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디바라는 화려한 가면 뒤에서 울고 있는 슬픈 운명의 페르소나
빨간 모자를 눌러쓴
난 항상 웃음 간직한 삐에로
파란 웃음 뒤에는
아무도 모르는 눈물
초라한 날 보며 웃어도
난 내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모두들 검은 넥타이
아무 말도 못 하는 걸
사람들은 모두 춤추며 웃지만
나는 그런 웃음 싫어
술 마시며 사랑 찾는 시간 속에
우리는 진실을 잊고 살잖아
난 차라리 웃고 있는
삐에로가 좋아
난 차라리 슬픔 아는
삐에로가 좋아
가수 김완선은 이모 한백희가 자신의 연예계 경험과 희자매, 인순이, 리듬터치 등 여성 댄스가수를 성장시킨 경험을 토대로 만든 국내 최초의 기획형 아이돌 댄스가수이다. 그녀의 대형 댄스가수로서의 입지전적인 성공은 자신의 경험과 인맥, 노하우를 질녀에게 모두 쏟아부은 이모 한백희의 공이 컸다. 그 공만큼 김완선의 노력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 노력을 이모는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후 밝혀진 것처럼 출연료 배분과 수입 배당을 전혀 하지 않아 그녀에게 경제적 고통과 인간적 배신감을 안긴 만큼 그녀의 말년도 그렇게 행복하지 많은 않았던 것 같다.
본인의 욕심으로 인한 사필귀정이라 사람들은 말하지만 돈이 아닌 음악과 춤에 대한 욕심은 김완선이 한국 최고의 여성 가수로 현재까지 존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사실이다. 1집부터 2집까지 산울림의 김창훈과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을 작곡가로 초빙하여 '오늘밤'이라는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가요를 김완선에게 부르게 하여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을 그녀에게 집중시킨 것이다. '나 오늘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라는 가사에 대중들은 '네 눈이 더 무섭다'라고 반응을 하면서도 그녀의 세련된 춤과 시크한 미성의 음색에 중독되고 매료된 것이다. 뇌쇄적이며 몽환적인 그녀의 눈빛은 그녀의 매력을 발산하게 하면서도 몸을 전혀 노출시키지 않고도 눈빛이 너무 야하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이 유보되는 해프닝을 일으키기도 한다.
1집에 이어 2집의 '나 홀로 뜰앞에서'와 신중현이 작사 작곡한 '리듬 속의 그 춤을'이라는 몽환적 분위기의 댄스곡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그녀는 3집과 4집에서는 이장희와 하광훈 작곡가와 작업을 한다. '나 홀로 춤을 추긴 너무 외로워', '기분 좋은 날', '이젠 잊기로 해요' 등 연이은 히트곡으로 최고 인기가수의 길로 들어선 그녀는 손무현 작곡가를 만난 5집에서 여성 가수 최초의 앨범 100만 장 이상 판매라는 대박을 친다. '나만의 것', '가장무도회'와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는 오늘도 후배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어 그녀에게 헌정되는 시대의 명곡이 된다.
하지만 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에도 그녀는 외로웠다. 다른 가수들과 말도 못 하도록 끝없이 이모의 감시를 받았고 수입은 모두 이모와 이모부의 사업에 투입되어 탕진되고 있었던 것이다. 6집 '애수'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모는 그녀에게 국내에서 가수 활동을 기획 은퇴하도록 강요한다. 해외 진출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국내를 떠나 대만과 일본 등에서 활동을 하게 된다. 최초의 한류가수라는 명예를 주기도 했지만 이 선택은 국내 모재벌과의 염문설 등으로 그녀에게 악재로 작용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모의 전횡과 착취에 계속적으로 이용당하기만 했던 슬픈 운명의 페르소나. 이후 이모와 결별하고 '불타는 청춘' 등 예능 활동을 하고 고양이를 기르며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녀가 인생 후반전만큼은 슬픈 운명의 디바가 아니라 만인의 연인인 댄싱퀸으로 복귀하여 진정한 가수의 길을 완성하기를 모든 팬들은 기원하고 있다.
이모가 그녀에게 슬픈 운명만을 지우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오늘은 사실 이모가 만들어준 최고의 뮤지션들과 협업, 댄스가수로서의 수련기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집에서 6집까지 이루어낸 그녀의 음악적 업적들도 이모의 연예계 인맥과 매니저로서의 능력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수도 있는 어려운 성취였기에 그녀도 이모의 죽음에 그만큼 상심하고 슬퍼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모의 죽음 이후 그 충격으로 연예계를 떠나 하와이로 유학을 떠난 그녀는 그곳에서 그림 공부를 하며 힘든 시간을 버티어 낸다. 연예계 복귀 이후 화가로서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등 작가로서의 부캐에도 부지런히 정성을 쏟아 외모만 아름다운 가수가 아닌 지적인 예술가로서도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산다. 부모로서, 직장인으로서, 자식으로서 또는 작가로서 가면을 쓰고 그에 맞는 삐에로의 역할을 하며 울고 싶어도 억지로라도 웃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그녀의 명곡들은 앞으로도 영원히 위로를 건네줄 것이다. 당신만이 인생이라는 무대 위의 슬픈 페르소나는 아니라고.
https://www.youtube.com/watch?v=N5SSNJjkcFs
https://www.youtube.com/watch?v=tw0gWNqG8vc
https://www.youtube.com/watch?v=RWViB9dVi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