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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설송에 입춘을 담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by 하민영


입춘이었다.

입춘이라 그런지 마음은 벌써 봄을 향해 갔다.

커튼도 새로 달고 집안 청소도 하며 봄맞이를 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 꽤 추운 날씨에 들인 다육이에 물도 주었다.


다육식물은 사막 같은 건조한 기후나 모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육질의 잎에 물을 저장하고 식물을 말한다. 잎이나 줄기, 또는 뿌리에 물을 저장한다. 다육식물로는 선인장, 알로에, 돌나물등이 있다. 이들은 잎에 가시가 있고 두꺼우며 물이 많고 반질거린다. 뿌리는 작은 비나 이슬에도 물기를 빨아들인다. 이슬도 빨아들인다니 놀랍다.


다육이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은 다육식물이 들어와 있다. 꽃집에 가보면 정말 예쁜 다육이가 많고 신기한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다육이는 값도 싸고 키우기 쉽다고 하니 한두 번쯤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다육이를 키우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은 제일 중요한 물 주기를 잘못하여 식물을 죽게 만든다.


어느 해인가는 다육이를 한 달 만에 물을 주며 반나절을 물에 담갔더니 그다음 물러 죽었다. 또 어느 해는 물을 주는 것을 잊고 있다가 죽었다. 다육이는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과습을 조심하고 겉흙이 마르면 물을 주라고 하는데 그것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물이 부족하면 잎이 쪼글거린다고 하는데 그 순간을 포착하기 어렵다. 다육이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밝은 곳에서 키우며 겨울에는 따뜻한 곳에서 키우라고 한다. 열대 사막에 자라는 식물이니 냉해에는 취약하다.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 다육이를 살 때 꽃집 사장님이 겨울에는 두 달에 한번 정도 물을 줘도 된다고 해서 잊고 지냈다. 두 달이 안 되었지만, 입춘을 맞아 다육이에 물을 주려고 보니 어떤 다육이는 잎이 다 떨어졌고 어떤 다육이는 길게 키를 키웠는데 시들 거리고 있었다. 흙은 마른 지 오래된 것 같았다.

급히 소생술로 물을 듬뿍 주고 배수를 시킨 후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며칠 두고 보았는데 세 종류의 다육이는 아무래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 취설송만 쑥쑥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다육이를 키울 때 이름도 모르고 키웠다. 취설송은 글을 쓰기 위해서 검색을 하여 이름을 알아냈다. 예쁘다고만 했지 참 무심했다. 다육이도 모두 이름이 있는데 어째 퉁쳐서 다육이로만 부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의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취설송은 잎이 꽃을 피운 것 같다. 어릴때는 장미 같았는데 자라면서 모습이 달라졌다.

뿌리에 가까운 잎은 초록색으로 손톱크기만 하다. 줄기를 중심으로 여럿 잎이 자란다. 하얀 줄기는 10cm까지 자라는데 아래는 초록색이고 중간에는 분홍색, 위에는 하얀색 잎이 줄기를 중심으로 자란다. 분홍색과 하얀색 잎은 꽃처럼 색깔이 곱다. 우리 집에서는 꽃이라고 부른다. 분홍 꽃이 하얀색과 어울려 삭막하고 건조한 겨울 집안을 환하게 한다.


줄기에는 하얀 실이 가득 붙어 있다. 하얀 털은 병충해 예방을 위해 나온 것이라고 한다. 실은 누에고치의 실처럼 뽑아내면 끝도 없이 나올 것 같다.

취설송은 은은한 향도 난다. 곁을 지나면 돌아보게 할 정도다.

꽃이 예뻐 가족 선물로 샀는데 잘 자라서 더 좋다.


물을 주고 나니 더 자주 취설송을 보게 된다. 물이 과하지 않았는지 잘 자라고 있는지 살펴본다.


입춘이라 반짝 봄 기분을 냈는데 다시 날씨가 추워졌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봄을 내쫓았다. 그래도 취설송을 보면서 이번 봄에는 어떤 식물을 들여볼까 생각하며 봄을 기다린다.



취설송 꽃말 : 천진난만, 순애, 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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