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처음으로 외식, 영화, 볼링까지 새로운 날

이번 설에는 친정에만 가기로 했으나 눈이 많이 오는 바람에 비행기 예약 취소를 했다. 시댁, 친정에는 전화로 안부만 전했다.

설날에 모두 늦게 일어나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두 딸에게 영화 검색을 하라고 했고 외식도 하기로 했다.

결혼 후 처음 있는 설날의 풍경이다. 거의 20년 동안 시댁에만 갔지만 친정에도 가고 싶고 다른 일도 하고 싶어서 겨우 얻어낸 기회다.

일단 영화관에 가서 5명이 나란히 앉아서 1인 샤브샤브를 먹었다.

하루 종일 음식 하지 않고 설날 아침에 누군가 차려주는 아침을 먹는 기분도 새로웠다. 좋아하는 야채과일로 느끼하지 않게 적당량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검은 수녀들 영화 보기

다음은 '검은 수녀들' 영화를 봤다. 무서운 공포영화는 싫어하지만 후기를 보니 그다지 무섭지 않다고 해서 보기로 한 것.

검은 수녀들감독권혁재출연송혜교, 전여빈, 이진욱, 문우진개봉2025.01.24.

기대보다 그리 재미나, 감동이 아쉬운 영화였다.

남편은 가끔 졸기도 하고 아들은 무서워서 손가락 사이로 화면을 보기도 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볼링장.

가족끼리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아들이 볼링장 한 번 가봤다는 말에 가기로 했다.

둘째도 한 번 가봤지만 큰딸은 가 본 적이 없단다.

남편은 셋째가 태어나기 전에 볼링을 배운 적이 있고 동호회도 몇 년이나 다닐 만큼 볼링에 진심이었던 적이 있으나 그것도 옛날 말.

15년 이상 쉬었지만 몸으로 배운 볼링은 기억하리라 생각한다.

애버리지가 200이 되었던 과거 경력이 있으니 잘하겠지.

나의 최고 기록은 120 정도다. 볼링은 생애 5회 정도 가본 것 같다.

오! 역시 돈 주고 배운 자세는 다르다. 개인 볼링공, 손목 아대 장갑, 신발까지 모두 구비해서 창고에 10년 동안 뒹굴다가 이사할 때 모두 버렸다.

5회 던지기도 전에 벌써 남편은 감을 잡았다.

내기가 없으면 재미가 없는 법. 잘 하는 아빠와 고랑으로 빠지는 두 딸이 한 편을 먹고, 나와 아들이 편을 먹고 저녁 설거지 내기를 했다.

1게임은 나와 아들의 승리. 저녁 설거지는 해결.

져서 기분이 나쁜 두 딸이 다시 게임 신청. 내일 아침 설거지 내기

이번에는 아들이 고랑에 자꾸 빠지는 바람에 두 딸과 남편의 승리.

이번에는 아들이 재신청했고 빨래 널고 개는 게임. 두 딸과 남편의 패배.

다시 마지막 네 번째 게임까지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청소기 돌리고 닦기까지.

두 딸과 남편의 승리

평균 83에서 105점까지 가면 갈수록 좋아지는 애버리지. 역시 몸으로 하는 운동은 반복이 최고의 스승이다.

남편은 시골과 친정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에 그다지 즐기지 못했다. 설에는 집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난 이제 조금씩 변하고 싶은 사람이다. 설날에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새로운 일도 하고 싶다.

그런 나에게 오늘은 엄청난 변화의 날.

모두들 의외로 볼링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남편도 오랜만에 해서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모두가 이기려고 하는 마음 승부사 기질이 있어서인지 재밌었단다.

뒷날 모두 왼쪽 뒤쪽 엉덩이가 아프다고 난리다.

고등학생이 아들만 어려서인지 아프지 않고 쌩쌩하다.

누군가에게는 서운하기도 하고 기다림의 날이기도 했겠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날이었다.

설날에 좋은 추억하나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