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바람이 가져다준 영감으로 탄생한 명곡
친구의 바람이 가져다준 영감으로 탄생한 명곡
문밖엔 귀뚜라미 울고
산새들 지저귀는데
내 님은 오시지는 않고
어둠만이 짙어가네
저 멀리엔 기타 소리
귓가에 들려오는데
언제 님은 오시려나
바람만 휭하니 부네
내 님은 바람이련가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오늘도 잠 못 이루고
어둠 속에 잠기네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날 울려 놓고 가는 바람
창가에 우두커니 앉아
어두운 창밖 바라보면
힘없는 내 손 잡아주며
님은 곧 오실 것 같아
저 멀리엔 교회 종소리
귓가에 들려오는데
언제 님은 오시려나
바람만 휭하니 부네
내 님은 바람이련가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오늘도 잠 못 이루고
어둠 속에 잠기네
여러 매체에서 김범룡이 밝혔듯이 그의 히트곡 바람바람바람은 친구의 바람이 가져다준 영감으로 작사 작곡한 가요이다. 미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할 만큼 예술적 재능이 뛰어났던 그는 교회에서 기타를 배우며 음악에도 소질을 발휘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연이은 사업실패로 학교생활이 힘들어지자 가요를 만들어 어머니의 빛을 청산시켜주고 싶은 효심으로 가요계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하지만 장덕이나 이선희 같은 청아한 음색이나 조용필과 전영록 같은 강한 목소리의 남자가수를 선호하던 당시 가요계에서 김범룡의 음색은 처음에 거부당한다.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어렸을 때부터 신문배달, 아이스케키, 메밀묵, 찹쌀떡 행상을 하며 얻은 그의 약간 긁는 듯한 음색이 어색하게 다가온 것이다.
같이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 음반사를 찾아다니던 인연으로 친구가 된 촛불잔치의 이재성, 인생은 미완성의 이진관 등과 신세한탄을 하며 음악으로 자신의 한을 달래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평범하고 아름답기만 한 음색이 아닌 개성적이고 독특한 음색을 찾고 있던 이승대 음반기획사 대표의 발탁으로 3년간의 준비 끝에 앨범을 내게 된다.
음반 발매와 함께 바람바람바람은 히트를 하고 가요 톱 10에서 5주간 1위를 하며 골든컵을 수상한다.연말 방송국의 신인가수상을 휩쓸며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하게 된다. 이후의 행보는 각종 언론매체를 통하여 잘 알려지다시피 계속적인 히트곡의 양산과 후배와 동료 가수들의 곡을 작곡하며 제작자로서 입지를 넓히게 된다.
1990년대에 미국 유학으로 잠시 휴지기를 가지기도 하지만 귀국 후 제작자로 변신한 그는 양수경의 당신은 어디 있나요와 녹색지대의 준비 없는 이별 등을 히트시키며 작곡가 및 제작자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끝없이 계속될 것 같았던 그의 성공가도도 IMF를 피해 갈 순 없었다. 때마침 MP3의 등장으로 음악시장이 음반 위주에서 공연 위주로 개편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음반시장을 고집하였던 그에게 수십억 원의 빛과 사업실패를 가져다준다.
설상가상으로 건설사업투자실패에 따른 스트레스와 과로로 목소리마저 발성이 안 되는 병을 얻고 끝없는 추락을 하던 그에게 아내가 힘이 되어주었다. 음악을 해야 그가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치료에 전념하게 해 준다. 사업을 하기보다는 원래의 위치인 가수로 돌아가 공연과 방송 출연으로 부채도 거의 청산하고 작곡으로 후배들에게 곡을 주며 선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어 가요계의 한자리를 다시 차지하게 된다.
김범룡의 노래와 관련하여 나는 두 가지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86년 김범룡은 바람바람바람의 공전의 히트와 함께 당대 최고의 여배우이던 이미숙과 동반 주연으로 졸업여행이라는 영화를 찍었다. 나는 학창 시절 단짝이던 하현이라는 친구와 그 영화를 인천에서 같이 보았다. 건강이 안 좋아 휴학을 생각하던 나와 어머니가 일본으로 돈 벌러 가서 아버지와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던 하현이와는 영혼의 친구라 할 만큼 코드가 맞아서 우리는 단짝 친구가 되었다.
같이 좋아하는 연극과 영화를 보고 얘기를 하는 것이 학창 시절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그날 영화를 보고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에서 연안부두를 바라보며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보았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 같은 미래였지만 친구가 옆에 있어 준다면 견딜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 바람은 김범룡의 노래처럼 바람처럼 사라지게 된다.
하현이는 대학을 입학하고 나는 재수를 하게 된다. 하현이의 합격을 알고 같이 찾아간 나의 대학 합격자 발표장. 아무리 찾아봐도 나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고 하현이와 같이 찾은 주점에서는 내가 좋아하던 김범룡의 현아라는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현이와 나의 끝 글자가 같아 둘이 같이 좋아하던 노래. 맥주 한잔을 걸치고 나온 거리의 레코드점에서 흘러나오던 김범룡의 노래 겨울비는 내리고. 모든 유행가 가사는 자기 얘기 같다는 진실이 실현되는 듯하였다.
하현이는 대학생활로, 나는 재수생활로 각자의 생활이 바빠지면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지만 나는 김범룡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고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 하현이를 떠올리게 된다. 누군가를 추억할 수 있고 어떤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노래가 있다는 건 가수나 팬에게 모두 행복인 것 같다. 그렇게 김범룡의 바람바람바람은 나만의, 아니 우리 모두의 명곡이 되어 우리들의 학창 시절과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의 추억을 영원히 소환해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2GgXa_JZKw
https://www.youtube.com/watch?v=3YBd76mKuV4
https://www.youtube.com/watch?v=apN3b0J4zj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