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좋아, 좋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단상

by 왕씨일기

나는 겨울이 좋아. 나는 수박이 좋아. 나는 스릴러 영화가 좋아.


자신의 취향을 알고 나 스스로를 즐겁게 해주는 방법을 아는 것은 건강하고 좋다.

‘나’에 대해 알수록 타인이나 외부에 흔들릴 확률은 낮아지고

넘어졌을 때에도 쓰러진 채로 있는 상태보다 조금 웅크리고 다시 분연히 일어날 힘을 기르게 도움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린 날의 꽤 많은 시간들을 들여 나의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인간인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어 하나.

하나씩 취향을 찾아갈 때마다 헨젤과 그레텔처럼

유한의 시간 속에서 작은 선물과도 같은 빵부스러기들을 찾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이뤄진 곳과 시간들에 있을 때야말로

진정으로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었다.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큰 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아직도 나는 겨울이 좋고, 수박이 좋고,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인간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것들의 매력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나이를 먹은 것 같다.

겨울도 좋지만 여름은 여름대로 좋고, 수박이 좋지만 가끔은 망고의 상큼함도 좋으며,

스릴러 영화의 짜릿함이 좋지만 가끔은 달달한 로맨스물도 좋다.

모든 것들이 그 나름의 반짝거림을 지니고 있어 내가 가장 선호하는 것이 아니어도

그 외 것들도 사랑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겨울을 떠올리면 내가 좋아하는 차들을 포근한 이불속에서 마실 수 있는 계절이 돌아온다는 생각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래서 누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무엇이냐 물으면 망설이지 않고 겨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제는 겨울을 사랑하지만, 겨울은 겨울대로, 다른 계절들은 또 그 나름의 매력으로 다 좋다고 답한다.

봄을 떠올리면 흐드러진 벚꽃이, 여름을 떠올리면 아이스로 마시는 시원한 차의 청량감에, 가을에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마음에 기쁘다.


나이를 먹는 게 마냥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

무언가에 대한 경계와 틀의 개념이 희미해져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된 지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