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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Mar 28. 2024

엄마와 함께 하는 대만이란

매일 쓰는 짧은 글: 240328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아닌 다른 사람과 가는 중화권 여행은 항상 부담이었다. 당연하게 나에게 모든 통역과 안내를 기대하는 사람들. 나도 다 처음이고 초행길이고 정신이 없는데 화장실이 어디인지부터 이 물건이 얼마인지까지 모든 순간에 나에게만 의지하는 여행메이트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내 중국어가 굉장히 대단하고 현지의 분들과 완전히 같은 수준일 수는 없지만 일행 중에서는 제일 잘하고 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에게 중화권 여행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에 있어서 ‘무사히‘, ’별 탈 없이‘ ‘잘 해결해 나가기 위해’ 싸워나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 일련의 과정은 누구도 대신 감당해 줄 수 없다는 게 꽤나 벅찼다.


매 순간 잘 해내야 해, 잘 해내야 해, 완벽한 중국어로 말해야 해,라는 강박 속에서 즐거우려고 떠난 여행길에 스스로 사서 하는 고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와 함께 하는 대만 여행이라니.


대만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만에 위치한 중학교에서 지리 선생님을 했던 엄마는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편한 사람이다. 그러니 엄마 곁에서는 모든 통역과 여행 중 발생하는 업무처리는 당연하다고 할까, 엄마의 몫으로 넘어갔다. 나는 길안내와 그 외의 기타 잡무를 맡고. 와, 그런데 이 무슨 신세계인지. 항상 내가 모두의 보호자였었는데 엄마와 함께하니 베이비가 된 기분. 안전하고 안락하고 쾌적한 모든 순간이라니. 아직 남은 여행길이 많지만 벌써 엄마가 먼저 떠나고 나 혼자 대만에 남아하는 여행이 무섭다. 후후 이 순간을 마음껏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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