간 성학이는 꾸지람을 듣고 벌을 서게 되었습니다.
성학이가 사는 세상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되는
불문율이 있던 엄근진 세상이었기에
별다른 대꾸도 할 수가 없었고
사실 그럴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1대 4였고
불주먹은 한 방도 내지르지를 않았는데
성학이는 억울하고 분통이 터졌습니다.
두 손을 번쩍 들고 벌을 서던
성학이는 깊은 생각에 잠겼고
이내 비장한 결심을 한 듯
비밀스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