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이대로도 좋답니다

by 왕씨일기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 모두 단 하나뿐인,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로 어떤 성향이나 성격적 특성이

우위를 차지한다고 말을 할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사실 세상이 선호하는 성격과 가치관은 따로 존재한다고.

마치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들 하지만 선호하는 직업군은 따로 있듯이.


성격이 쾌활하고 남들과 잘 어울리며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외향적이고 에너지를 바깥으로 쏟으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소위 성공을 하기 위해 갖춰야 한다는 요소들을 설명하는

모든 단어 하나하나가 나와는 동떨어진 인간상을 빚는다.


날 때부터 쾌활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 차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 나는 그 타인들보다 부족한 사람이 되는 걸까.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춰 서면 나는 뒤떨어지는 사람인가.

매스미디어에서도 이러한 성향을 부추기는 것만 같다.

젊은 사람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통통 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지녀야 한다는 등의 어떠한 이미지를 매일 알게 모르게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럼 이미 시작부터 출발선이 다르다면 지금의 내가 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

억지로 내가 원래 타고난 성향을 사회에 맞춰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부족함’을 수용하고 어쩔 수 없지,라는 마음으로 체념을 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애초에 저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나는 ‘부족’한 사람인가?


세상 모든 일에 흑과 백이 있듯 이러한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하는 것이고,

모두가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성향만을 지녀도 사회는 마치 무채색의 그림처럼 오히려 무미건조해질 것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는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만이 옳다고, 사회에서 강요하는 인간상이 무조건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는 믿음도 스스로를 새로운 틀 안에 가둬놓는 것도 위험하다.

결국 성격이 어떻든 성향이 어떻든 현재에 마냥 안주하며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사회가 아닌 나 스스로 납득하고 만족스러워할 만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 후에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았을 때 후회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큰 물결 속에서 남들을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으로 무작정 휩쓸려가기보다도

나 스스로 딛고 일어설 땅을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히 만들어 나가는 것.

결국 삶이란 이러한 과정의 무수한 반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