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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가장 많이 만난 날

글쓰기에서 만난 사람들



작가 김정옥


어머나, 케이크에 내 이름이~

그것도 그냥 이름이 아닌 '작가 김정옥'이다.

케이크 케이스를 여는 순간 "어머나"라는 감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나만 감동을 하는 건 아닌가 보다.


오늘부터 다시

스무 살입니다


공부하고

도전하고

꿈꾸는

나를 만나는 시간


'오늘부터 다시 스무 살입니다'는 MKYU에서 공부하고 있는 30인 열정 대학생들의 성장 기록을 쓴 책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공부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고통을 성장으로 승화시키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읽을 때마다 눈물을 닦으면서 볼 수밖에 없다. 자아성찰을 하면서, 나답게, 커뮤니티로, 비즈니스로, 선한 영향력으로 확대하고 있는 분들의 기록이다.


케이크는 출간 기념식이 끝날 무렵 MKYU직원들이 30명의 공동 저자에게 나눠준 선물이다. 자주 쓰고 보는 내 이름이지만 이렇게 케이크 위에 살포시 앉아있는 이름을 임팩트 있게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같은 이름이지만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이름의 품격이 달라진다. 요소요소에 있었던 나의 이름을 확인할 때마다 감동스러웠다.


케이크에 있는 이름은 특별한 축하의 메시지이고 가족과 나눌 수 있는 또 다른 선물의 다른 이름이다. 집에 오고 나서도 이름보다 먹는 케이크에 우선인 세 아이들이었지만 가족 모두 축하를 해줬다. 엄마가 아닌 '작가 김정옥'이라는 이름을 읽는 순간 아이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이제부터 함부로 강아지 부르듯 "엄마~"라고 부르지 말고 고상하게 불러주길 바란다. 차마 '작가 김정옥'이라는 이름은 먹을 수 없어서인지 케이크는 다 먹고 이름만 고스란히 남겨둔 아이들의 마음에 웃음이 나왔다.


출간식 입구에서 MKYU직원이 가슴에 달 이름표를 나눠준다. 이름표에는 '김정옥 오늘부터 다시 스무 살입니다. 출판기념회'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활짝 펴진다. 왜 가슴에 다는지 이제야 알겠다.


내 자리를 찾기도 전에 눈에 띈 내 이름은 벽에 걸린 축하 메시지 보드다. 작가 30인 이름이 붙여진 보드에 서로서로 다른 작가의 이름 아래 축하의 메시지를 적어주는 공간이었다. 사진과 함께 '오늘부터 다시 스무 살입니다. 작가 김정옥'. 나에게는 내 이름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시간과 공간을 같이 하는 기념식이기에 이런 헤아림이 반갑다. 인스타그램에서 안면이 있는 작가도 있고, 예전부터 아는 작가도 있었만 대부분 처음 보는 작가들이 많았다. 축하의 메시지, 응원의 메시지, 책 내용을 보고 감동한 메시지도 적는다. 30인 모두 자기만의 개성을 담은 글이기에 이 책이 더 다채롭고 감동을 준다.


축하 메시지 보드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다른 작가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적은 후 테이블로 갔더니 테이블 위에 있는 이름이 나를 반긴다. '여기는 당신의 자리입니다'라고 환영을 해주고 있었다. '아무 데나 앉으세요'보다 얼마나 품격이 있는가. 아무 데나 앉는 것과 지정석 이름표 앞에 앉는 것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 출간식에 당신을 초대했고 당신의 공간이 이미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는, 존중받는 느낌이었다. 거기다가 덧붙인 멘트도 감성적이다. '오늘부터 다시 스무 살입니다. 출판 기념회 김정옥 우리, 눈부신 인생을 살아요.'

"오늘 너무 눈부신 인생을 살고 있어요."라고 소리칠 뻔했다.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출간 기념식 행사 식순 팸플릿'에 눈이 간다.

'열정 대학생 작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는 표지 문구.

