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애잔한 감성을
밤 별들이 내려와 창문 틈에 머물고
너의 맘이 다가와 따뜻하게 나를 안으며
예전부터 내 곁에 있는듯한 네 모습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네게 주고 싶었는데
골목길을 돌아서 뛰어가는 네 그림자
동그랗게 내버려진 나의 사랑이여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그 큰 두 눈에 하나 가득 눈물 고이면
세상 모든 슬픔이 내 가슴에 와닿고
네가 웃는 그 모습에 세상 기쁨 담길 때
내 가슴에 환한 빛이 따뜻하게 비쳤는데
안녕하며 돌아서 뛰어가는 네 뒷모습
동그랗게 내버려진 나의 사랑이여
양하영의 데뷔곡 '가슴앓이'를 들으면 떠오르는 시인의 시가 있다.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 아래의 시를 감상해보자.
<신경림 시 가난한 사랑노래>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조지훈이 친구 박목월을 위하여 지은 시 '완화삼'에 박목월이 화답으로 만들어 준 명시 '나그네'처럼 신경림 시인의 시에 양하영(작사 작곡 강영철)이 노래로 화답해주는 느낌이다. 외부적 조건 때문에 사랑하면서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하여 이토록 애잔한 감성을 실어 마음과 영혼을 울리는 가사로 대중들에게 전달하였기에 이 노래는 40년을 넘어 오늘에도 끝없이 불려지고 후배 가수들에 의하여 리메이크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명곡이 가요사전심의때문에 빛도 보지 못하고 사장될 뻔했다. 가슴앓이라는 제목이 이상하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시적 은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심의위원들의 몰상식이 시대의 명곡을 대중들에게 닿지도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많은 차별과 탄압을 받으면서도 심의를 폐지하기 위한 선배들의 노력에 의하여 맘껏 가사를 쓸 수 있는 지금의 창작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후배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여곡절을 거치고 한마음이라는 듀엣곡으로 세상에 선보인 이곡으로 한마음과 양하영은 가수로서 첫 발을 세상에 내딛게 된다. 이후 '갯바위', '친구라 하네' 등이 연속 히트하고 KBS 가요대상을 연속 수상 하면서 대중가수로서 순항을 한다. 하지만 첫 번째 위기가 찾아온다. 한마음이라는 그룹명처럼 강영철과 양하영은 결혼까지 하지만 이혼으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되면서 한마음은 자연스럽게 해체되고 만다.
하지만 양하영은 이현우가 작곡하고 본인이 작사한 '촛불 켜는 밤'이라는 노래로 화려하게 컴백하며 자신의 성공이 단지 강영철의 작사 작곡 덕분이 아니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증명하며 싱어로서 본인의 이름을 가요계에 각인시킨다. 이어서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순수하지만 슬픈 음색을 실어 부른 '영원한 사랑인 줄 알았는 데'라는 곡도 히트하였다. 그리고 다시 평생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데 데뷔전부터 싱어송라이터로 동경했던 동갑내기 가수 장덕과의 만남이었다. 장덕도 미국에서 결혼생활을 접고 한국에서 새로운 적응이 필요했던 시점. 둘은 서로의 감성과 음악을 사랑하고 처지도 비슷해 급속히 친해지며 영혼의 교류를 하게 된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은 그들의 우정마저 오래가지 못하게 한다. 오빠 장현의 설암 투병에 이은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장덕이 급작스럽게 사망하고 친구를 잃은 그녀는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오열한다. 설상가상으로 소울메이트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던 그녀에게 결정적 타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수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갑상선암 진단. 성대를 다칠 수도 있는 수술을 앞두고 삶의 회한이 가슴에 사무치는 순간 음악이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병원을 오가며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노래 가슴앓이. 문근영, 권상우 주연의 영화 '첫사랑'에 지영선이라는 가수가 자신의 곡을 R&B 리듬으로 편곡하여 리메이크한 곡이 삽입되어 인기를 끈 것이다. 세상에서 잊히고 홀로 외로운 투병을 준비하던 그녀에게 이 사건은 세상이 아직 자신을 잊지 않고 기다려주고 있다는 계시처럼 느껴진다. 항암치료를 이겨내고 건강을 회복한 그녀는 다시 절치부심하여 자신의 운명 같은 통기타를 잡고 노래를 하게 된다.
때마침 7080 가요를 소환하는 프로그램이 론칭되고 그녀는 그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으로 초대받는다. 그녀의 명곡들이 줄줄이 재평가되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청운대학교에서 실용음악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유원대학교에서 후학을 완성하는 교수로서도 자리를 잡는다. 유기견과 유기묘를 구조하며 양평으로 이사까지 간 그녀에게 각계에서 후원이 끊기지 않고 팬들도 오랜 기간 그녀의 부침을 같이 하며 친구처럼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있다.
장현의 아들인 장원과 함께 친구의 추억이 있는 남이섬에 장덕 기념비를 만드는 일에 동참한다. 자신처럼 단짝이었던 친구의 노래도 세상 사람들이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예정된 시간을 위하여'라는 노래를 리메이크한다. 양광모 시인의 시를 가사로 하여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신곡도 발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오랜 기간 가수 생활을 하며 운명이 주는 많은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길을 완성해가는 그녀는 후학들에게 이런 말을 전한다. 30년 후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그 모습을 하루하루 준비해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https://www.youtube.com/watch?v=on--YaGFiOk
https://www.youtube.com/watch?v=SeVlZE8bc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