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씀씀 May 08. 2024

타인의 기쁨은 나누면, 배가 아프다?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다.

물론  모두를 것은 니고 수상자 호명과 그 소감. 그리고 이순재 배우님의 특별 공연. 딱 그것만을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가 본 적도 없고 가 볼 일도 없는 곳, 내 삶이 놓일 리 없는 상황, 무슨 오지랖인 가슴절절했다.


하지만 절절한 건 가슴이고 이해는 다른 영역. 아무리 감정 이입을 해보려 해도 이건 내가 짐작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본업에서 타의 인정을 받아, 한껏 멋을 내고 박수로 시작해 박수로 끝나는 자리에 초대받아 참석한다라.


일단 나의 일상엔 그런 인정의 과정이 드물고, 인정을 인정하는 시스템귀하다. 하물며 그런 자리? 말하면 입만 아플 뿐. 가정에 가정을 해 있다고 한들, 그 자리에 한껏 드레스업을 하고 나타나는 순간. 부러움과 동경이 아니라 온갖 시기 질투로 신변에 이상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일까?


내겐 어떤 드라마영화보다 어제의 그 시상식이 더 드라마이고 영화였다. 시공간부터 서사까지 모든 게 현실감이 너무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어쩜 어제 거기에 모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일 얘기였다. 그들에게도 그 시간은, 누군가에겐 일 년에 한 번, 누군가에겐 수년 만에 한 번, 누군가에겐 평생에 처음인 그런. 일상이라기엔 그들에게마저 드문, 꼽아온, 귀한 자리.는 점에서 말이다.


수상자들에게 향하는 박수가 꼭 여름밤 폭죽놀이 같고, 수상자들이 흘리는 눈물이 밤하늘 별빛 같더라. 누군가에게 희가 찾아온 순간, 비를 맞이한 이들이 보내는 눈빛은 꼭 길가를 비추는 따뜻한 가로등, 수상자들에게 불리는 감사한 이름들은 이제야 그림자가 생긴 키다리 아저씨들처럼 보였다.


어젯밤과 오늘.

나는 그 자리 모두가 부러웠다.


인생에 저런 자리, 저런 순간이 올까?


똑같이 잘했지만 이번엔 누가 조금 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아낌없이 축하해 주고 다음을 기약하고 시기와 질투가 아니라 격려와 환호에만 여념 없는. 그저 환희로 아낌없는 좋은 날이 있을까?


삶에 대한, 일상을 향한, 꿈을 좇는 치열함에 대한 척도와 보상을 우리는 너무 의식주로만 받는 것은 아닐지. 즐기고 누리는 일을 너무 물질적 풍요무게를 두는 것은 아닐는지.


좁아터진 우물 안에서 먹고 살려니, 동행 정말 죽고 사는 경쟁이 돼서 헤엄은 안 치고 생존 수영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어제 그 자리가, 그 자리 사람들이 부러웠다. 무슨 휴먼다큐 한 편 본 듯, 가슴이 뜨끈하고 뻐근했다.


어느 인생 당장 최고의 순간, 일단 가장 환희를 함께 하면서 나까지 뜨거웠던 것그 때문. 그 환희의 빛이 내 것은 아니었어도 적어도 그걸로 말미암아 내가 구분지어야 할 내 일상의 명암은 가늠할 수 있게 되어서.


축하합니다. 수상보다는, 그 자리에 서고 그 이름을 얻기까지의 치열하게 산 시간과 얼마의 운과 얼마의 재능을.

 

바랍니다. 일상의 모든 치열한 하루들에도 명예와 영광이 주어지는 따뜻한 자리가 한 번씩은 오기를.

작가의 이전글 느끼한 건 싫지만 인생만큼은 오일리하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