펼쳐보니 '30인의 열정 대학생 저자를 소개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빼곡하게 놓여있는 사진과 이름들이 실려 있다. '김정옥'. 이제야 내가 이 기념식 주인공의 일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행사를 진행할 때, 이름이 갖는 의미를 다시 새기게 된다. 초등학생들과 그림책 수업을 진행할 때 이름표와 출석부에 사인하던 일이 생각났다. 형식적인 일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자신의 존재감과 안도감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나는 또 얼마나 그들의 존재에 환영과 감사의 인사를 전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기념식장 정면에는 빔 프로젝트로 30인의 저자의 얼굴과 이름을 계속 돌리고 있었다. 당신이 오늘의 주인공이라고 쉴 새 없이 말해주고 있었다. 스크린에는 '내면의 지혜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질문과 책으로 지혜를 찾아 나누며 조화로운 삶을 추구합니다.'라는 소개 문장과 '오늘부터 다시 스무 살입니다. 저자 김정옥'이라고 쓰여 있다. 내가 적어서 제출한 책 속에 있는 나의 소개글인데 여기서도 이름과 만나게 된다.


MKYU김미경 학장님의 출간식 축사와 3명의 대표 저자의 스토리 소개가 있었다. 모두 눈물을 훔치고 박수를 치면서 경청했다. 특히 김미경 학장님은 몇 페이지 안 되는 글이라고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작가로서 자긍심을 가지라는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5페이지 적은 양이라서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이 내 안에 있었음을 어찌 아셨을까.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고 사인을 서로 교환하는 시간이 있었다.

한 권의 책에 30인의 작가들이 각자의 페이지에 사인을 한다. 그 책을 MKYU에 드린다. 그리고 여분으로 주신 책에는 김미경 학장님이 사인을 해서 30인에게 나눠 주셨다. 이 두 책을 한 테이블에 앉아서 김미경 학장님과 교환하는 장면은 환상적이었다. 김미경 학장님이 아닌 작가 대 작가로서 대해 주시는 모습에서 반하게 된다.

이제야말로 내가 내 이름을, 내 이야기가 수록된 페이지에 사인을 하는 것이다. 싸인 말고 이름을 쓰고 싶었다. 내 이름을.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더 빛나는 자리에서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김정옥'이라고 썼다.

사인과 사진을 찍고 나서 핸드폰을 봤더니 사진 배경에 커다란 현수막이 있었고 다시 30인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중 유난히 눈에 띄는 김정옥.


마지막으로 30인의 작가들끼리 서로 이름과 사인을 교환했다. 안타깝게도 오시지 못한 작가도 계셨는데 20여 명의 작가들에게 축하 메시지와 내 이름을 적어드린 것 같다. 김정옥, 김정옥, 김정옥, 김정옥, 김정옥.......


귀가하고 찬찬히 다시 책을 읽어봤다.

책 표지부터 내가 쓴 글에 있는 김정옥, 마지막 뒤표지까지 읽는다.


오늘부터 읽고 있는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집중할까'(도쓰카 다카마사 지음) 책에서도 인간관계는 이름을 기억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이름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나 방금 만난 상대가 자신의 이름을 친숙하게 불러준다면 우리는 경계심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한다. 더 나아가 상대방에 대해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31p)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쉽지 않다. 불린다면, 내가 그만큼 그들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나 또한 그들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아비투스'(도리스 메르틴 지음)에서도 '호의는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고상함을 준다'(259p)고 했으며 '다른 사람을 존중함으로써 그들과 같은 수준임을 드러내고 품격을 높인다'(249p)고 했다. 오늘 참가하시거나 진행한 분들 모두에게서 고상함과 품격을 배워간다.


내 이름을 가장 많이 만난 날이다.

나를 가장 많이 생각한 날이다.

내 이름을 가장 많이 쓰고 가장 많이 읽은 날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 날이다.


이젠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줄 때다!


품격 있는 행사를 진행해주신 MKYU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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