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짧은 글: 240314
화이트데이가 생일인 친구, 남편에게 선물로 5시간의 자유시간을 얻어 오랜만에 나와 만나 데이트를 나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혼자'가 된 친구는 한껏 꾸민 모습과 길게 붙은 속눈썹, 조금은 짙은 화장에서 그녀의 신남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오늘은 너가 하고 싶은 걸 다 하자!
가보고 싶었다던 카페를 차를 타고 30분을 가서 달달한 아몬드슈페너도 마시고, 같은 공간에 있었던 다른 아이 엄마들을 눈빛으로 응원하며 낮술을 하기 위해 다시 동네로 돌아가기로 하며 걷던 길. 생각해보니 임신하지도 않고 아이를 유모차에 데리고 같이 이동하는 것도 아닌, 그저 나와 내 친구가 둘이 팔짱을 끼고 걷는 것이 얼마만인가, 하는 번쩍임이 들었다. 꽤나 오랜만에 이런 시간이구나 싶어 화창한 날씨와 기분 좋은 바람도 우리의 하루를 응원해주는 것만 같았다.
집 앞에 차를 세우고 낮술하려고 찜해둔 가게가 브레이크 타임이 걸린 것을 보고 깊은 좌절, 을 느낄 여유도 없이 근처에 아무 족발집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족발은 나쁘지 않았고 술도 시원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아무 방해도 없이 친구와 둘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 조금은 오묘했다. 원래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자유부인은 연신 핸드폰 시계만 바라보다 약속된 시간도 되기전에 이제 가보자며 설핏 재촉을 하는데 마음이 조금 씁쓸했다면 이기적인 걸까.
친구를 배웅할 겸 친구 집에 가서 남편과 인사를 하고 아이와도 인사를 나눠본다. 남편은 다시 야간 근무로 집을 나가고 잠시나마 친구 생일의 여운을 늘리기 위해서 같이 집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이를 안기 위해 먼저 진했던 외출용 화장을 지우고 길었던 눈썹을 떼어내는데, 어느새 '여성'에서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법 소녀의 변신이 풀린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 함께 아이를 씻기고 밥을 먹이고 재우며 우리 종종 앞으로도 데이트할 시간을 갖자, 라며 약속하고 추운 밤 따뜻한 집에 친구와 친구 아이를 두며 나는 내 집으로 총총 걸어왔다.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 많은 것들이 변했구나 새삼 느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