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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Nov 05. 2024

브비어천가

브런치는 어쩜 이름도 브런치일까


브런치. 어쩜 넌 이름도 브런치니.


예쁘고 세련되고 감각적이고, 멋지다야.     

글 쓰는 플랫폼이야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도 있었다지만 너 같은 이름은 처음이야.     


여기 모이는 사람들 하나같이 글쓰기가 취미거나 업이거나, 못 이룬 꿈이거나 할 텐데. 네 이름만큼, 글 쓰는 일에 대한 그들의 애정과 갈망을 센스 있게 담아내긴 쉽지 않다고 생각해.


네 이름 뜻이야 어학사전에 있는 그런 걸로도, 브런치팀에서 애초에 의도한 그런 걸로도, 정해진 의미가 있겠지만. 그런 거 모르겠고 나는 내 식대로 해석했어.


내 맘대로 내가 쓴 네 이름 뜻은, 되게 감성적이게 힘 빼고 먹는 것처럼 보이는, 되게 필수적인 시간대의 끼니.


한 마디로 꾸꾸꾸? 꾸르륵 거릴 때 꾸물거리지 말고 먹어야 할 꾸민 듯 담아낸 식사랄까. 너한테 맞게 풀이하자면 글쓰기에 대한 갈증이나 위로를 향한 결핍으로 마음이 꾸루룩 거릴 때, 꾸물거림 없이 써야 할, 꾸민 듯 하지만 실체는 가장 원초적으로 쓴 글이 되는 거지.


내 풀이 마음에 들지?

난 너가 마음에 드는데 네가 또 치이는 게 뭔지 알아?


글쓰기에도 그 지긋지긋한 T와 F가 있을 텐데.

브런치 넌 21세기 그 새로운 이분법적 사고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거야. T도 아니고 F도 아니고 무려 B!

꼭 제3의 성처럼 넌 너의 정체성을 규정하지도, 남들의 글쓰기를 속박하지도 않아.


사실 글쓰기는 한편으로 볼 때, 축적보다는 배설에 더 부합한 행위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시작은 담대하게 쏟으면서도 그걸 대담하게 내보이는 일엔 많은 눈치와 고민을 품는 것 같아.      


그런데 너한테서는 의식의 배설이 조금 편안해. 생각해 봐. 그런 갈팡질팡한 마음. 덜 여문 용기들을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 의지에 따라 내어 보기에 너만큼이나 자유롭고 광활한 원고지가 어디 있겠어.


원래 나 낯 간지러워 이런 한우물만 파는 칭찬은 좀처럼 못 하는 스타일인데, 난 그렇다 치고 넌 마주할 낯이 없으니까 이렇게 미친 척 오그리토그리 할 수 있는 거 같다. 어쩜 그렇게 무한히, 묵묵히 들어줘? 엄마야 뭐야.     


엄청난 유명세를 가진 네게 이러고 있는 나는, 어떤 분야에 엄청난 이력을 가지지도, SNS를 열심히 일구며 소통하지도 않아. 그렇다고 너한테 만큼은 엄청난 열과 성을 여과 없이 쏟아붓느냐? 그럴 리가.


그래서, 네가 자애롭게...라고는 못 하겠고, 굉장히 까다롭게 선택해서 내어준 네 땅 얼마에, 내가 짓고 사는 집은 아주아주 단출해.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있지도 않고, 근처에 사는 사람도 없어. 그러니 나의 넋두리는 그 파급력도 생명력도 작고 약해. 그러니까 브런치 네 안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은 아직, 어쩌면 무한히 못 이룬, 자가 마련의 꿈만 꾸다 말, 월세살이 하는 작가라고 소개하면 될까. 물론 너는 돈을 받지 않지만 말이야.


나보다 더 많이 자주, 깊이, 보는 친밀한 글쟁이들이 아주 많은 걸 알지만 질투 나지 않아.


그냥 넌 내겐 적지 않은 위로야.

일면식도 없는 내게 번번이, 쉼을 줘서 고마워.


재건축을 하고 재개발을 하는 날이 오더라도,

내 이 한 뼘 집은 두고두고 지켜줬으면 좋겠어.

응 맞아. 이건 그럴 때를 염두해서 미리 해두는 아부.


들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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