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채용과 근속 유지의 어려움

by 겨울나기 이코치


취업, 그 기쁨 뒤에 숨겨진 차가운 현실


장애 청년들에게도 취업은 결코 녹록지 않은 현실입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짧게는 며칠, 길게는 1년을 넘기지 못하고 퇴사하는 비율이 상당하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장애인 고용 통계를 살펴보면,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근속연수는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짧은 경향을 보입니다. 취업의 긴 호흡을 함께해 온 저로서는 장애학생들이 퇴사하는 상황이 매번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물론 제자 중에는 취업 후 3년 만에 대리로 승진하며 당당히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가 좀 더 많습니다. 근속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본인의 의지 부족이나 장애 정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퇴사의 본질적인 이유는 기업 내부의 문화, 현장 실무의 한계, 그리고 정책적 지원의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해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기업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은 연 1회 의무 교육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묻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삶과 특성을 이해하는 데 1년에 단 한 시간으로 충분할까요? 저는 남편과 19년째 살고 있지만, 서로의 다름을 오롯이 이해하기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여전히 대화를 통해 맞춰가는 중입니다.


매일 함께 사는 가족조차 이해하는 데 이토록 긴 시간이 필요한데, 전문적인 직무 지원가조차 없는 기업 환경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느 날 갑자기 조화롭게 일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릅니다. 조직 문화는 '저절로' 생겨나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의 결과물이어야 합니다.


소통의 부재가 가져오는 소외의 악순환


우리는 이론적으로 국내 장애 유형이 15가지로 구분되어 있다고 학습합니다. 하지만 이는 대개 '장애 유형은 15가지'라는 문자적인 정보로만 인식될 뿐, 각 유형에 따라 의사소통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까지는 미처 닿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업무의 현장에서도 장애 유형별 의사소통 방법에 관심을 두는 곳은 드뭅니다. 소통의 방법만 제대로 알아도 장애 청년이 가진 잠재적 역량을 파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를 가진 직원이라 하더라도 그가 농인(聾人)인지 난청인(難聽人)인지에 따라 소통의 지원 방식은 달라져야 합니다.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에게는 수어 통역 서비스가 방법이 됩니다. 잔존 청력을 활용해 구어로 소통하는 난청인에게는 보청기나 인공와우의 특성을 고려한 소통 방법이 필요합니다. 대화 시 상대방의 입모양이 잘 보이도록 마주 보고 적절한 속도로 말합니다. 상황에 따라 필담이나 실시간 자막 지원 등을 병행하는 것도 의사소통의 방법이 됩니다.


이러한 소통 체계가 현장에 정착되지 않는다면, 이는 결국 부적절한 직무 배치로 이어집니다. 근로자의 업무적 강점을 고려한 배치가 아니라, 기존의 단순 반복 업무에 억지로 사람을 끼워 맞추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일에서 얻어야 할 성취감을 상실한 청년들은 일터 밖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투명인간'이 된 어느 여학생의 이야기


3년 전 전공과(고등 과정 이후의 전문 직업 교육 과정)에서 만난 한 여학생의 이야기는 지금도 제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6개월간 사무보조로 일하다 학교로 돌아온 그 학생과 동료들은 다시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직장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여름날임에도 토시를 하고 있던 여학생이 조심스레 보여준 팔에는 자해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처음 취업했을 때만 해도 동료들이 건네는 존댓말과 친절에 '존중받는 일터'라며 무척 행복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따뜻해 보이는 친절 뒤에는 차가운 '소외'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는 늘 혼자였고, 다정한 인사 한마디나 차 한잔 나누자는 동료도 없었습니다. 회식 때마다 "배려해 줄 테니 집에 가서 푹 쉬라"며 나가는 동료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다 쓸쓸히 집으로 향하곤 했습니다. 동료들이 말한 그 '배려'에 학생의 선택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존댓말'이라는 허울 좋은 풍경 뒤에서 학생은 서서히 '투명인간'이 되어갔습니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진 정서적 고립은 학생의 내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처는 학생 개인의 아픔을 넘어 가족 전체를 슬픔으로 몰아넣었다고 합니다. 결국 학생의 상태를 알게 된 어머니는 직장 생활을 정리하도록 했고, 학생은 현재 치료를 받으며 다시 전공과 교실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조직의 문화가 누군가에게 존재를 부정당하는 아픈 기억이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구조적 장벽과 전문가의 부재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는 문턱, 시각장애인을 위한 확대 모니터 요청이 어려운 경직된 분위기 등 물리적·심리적 장벽은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가로막습니다. 더욱이 장애인 근로자와 관리자 사이의 갈등을 전문적으로 중재할 '직무지도원'이나 '전문 상담사'의 부재는 조기 퇴사를 막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장애인 근로자를 성장의 주체가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비장애인처럼 장기적인 경력 개발(Career Development) 계획이 세워지지 않고 무탈하게 주어진 업무만 해내라는 직장의 암묵적인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업무 의욕을 낮아지게 만듭니다.


상생을 위한 국가적 의지와 정책의 뒷받침


고용 유지가 실패하면 기업이나 장애인 근로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사이클이 시작됩니다. 어떤 경우 근로자는 고립과 은둔을 선택하기도 하고 기업은 채용 비용의 손실과 고용 부담금의 압박을 받게 됩니다. 부정적인 사이클을 끝내고 상대하기 위해서는 각 주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업은 장애인 근로자와 소통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습득하고 업무 환경을 세밀하게 조율해 나가는 과정에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장애인 근로자 또한 자신에게 필요한 편의 사항을 당당하고 건강하게 요청하며, 업무를 조율하는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려는 연습과 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장애인의 고용 유지를 위한 책임을 단순히 기업과 개인에게만 전가할 것이 아니라, 고용 이후의 단계에서도 '근속 유지 지원 서비스'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결국 취업은 한 개인의 사회적 자립을 향한 마침표가 아니라, 비로소 함께 살아가는 삶이 시작되는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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