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세 번째 문집 출간
일기를 쓰고
일기를 나눔 한다?
'하나만' 일기 쓰기 모임에서는 일기를 쓰고 나눔을 한다.
일기는 혼자 쓰는 글이다.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나만의 글이다.
그런 일기를 나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 싶지만, 우리의 글을 책으로 내거나 블로그에 올리거나 소셜네트워크에 올리는 것이 일종의 일기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에세이와 일기는 남에게 보여주는 글이냐 나만 보는 글이냐가 다를 뿐이다.
하나만의 일기 나눔은 혼자 쓴 글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의 내밀한 일상을 일기로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 읽어준다. 자신의 일상 하나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눈다. 글을 잘 썼네, 못썼네, 이런 표현은 좋네, 나쁘네 등등의 품평회가 아니다. 요즘 일상의 즐거움 혹은 힘듦을 나누기도 하고 주제글을 쓴 일기를 나누며 과거를 추억하거나 이야깃거리를 나눈다. 이를 통해 위로하고 치유하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한 달에 두 번 온라인으로 일기 나눔을 한다. 하나만 일기 쓰기의 목적은 치유와 힐링이다. 글쓰기가 향상은 덤이다.
하나만에서 일기 쓰기는 강제가 아니다. 자유롭게 일기를 쓰고 단체 카톡방에 일기장 표지 사진을 올린다. 주제 글을 쓰기도 하고 각자 자유롭게 일기를 쓴다. 매일 쓰는 사람도 있고, 가끔 쓰는 사람도 있다. 물론 전혀 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일기를 쓰지 않고 회원으로 남아 있는 사람도 언젠가는 일기를 쓰고 싶어서일 것이라 생각한다. 한 달에 두 번 일기 나눔을 하고 일 년에 두 번은 얼굴을 대면하여 만난다. 전국구와 해외에 회원이 있다. 회원들이 사는 서울 울산 가평 제주 등에서 만나 우정을 나누고 글을 나눈다. 이름하여 글쓰기 캠프도 진행한다.
한 달에 네 번 주제글을 쓰는데 지난해 주제 글은 다음과 같다.
3월 봄이 오는 소리, 꽃 관찰하기, 시낭송, 4월에는 요즘 들었던 문장, 선거 후 소감, 바람 등 정치이야기, 봄을 즐긴 하루, 5월은 오월의 기대, 가족 모임 후기, 5월에 만난 사람, 고마운 사람에게 편지 쓰기, 6월은 색깔을 보고 느끼기, 소리 듣기, 상반기 돌아보며 하반기 계획 세우기, 7월은 비, 보양식, 더운 하루, 책소개, 멍 때리기, 8월은 더위탈출기, 여름휴가, 혼자영화 보기, 혼자카페 가기, 여름이 가는 것을 느낄 때, 9월은 편지 쓰기, 추석 추억, 가을 열매 줍기, 가을에 생각나는 시와 추억, 10월은 최고의 단풍명소, 시창작, 억새 갈대 추억, 도서관(서점) 가서 책사기, 가을음식, 11월 건강을 위한 음식, 나에게 선물하기, 농촌 자연에서 하루 보내기, 나를 돌보는 방법, 12월 한해 돌아보기, 나를 안아주고 칭찬하기, 한해 고마운 사람 혹은 힘들게 한 사람에게 편지 쓰기,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혹은 송년회 등이다.
주제글은 써도 되고 안 써도 되지만, 일기에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를 때 사용하기 좋다. 단지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혼자 영화 보기, 혼자 카페 가기, 서점가기, 음식 해 먹기 등등 실천하고 쓰는 글이다. 글이라는 것이 생각에서 쥐어짜는 글이 아니라 실천을 해보고 쓰는 글이라 생동감이 있다. 주제 글은 같은 듯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의 회원들의 글을 보노라면 재미있다. 각자 다른 장소에서 살아가는데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단체 카톡방에는 몸으로 실천해 보았던 것을 사진으로 올린다. 아직 뭔가를 시도해보지 않았다면 회원 누군가의 사진을 보며 마음이 동한다.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한해를 계획하고 평가하는 프레젠테이션도 한다. 때로는 캔바나 플러스펜 수채화 그리기 같은 배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회원들이 강의를 하기도 한다.
지난해는 11월과 12월에 한강 특집 독서 모임을 했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독서토론회를 했고, <채식주의자>는 낭송회와 독서토론회를 병행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갖지만 선뜻 책을 읽어내기 쉽지 않은 책이었는데 함께 읽고 토론해서 더욱 풍성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이 되었다.
한강작가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에 대해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 '육체와 영혼,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라고 했다. 우리나라 최초 노벨문학상 선정된 책을 원서로 읽는다는 기분을 하나만 회원들과 만끽했다. 책을 읽고 낭송을 하고 토론을 하는 것이 진정 책을 즐기고 공유하는 방식이며 축제를 즐기는 방법이라는 것을 안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책과 시대와 역사와 함께 한 우리는 행복한 날의 감사를 전했다.
