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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자반 Dec 30. 2020

고흐가 맹자를 만난다면

통섭) 맹자&러빙 빈센트

*음악을 감상하며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Don McLean - Vincent (Starry, Starry Night)*



빈센트 반 고흐. 그의 대표적인 그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생애는 어떠할까? 37살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죽음을 택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영화 '러빙 빈센트'에서는 그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파헤친다. 고흐의 화풍을 따라 영화의 모든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서 제작기간이 10년이나 되는 이 긴 작품은 그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감상 가치가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내가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그의 생애와 죽음을 알게 되고서 생각해보았다. 그가 맹자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 맹자. 공자와 함께 유교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동양철학계의 명실상부한 거장이다. 그러나 맹자가 살던 시대에는 맹자는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철학자였다. 맹자는 역성혁명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신하가 임금을 시해해도 됩니까?


<맹자 양혜왕 下>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역성이란 성을 바꾼다는 뜻, 즉 이미 있는 임금을 폐위하고 다른 성의 임금을 세우는 것이다. 이러한 역성혁명을 지지하는 맹자를 당대 임금들이 당연히 반겼을 리가 없다. 자신이 잘못하면 자신을 죽이고 새 임금을 옹립해도 된다고 말하는 철학자를 누가 환영하겠는가?


제나라 선왕이 물었다.
"탕왕께서 걸왕을 추방하시고, 무왕께서 주왕을 정벌하셨다는데, 그러함이 있었습니까?"
맹자께서 대답하셨다.
"전기에 그것이 있습니다."
왕이 말했다.
"신하가 그 임금을 시해할 수 있습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어짊을 훔치는 자를 일컫기를 적이라 하고 옮음을 훔치는 자를 일컫기를 잔이라 하며, 도적의 잔당인 사람을 일컫기를 '하나의 사내'라고 한다. 하나의 사내인 주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으나 아직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맹자 양혜왕 下 8장>


이외에도 정말 아슬아슬한 대화들이 이어진다. <맹자>를 읽으며 나는 맹자의 철학이 아닌 맹자라는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자신과 뜻이 맞지 않고 옳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추앙받고 있고, 자신이 제안한 사상들은 주목받지 못하는 삶. 맹자도 인간이기에 인정받고 싶은 목표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도 예전엔 그랬다. 착한 딸, 뛰어난 학생, 완벽한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나를 점점 갉아먹었다.


남이 귀하게 해 준 것은 진정 귀한 것이 아니다. 조맹이 귀하게 해 준 것은 조맹이 천하게 할 수 있다.

<맹자>


그러나 맹자의 말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나를 인정해줄 수 있고, 나를 귀하게 여겨줄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맹자를 보면서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생각났다. 현재의 명성과는 다르게 빈센트가 그린 800여 장의 그림 중 생전에 팔린 그림은 단 1장밖에 없었다 한다. 따라서 빈센트는 항상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적인 부분은 동생인 테오 반 고흐가 지원해주었는데 사실 테오도 그렇게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다.


빈센트에게는 그림이 팔리지 않는다는 심리적 압박과 경제적인 부담이 상당했다. 동생 테오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테오의 형편이 더욱 힘들어지자 테오에 대한 죄책감도 빈센트를 짓눌렀다. 그러나 빈센트는 테오에게 이러한 부분을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 빈센트는 결국 모든 것을 혼자 떠안고 무너졌다. 37살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


만약 빈센트가 맹자를 알았다면 어땠을까? 


가끔은 이런 생각에 잠긴다. 만약 빈센트가 맹자를 알았다면 어땠을지. 자신처럼 인정받지 못했던 삶을 살았던 사람이 이렇게 멋진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남의 시선은 필요 없어. 네가 너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중요해, 라는 말을 들었다면 빈센트는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그 둘을 생각하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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