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실의 반대말은?

망각에 대하여

by 하민영


“진실의 반대말이 뭔 줄 아나?”

“진실의 반대말은 망각이라고 그러셨지요.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맞아. 우리가 잊고 있던 것 속에 진실이 있어. 경계할 것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라네. 덮어버리고 잊어버리는 것.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어. 은폐가 곧 거짓이야. 그러니 자네는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떠오르는 것, 들춰지는 것들을 그때그때 잘 스냅하게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진실(眞實)이란 거짓이 없는 사실, 마음에 거짓이 없고 순수하고 바른 것을 의미한다. 사실이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말한다. 사실과 진실이 헷갈릴 때가 많다. 역사에서는 많이 알려진 것만 기억하고 진실보다는 거짓이 생존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진실은 묻히고 덮이기 일쑤다.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가 있는 계엄 관련해서 보면 계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계엄이 정당한지 위헌인지는 헌법재판소에서 따질 일이라고 여기면서도 우리는 그 진실은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어령 선생은 덮어놓고 살지 말고 덮은 것을 들추고 그때그때 잘 딱 부러뜨리라고 말한다.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떠오르는 것을 들추어내서 딱 부러뜨리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논쟁거리를 만드는 일은 골치가 아프고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라 외면하기 십상이다.


이어령 선생은 우리 시대가 가장 감쪽같이 덮어놓고 망각하는 것이 죽음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감쪽같이 덮어둔 것, 그건 죽음이라네. 모두가 죽네. 나도 자네도.”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죽음을 망각하고 산다. 너도 죽고 나도 죽고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진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병원에서 많은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아왔고, 최근 몇 년 동안 가족 몇몇이 세상을 떠나갔다. 아픔과 고통으로 힘들지라도 잘 버텨주기를 바랐지만 죽음과의 싸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세상의 이치라는 걸 알면서도 슬픈 일이었다. 생전에 맞잡았던 부드럽고 따스한 손의 온기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더 이상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그것이 얼마나 서글픈지.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지 않았다. 그들이 다시 살아온다고 해도 더 잘할 자신도 없다.


여러 죽음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죽음은 늘 가까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항상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매일이 선물이라고 여겼다. 오늘 하루 눈을 뜰 수 있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죽음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기보다는 살아 있는 것에 감사했다. 감사한 생활이 진실하게 살아가는 방법인지는 모르지만 삶을 넉넉하고 풍요롭게 가꾸어 가는 방법은 되는 것 같다.


진실하기 위해 기억할 것인지 살기 위해 망각할 것인지 선택의 순간이 있다. 살다 보니 잊힌 경우도 많고, 잊고 살다가도 비슷한 순간이 오면 재소환되기도 한다. 적절하고 건강한 재소환을 위해 진실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글쓰기 모임 라라크루의 금요문장을 적어봅니다.


#라라크루 #하나만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엄마에세이

#간호사무드셀라증후군처럼_간호사에세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