'하루 중 소중한 나와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의미의 '하나만' 모임은 일기 쓰기 모임에서 시작했다. 하나만은 하루 딱 10분 10줄을 쓰자는 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 일기를 쓰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고, 독서모임을 하고 독서 후기도 썼다.
한해 일기를 모아서 문집도 발행했다. 벌써 삼 년이나 되었다. 문집을 발행하게 된 것은 모임의 뭔가를 남기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우리의 흔적인 셈이다. 문집은 우리 손으로 모든 것을 해냈다. 사진도 편집도 글도 모두 회원들 힘으로 했다. 인쇄만 인쇄소에 맡겼다. 문집을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회원들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글쓰기 모임의 기념으로 문집만큼 좋은 결과물도 없다. 문집을 만들다 보면 일기모임에서 별별 일을 다했구나 생각이 들면서 뿌듯하다. 한해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자부심도 생긴다.
일기는 가장 좋은 글쓰기라고 믿는다. 일상을 기록하며 삶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치유하고 힐링하는 글쓰기가 일기 쓰기다.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고, 잘 써야 할 이유도 없고 잘 보여야 할 것도 없다. 욕을 써도 좋고 두서가 없고 마구잡이로 써도 상관없다. 그저 내 마음이 내 펜이 움직이는 대로 쓰면 된다. 한글을 떼기만 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일기를 쓸 수 있다. 일기는 자기 기록의 역사이다. 나는 누구이며 내가 어떻게 살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일기를 보면 금방알 수 있다. 일기는 돈이 적게 들고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셀프 치유법이다. 누군가 만나서 상담하는 것보다 일기를 쓰는 것이 자기 치유와 힐링에 가장 효과적이다. 일기를 쓰면서 자기 치유와 힐링의 경험을 하면 도저히 멈출 수 없다.
일기모임은 셀프치유를 넘어서 집단상담의 효과도 맛본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면 긍정적인 관점도 생긴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스스로 나아갈 길과 방향을 잡게 된다.
일기 나눔은 그저 글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집단상담의 힘을 갖는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점에서는 미숙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전문가이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십시일반 나누다 보면 타인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 자신에게는 손쉬운 영역이 있다. 그 방법을 넌지시 건네기만 해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전문 상담가이고 치유자이기 때문이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힐러들이다.
일기를 읽다 보면 재미가 있다. 각자의 일상이 드러나고 성격도 드러난다. 소소한 일상 같은데 삶의 윤기가 흐른다. 어린아이의 글을 보면 슬며시 미소가 지워지듯 성인일기도 마찬가지다. 일 년 전 일기를 보면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지냈는지 들여다보면서도 흐뭇하다. 그저 그러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재밌다. 일기의 맛이란 잔잔한 미소가 드리우는 은근한 맛이다.
일기도 좋은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에세이로 가공하지 않고 일기자체로 좋은 글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에세이가 될 수도 있지만 날것 그대로의 일기도 좋은 책이 되리라 여긴다. 순수 그대로의 일기를 책으로 내기에는 부담이 된다면 약간의 가공만으로도 좋은 책이 될 것이다.
하나만 일기는 몇 년간 더 꾸준히 써서 회원 모두 자기의 책을 갖기를 바란다. 아울러 하나만 문집을 차곡히 모아서 7인 7색의 책으로 출간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문집 출간회를 하고 사인회를 했던 것처럼 일곱 명이 함께 쓴 일기를 책으로 출간하는 날을 상상하니 흐뭇하다. 언젠가 그런 기쁜 날이 올 것이라 여긴다.
올해는 자서전 쓰기에 도전한다. 회원 중 한 명이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하여 시도하기로 했다. 자서전 쓰는 방법은 잘 모르지만 책을 참고하고 동영상도 찾아보면서 진행하려고 한다.
일기 쓰기 모임이 삼 년 이상 지속되리라고 상상을 못 했고, 다양한 활동을 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매일 혹은 매주 그리고 매년 뭔가를 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 잔잔한 일상의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는 것이 기대 이상이다. 처음이 어렵지 하다 보면 뭔가를 이루게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거침없이 자서전 쓰기도 도전한다. 올해는 어떤 글이 일기장에 블로그에 새겨질지 기대된다. 네번째 문집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도 두근두근 몽글거린다.
하나만 세 번째 이야기 '행복한 날의 감사' 문집 출간을 축하한다.
40대 50대 60대 아줌마들이 만들어가는 글쓰기 세상, 행복한 날의 감사를 전한다.
*문집에 함께하신 김정아, 오현미, 이미경, 전효리, 정회경, 채은영, 하민영 님께 축하의 말씀을 전하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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