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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데아 Jan 09. 2019

내 반쪽, 반려동물
결혼하니 이제 버리라고?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가장 갈등을 많이 겪은 대상은 부모님이다.


우리는 따로 살아서 1년에 겨우 며칠을 함께 하지만 부모님은 그것조차도 싫어 고양이를 버리라고 하셨다. 그 세월이 벌써 9년이다. 


나와 살림을 합친 남편도 고양이에 부정적이었다. 연애시절 1년에 몇 번 보지 않은 우리 고양이 때문에 기관지가 나빠진 것 같다는 요상한 말을 했으니 짐작할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우리 고양이를 알뜰살뜰 챙기며 살고 있다. 


부모님도 넘고 남편도 넘었다. 이제 힘든 산은 끝인가 생각한 찰나에 또 다른 부모님이 나타났다. 

바로 남편의 부모님!


시부모님은 내가 고양이와 함께 사는 걸 모르셨지만, 이 사실을 아시고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특히 유부녀라면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를 하셨다.


'고양이를 키우면 아이의 피부에 좋지 않다. / 고양이 털이 아이의 폐로 들어갈 수 있다. / 고양이가 아이를 해칠 수도 있다(=요물이다). / 버려라. (참고로 나는 아이가 없다.)'


우리 엄마 아빠에서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가 다시 반복되고 있다. 그렇지만 부모님과 싸우며 9년간 쌓은 내공이 있으므로, 뒤집어지는 속을 억누르며 그저 미소만 지었다. "네 어머님. 알겠습니다 어머님." 점점 표정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게 모양으로 바뀌었다. 남편이 시부모님께  우리가 알아서 할 문제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된다고 말하면서 사태는 끝이 났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건 절대 끝난 게 아니라고. 만약에 내가 아이를 가졌을 경우 다시 시작될 엄청난 전쟁이라는 것을...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기 전까지 나는 이 친구와 함께 무던히도 많이 싸워야 될 것 같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내 반려동물이 모두에게 사랑받으면 좋겠지만, 이 친구는 내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존재에 대한 사랑도 나에게서만 나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사랑을 타인에게 요구하지 않고, 반려동물에 대한 내 마음을 타인에게 자랑하지도 않는다. 그 마음은 오직 나만 알 수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제삼자들은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다 쓴 물건처럼 버리고 지우라고.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 아는 것이니,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반응할 수 있다고 백번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해는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 버리는 것을 강요하고, 없애는 것이 뭐가 어렵냐고 나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내 인내의 한계를 넘는 일이다. 이토록 무례한 사람들의 태도는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변할 기미가 없다.


몇 번의 고비와 태산을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도돌이표다. 

나 그냥 우리 봉자랑 행복하게 해 주세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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