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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 리뷰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 독서 리뷰

9월은 독서에 관한 책 4권을 조금씩 읽고 있다. '책 읽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는 곳',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는 재독 중이고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오직 독서뿐'은 처음 읽는 책이다.


20250830_105828.jpg?type=w773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 존 러스킨, 마르셀 프루스트, 독서 리뷰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 제목도 참 특이하다. 참깨는 왕, 물질, 노동을 뜻하며 백합은 여성, 정신을 뜻한다. 참깨와 백합은 균형과 조화를 뜻하며 독서는 영혼을 성장시키는 도구다. 독서에 관하여 이렇게 딱 맞는 비유가 있을까?


존 러스킨은 19세기 영국의 지성인으로 예술, 문학, 사회, 교육 등에 관심을 두고 전문적 식견이 있었다고 한다. 톨스토이와 간디도 그의 사상에 영향을 받고 실천했다고 할 정도다. 이 존 러스킨의 강의 내용을 마르셀 프루스트라는 작가가 엮은 책이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다. 마르셀 푸르스트가 존 러스킨을 알게 된 후 열광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독서에 관한 둘의 조금 다른 의견이다.


러스킨 : 저자들, 즉 지난 시대 최고의 교양인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지혜와 교훈을 주기 때문에 우리 정신적 삶에 있어서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

푸르스트 : 독서의 역할이란 우리를 딱 문턱까지만 인도해 주는 것이고 책에 있는 내용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읽었으며 그때 무엇을 느꼈느냐 하는 것, 독서 경험 그 자체다.


러스킨과 푸르스트가 말하는 독서의 의미를 공감하나 푸르스트 쪽이 더 와닿는다. 책은 읽는다고 모두가 정신적인 삶에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다.


언제 읽었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20대와 50대는 같은 책이라도 받아들이는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디서 읽었느냐에 따라 다르다. 도서관에서 읽을 때와 여행 가서 읽었을 때, 집에서 읽었을 때, 카페에서 읽었을 때와 그 감상이 다르다.

어떻게 읽었느냐에 따라 다르다. 가볍게 훑어 읽을 때와 천천히 밑줄 그으며 읽을 때, 쓰기 위해 읽을 때는 전혀 다르다. 혼자 읽을 때와 여럿이 같이 읽고 나눴을 때는 또 다르다. 어떤 관점에서 읽었는지, 어떤 경험 후에 어떤 시각으로 읽었는지에 따라 또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읽었느냐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독서에 관해서 나름대로 정리를 하고 나누기 위해서 읽고 있다. 그냥 읽는 것과는 깊이와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고 초점도 다르다. 독서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라틴어와 그리스어 사전에서 '영혼'의 의미를 찾아보십시오. 이 단어는 라틴어의 ' 호흡'에 해당하는 단어의 축약어입니다.

- 45P -


호흡이 삶의 질이라고 한 문장이 생각난다. 화나고 거친 호흡은 분노가 가득한 부정의 호흡이요, 러닝 하면서 나는 호흡은 새로운 숨을 넣어주고 폐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호흡이요, 잠잘 때 쉬는 호흡은 평화로운 호흡, 몰입할 때의 호흡은 최고의 집중도를 높이고 단체 작업을 할 때는 호흡까지 맞춰야 한다.


같은 호흡을 한다는 것은 영혼의 결을 맞춘다는 의미일까? 죽으면 호흡은 사라지고 영혼만 남는데 그러면 호흡은 어디로 가는 걸까? 호흡이 영혼이니 호흡이 영혼 따라가는 걸까? 라틴어와 그리스어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영어의 어원인 라틴어와 그리스어라서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배우는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


이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현재 우리 국민들이 지혜 상태로는 이 얼마나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까? 우리 농민들을 총검술이 아니라 독서 훈련으로 키우고, 자객이 아니라 사상가로 이루어진 군대를 조직하고 훈련하여 봉급을 주어 유지하고, 사격장에서 뿐 아니라 독서실에서 국민의 놀이를 찾고, 과녁을 뚫는 총알뿐 아니라 사실을 정확히 조준한 데 포상을 주는 것이! 문명국의 자본가 재산이 전쟁이 아니라 문학을 지원하게 된다는 걸 말로 설명하다 보니 이 무슨 터무니없는 생각인가 싶습니다.

- 78p -


영국 지성인도 영국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방위비 대신에 독서 훈련비, 문학을 지원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특수부대를 사상가로 채운다면 어떻게 될까? 존 러스킨도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했다. 때론 터무니없는 생각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특히 독서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 아닌가.


이 책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두루두루 배경지식을 있거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다. 책 속에 소개한 책들을 하나씩 다음에 읽을 독서로 리스트업 하면서 읽고 있다. 특히 고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하다. 처음은 쉽게 훑어보고 있는 중이며 재독 하면서 더 깊이가 생길 것 같은 책이다. 독서에 관하여 또 어떤 메시지를 줄지 기대하며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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