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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ephantmatch Production May 22. 2022

2022년 5월 22일 일요일

내가 무얼 노력했나. 응석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 찾아오길 바라는.

*

난 진정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생각하고 상상한다. 짐이 없는 간소한 빈 방에 연극을 올린다. 그 여백의 연극을 내 마지막 즐거운 놀이로 결정한다. 난 이제 결정한 대로 살 수 있다. 이 결정은 죽음까지 이어질 것이다. 이 행태는 나의 조각상이다.  

첫 책은 부테스다. 부테스는 바다에 뛰어들었다. 자살했다. 세이렌의 음악. 태초의 음악 속으로. 난 문장을 곱씹으며 이 글을 쓴다. 이건 미식가가 입 속에 음식을 밀어 넣고 천천히 씹고 맛보는 것과 같다. 난 글을 쓰며 부테스를 씹고 음미한다.

*

한때 난 ebook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환경보호와 미니멀리즘의 차원에서. 모든 책을 없애자. 이제 기계를 이용해서 문장만을 흡수하자. 이 계획은 하지만, 무산됐다. 버리려는 책의 감촉과 손때. 종이의 냄새와 잉크의 활자가 나를 홀렸다. 난 연인의 볼을 어루만지듯 종이의 활자를 따라 손을 따라 댔고 그건 ebook 같은 기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이었다. 대신 내게 꼭 필요한 책들만을 선별했고 타협했다.    

*

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퇴사는 내게 많은 것을 선물했다. 좀이 쑤신다. 잠이라도 잘 수 있다면. 잠이라도 잘 수 있다면. 시간은 혹독하다. 그 우주에 난 갇혀있다. 시간이란 질서는 죽음만으로 회피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잠이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잠은 곧 죽음이다. 당신이여. 잊지 말라. 이 글은 유서다. 시간의 룰에서 자유롭게 된 내가 남길 내 감금의 기록. 옥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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