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리 미세먼지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오 개월이 된 아이는 엄마가 불러주는 노래에 맞춰 엉덩이를 들썩인다. 아파트 3층에 사는 아이는 창문 밖으로 펄럭이는 태극기가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태극기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 국기 게양대에 걸려 있다. 바람이 많은 날에는 태극기가 힘차게 나부껴서 엄마가 불러주는 노래에 발을 구르며 춤을 추듯 장단을 맞추면 더 신이 난다.
엄마는 햇살이 좋은 삼월이라 밖으로 나가 산책이라도 하고 싶지만, 미세먼지가 많다는 소식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아이가 없을 때는 미세먼지쯤이야 상관도 하지 않았지만, 어린아이를 둔 엄마는 아이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엄마는 우리나라 봄철에 미세먼지가 많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 인지하게 되었다.
엄마는 출근하는 길에 부장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연일 ‘미세먼지 나쁨’이라 교장님이 학생과 교직원 모두에게 마스크를 배부했으면 한다고 한다. 보유하고 있는 마스크가 충분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였다. 학교에 거의 다 왔을 즈음 부장님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오늘 아침에 곧바로 마스크를 배부했으면 한다고 했다. 보건실에 도착하니 벌써 두 분의 선생님이 보건실 창고에서 마스크를 꺼내고 계셨다. 남자 선생님이 학년별로 마스크 상자를 운반해 주셨다.
엄마는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마스크도 써야 하고 손 씻기를 잘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엄마는 손소독제를 챙겨서 교무실과 각 실에 배부했다. 미세먼지가 많을 때 마스크(KF80, KF94) 착용, 야외활동 자제, 외출 후 손발 깨끗이 씻기, 공기질 정화와 짧은 시간(3~5분 정도) 환기, 충분한 휴식, 물과 비타민C가 풍부한 야채와 과일 섭취, 손소독제 사용 시 주의사항 등을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
우리가 어릴 때는 요즘처럼 심하지 않았는데 어느 해부터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소식이 잦아졌다. 미세먼지가 많다는 것이 봄소식처럼 여겨질 정도다.
미세먼지의 원인은 자동차 배기가스, 자동차, 난방 및 에너지 사용, 산업공정 등에서 발생하고, 황산염, 질산염과 같이 대기 중 반응에 2차 생성되기도 한다. 즉, 산업화의 발달과 인간의 일상생활 변화로 생긴 환경오염이 원인이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모래 먼지인 황사와 다르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1㎛는 100만 분의 1m) 보다 작으며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도 있다. 미세먼지는 직경이 10㎛이하의 먼지로 PM10으로 표시한다. 일반적으로 사람 머리카락 두께와 비교할 때 미세먼지(PM10)는 1/6~1/7, 초미세먼지(PM2.5)는 1/20~1/30일 정도로 매우 작다.
정부에서 미세먼지 정도를 알림 문자로 보내고 소란을 떠는 이유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많기 때문이다. (초) 미세먼지를 흡입했을 때는 폐포까지 침투하여 심장질환이나 호흡기질환을 유발한다. 미세먼지는 흔히 피부 트러블이나 눈병, 비염, 천식, 알레르기 등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봄철 유난히 목이 따끔거리며 기침이 나고, 눈병과 비염 등 알레르기 반응이 많은 이유가 꽃가루도 있지만 미세먼지의 영향도 크다.
코로나 덕분에 마스크를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일상화되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마스크는 불편하다.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날 밖으로 나가 봄의 향기를 느껴야 하는데 대기 중 뿌연 미세먼지만이 가득하다. ‘미세먼지 나쁨’을 알리는 문자에도 봄 햇살을 즐기기 위해 공원이라도 나가고 싶다. 들녘 친구들과 나물 캐던 일을 생각하며 마음껏 쏘다녔으면 한다.
아쉬운 마음은 출·퇴길에 만나는 꽃집 화분에서 꽃 향기로 대신한다. 철쭉, 프리지어, 시클라멘, 수국, 이름을 알지 못하는 꽃 등이 봄이 한창이라며 소식을 전한다. 아무리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라지만 꽃소식과 꽃향기만큼 봄을 알리는 좋은 소식은 없으리라. 화분이라도 집으로 들여 봄향기를 느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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