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한 번 건방지게

by 씀씀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던데. 전적으로 동의함은 물론, 그 발상의 전개 방식을 빌리기까지 하겠으니.


나는 창작에 종결이 있다면 현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픽션보다 더 말 안 되는 허구를 논픽션에서 본다는 점에서 그렇고. 다음으론 별별 장르 중에서도 다시 찾게 되는 영상은 다큐멘터리고, 라디오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건 다름아닌 청취자 사연이라는 사실에서 그렇다. 나한테는 이것이 현실을 능가하는 작품은 상상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현실에나 존재한다는 뭐 그런 얘기라고 와닿아서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 사는 보통 이야기란 이렇듯 작품들에서 뼈대가 되기도 각광을 받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것이 보고 듣는 활동에서는 그렇다는 데에 있다.


보기 듣기에서 되는 게 쓰기에서는 왜 안 되는 거지?

나는 평범하다. 어떤 이들은 평범을 제일의 행복 겸 축복이라고 신통한 해석을 한다. 그 풀이의 맥락에는 공감한다. 허나 그뿐이다. 평범, 평균, 보통…. 그 값에 속한 삶에 불만족하진 않으나 쓰고 싶을 때만큼은 당돌하게 불만족!


이유는 명료하다. 특이한 경력과 이력이 없고, 좋게든 나쁘게든 특별한 경험이 없으면 써도 될 만한, 아니 쓴다고 봐줄 만한 거리가 현저히 준다. 더불어 쓴 사람을 소개할 타이틀의 부재는, 그 이야기가 세상에 떠벌려 져야 할 필요를 없게 만든다. 오만데서 발에 차이는 게 이렇게 생긴 '오늘'인데, 굳이 그 하루를 돈 쓰고 품 들여 홍보할 이유가 무어겠는가. 또 그걸 시간 투자하고 시력 빼앗기면서 읽어봐야 할 가치는 어서 찾겠는가.


상기 같은 이유로, 평범한 자가 쓴 예사 이야기란 외면당할 기회도 얻기 전에, 업로드 몇 분 이내에 묻히기 일쑤니. 나 역시 그런 글에는 입맛 다시지 않는 합리적이고 뻔한 대중인지라 할 말은 없지만, 쓰는 입장에서는 일부분 억울하다는 모순을 가진다.


내가 퍽 평범한 탓에, 쓰는 글도 특색 없는 줄거리라 한들. 그걸 써나가는 방식이며 표현까지 색깔 없지는 않은데. 어떤 동요도 못 일으킬 정도의 황무지는 아닌데. 나름 곳곳에 지뢰를 가진 문장을 쓸 줄 안다고 꼴사납게 자신하는데.


그러니까 나는 지금, 쓰는 게 좋아 여력 될 때마다 무슨 이야기든 저지르고 보는 이 마음 하나를 동력 삼아 묵묵하기엔, 읽어주시는 소수 분들의 하트 하나도 너무 소중한 성취지만. 나를 보다 더 꾸준히 채찍질해줄 수 있는 리워드가 없으니 쓰는 일이 부쩍 고독하다는 배 부른 외로움을 타는 중이겠다.


이를 타도할 대책 같은 건 없다. 잘 쓴 글로 유명해지겠다는 로또만큼 어려운 요행을 바랄 바에야. 일단 본인을 유명하게 만든 다음 글을 쓰는 편이, 외롭지 않게 글 쓰는 훨씬 빠른 방법일 수도 있다. 근데 무슨 수로 유명해져? 좋은 일로는 유명해질 깜냥이... 그렇다고 나쁜 일로... 아니야. 그 정도로까지 글쓰기 네가 막 그만큼의 영향력은 아니야 내 인생에.


근데 아무리 나라지만 나 참 건방진 이로구나. 기껏 브런치 어쩌다 하루, 얼결에 한 번 찌끄리는 아무 시도도 노력도 아닌 걸 가지고. 물론 나한테는 업무 말고 가장 긴 시간, 큰 애정을 투자하는 행위가 이거인 건 알겠다만. 세계까지 갈 것도 없이 이 나라에서만 보더라도, 본업까지 버리고 글만 파고드는 미친 사람들이 셀 수 없는 마당에. 뭐를 하고 얼마나 했다고 새파랗게 어린 쓰기를 들이미니?


알겠거든 그분들 노력에 영광이 모두 깃든 후에, 이제 나여도 되겠다 싶을 차례 즈음에 그때 다시 해보자. 기도든 불평이든 고해성사든.


영상에 치이고 그림에 밀리고 글이 제일 뒤에 쭈그러져 있는 거 같지만요? 아시잖아요. 영상도 그림도 그 근간에, 중심에는 이야기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모든 것에는 잘 쓰인 글이 필요하고, 응당 좋은 이야기가 받쳐줘야만이 작품으로 완성되고 주목도 받는 법! 그러니 힘을 냅시다. 쓰는 분들이여. 쓰고 싶은 동지들이여. 쓰려는 이들이여. 우리의 이야기들이여.


되도록 모두가 골고루 빛 받으며, 공평하게 신나하며 쓸 수 있기를. 쓰는 일은 혼자여도 외롭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어느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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