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0분 동안 우리는 어찌 지내셨는지, 서울 와서 2박 3일 동안의 일을 휘리릭 물어제꼈다.
어색함도 있고 반가움도 있고 이런 상황에서 공연 좌석에서의 만남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안 한 달 살기에서 만난 인연으로 6개월 만에 재회다.
서울 와 있는 인스타 소식만으로 반가워서 만나자고 했고 만날 시간이 없이 혼자 보는 뮤지컬을 같이 보기로 한 것이다. 난, 이런 즉흥적인 만남을 가끔씩 즐기기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난제'라는 뮤지컬은 3인이 출연한다. 나야 다 모르는 배우지만 그녀는 3인 중에 유일한 여자배우인 '이지숙'님을 보러 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여러 공연을 봤지만 실망시키지 않는 배우라고.
며칠 전 인터넷으로 '육룡이 나르샤'라는 지나간 드라마를 1~3회 보다가 말았는데 이렇게 뮤지컬과 딱 덜어지는 역사적 배경이라니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조선의 정도전과 이방원이 이끌어가는 스토리다. 같은 꿈을 꾸면서 조선을 건국했지만 결국은 스승을 죽이게 되는 이야기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나쁘게만 보이려고 하지 않음)하려고 애쓴 것 같다.
귀가해서 남편과 이 역사적 배경을 이야기할 때 이방원은 조선 건국에 이바지한 정도전이 앞으로 자신의 정치를 해나가는 데에 걸림돌이 되기에 걸림돌을 없애버렸을 것이라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칭송받는 세종대왕의 아버지가 이방원이라는 데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했다. 세종대왕의 아버지인 이방원이 스승과 아버지, 형제들을 죽이고 왕이 되었고 그 아들이 세종대왕이라면 세종대왕에 대한 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연관성을 많이 짓지 않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럴싸한 이야기이다. 이방원이 반대세력을 무섭게 처단한 덕분에 세종대왕 시대에는 정쟁에 덜 휘말렸다고 한다.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라니. 뮤지컬보다 남편 이야기가 더 재밌는 걸.
뮤지컬 배우 이지숙 님은 노래나 춤이 자연스러워 눈길이 갔고 왜 이 배우를 일부러 보러 오는지도 알게 되었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를 하셔도 잘하실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 뮤지컬은 분위기가 남달랐다.
공연 내내 관객 들의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자리를 고쳐않거나 고개 돌리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고개를 돌리거나 손을 주무르고 자리를 고쳐 앉으면서 관람했다. 가끔 졸기도 하면서. 이런 집중력이 있는 사람들을 봤나. 거의 20~30대 여성들이었고 커플은 1팀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시간 정도다.
일단 서울역으로 가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시간이 많이 주어진다고 해서 더 반갑거나 감정 전달이 잘 되지는 않는다.
없는 시간을 어떻게 쪼개어서도 만나고, 주어진 시간에 어떤 교감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서로 좋아하는 뮤지컬로 교감을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이런저런 일상의 이야기가 좋았다. 함안 한 달 살이 할 때 같이 동행한 아들은 초6에서 중1이 되었다. 함안 블로그 기자님 만나러 가자고 했더니 친구 만나러 간다고 했다. 여행할 때 덕분에 편하게 자동차로 이동해주셔서 많이 도움받았는데 전할 말이 있냐고 물어보니 "우리 국어 선생님 닮았어." 하며 동문서답을 한다. 국어 선생님을 보며 그녀를 기억해냈다는 말로 그 녀석의 마음을 전했다.
그녀는 함안과 관련된 열쇠고리와 손거울을 선물해주셨다.
어떤 열쇠고리보다도 '함안 삽니다'라는 글이 나의 함안 한 달 살이 여행 추억을 자극한다.
하나 더!, 칠 백 년의 기다림, 아라홍련이라는 글이 박힌 손거울은 그 글귀만으로도 함안을 생각하게 한다.
경남 함안에 있는 '성산산성'에서 연꽃 씨앗을 튀어서 재배한 연꽃 이름이 '아라홍련'이다. 어떻게 튀워냈는지 궁금하고 신기하다면서 서로 눈빛을 반짝인다.
나는 mkyu 공동저자 도서인 '오늘부터 다시 스무 살입니다'를 선물로 드렸다. 각양 각층의 여성들이 어떻게 치열하게 공부하고 책을 읽고 성장하는지 전해드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