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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Mar 15. 2024

유기견일까 2

매일 쓰는 짧은 글: 240315




며칠 째 신경이 쓰였던 유기견 의심견.. 오늘도 공원에 있을까 싶어서 가봤는데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마음을 쓸어내린 찰나. 비슷한 시간대에 공원을 도는 다른 어르신들의 대화에 귀가 갔다.


얘가 밥도 못 먹고 돌아다니고..


얘, 라니 내가 생각한 그 주체가 맞을까. 내가 봤던 그 흰 개일까 싶어서 운동하는 발걸음을 조금 늦추게 되었다.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 강아지의 존재를 슬슬 눈치채고 있었던 것. 그러고는 왜인지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갔더니 다이소에서 사 온 듯한 그릇에 깨끗한 물과 사료가 듬뿍 준비되어 있었다.


아.. 뭔가 갑자기 마음이 이상해지는 기분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유기가 거의 확실해지는 느낌에 마음이 쓰리다가 그래도 당장의 굶주림과 갈증은 해결할 수 있겠구나, 하는 동네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씀씀이에 안심이 교차한다. 날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계절로 가는 것도 조금은 그 안심에 힘을 실어줬다.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해야 가장 옳을까, 고민하면서 걷고 있는데 어느새 공원 한편이 시끄럽다. 시선을 주니 그 강아지가 다시 나타난 것. 고왔던 흰 털이 조금씩 때가 타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듯하면서 곁을 지키는 흰 강아지의 모습. 가까이 가려고 하면 뒷걸음치지만,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 공원 산책길을 돌며 운동하는 사람들의 바로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너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거니..




집에 와서 한참을 고민하며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하다 일단은 동네 당근에 그 친구의 사진을 올려본다. 유기견 센터로 보내는 것도 이게 맞는 일인지 잘 모르겠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아는 것도 없이 너무 무지해 화가 나고 마음이 불편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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