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명상 가이드에 더이상 속지 마세요
나는 유튜브 명상 가이드를 싫어한다. 너무 싫어서 얼마나 싫은지를 길게 풀어 글로 쓸 정도이다. 그 이유를 간략히 정리해 보면, 첫째로 명상 가이드는 존재 목적인 명상을 안내하는 기능 자체에 위배된다는 점, 둘째로 명상을 모르는 사람에게 명상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강화시키킨다는 점, 마지막으로 (진짜 몰라서 그러는지, 알고도 그러는지) 유튜브에 명상 가이드를 업로드하는 사람들이 이런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한다는 점이 있겠다.
이 글을 통해 명상 가이드에 대한 내 부정적 감정의 원인을 하나하나 풀어보려고 한다. 만약 내 생각이 이치에 맞지 않고 논리적으로 틀리다면, 독자 여러분들은 <아, 이사람은 아마도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똑똑한 사람들에 대해 그저 질투하는 것이구나> 라고 판단하실 테니,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글을 써 보겠다.
나 역시 일상을 유튜브에 기대어 사는 사람이고, 명상을 유튜브에 검색해서 정보와 트렌드를 주기적으로 수집한다. 특히 명상을 파기 시작하던 초반, 나의 명상에 대한 유튜브 의존도는 높았고(마침 유튜브 프리미엄이라 광고 없이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같이 명상 스터디를 하던 분들과 당시 인기 검색어로 올라온 명상 가이드들을 빠짐없이 열심히 들었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유튜브에 올라온 수많은 가이드를 들으면서도 '아 이것이 명상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명상 가이드를 듣는 것은 명상이 아닙니다' 라고 당당히 말하고 다닌다. 더불어, 당시 초심자였던 나에게 이 간단한 사실조차 전파하지 못했던 수많은 명상 안내자들을 비판한다.
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유튜브에 가서 초보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명상 가이드를 재생해서 들어보라. 하나같이 조용하고 편한 자리 찾기에 바쁘다.
조용하고 편한 자리에서 눈 감고 앉아 유튜브를 듣는게 명상이란 말인가?
명상 안내자는 가이드 영상을 찍든, 강의를 하든, 자신의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든, 결국에는 명상을 안내해야 한다. '가이드' 의 뜻이 무엇인가. 특정 주제에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해당 주제를 배우도록 돕는 물건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초심자가 가이드를 따라가며 일관된 무엇인가를 경험할 수 있고, 가이드를 바탕으로 나중에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가이드의 존재 목적이다.
말이 안된다. 내게 있어 유튜브 명상 가이드는 명상이라는 생태계에서 버그 픽스가 시급한 일종의 에러로 보인다. 명상 가이드를 들으면서 명상을 경험하지 못하거나, 나중에 명상을 혼자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하는 것을 명상 가이드라고 이름붙이는 것은 직무유기다. 내가 이완 가이드, 기분이 좋아지는 가이드, 진정을 돕는 가이드 를 갖고 와, 이들이 명상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날뛰고 있다면, 내가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
이완과 진정이라는 목표를 충실히 수행하는 콘텐츠에 갑자기 명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내 말이 그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는 거다. 명상이라 이름붙여진 콘텐츠에 이완과 진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당시 내가 섭렵했던 명상 가이드들의 공통점은 구독자가 많든 적든, 영상의 길이가 길든 짧든 하나같이
명상 하면 떠올릴 만한 그럴듯한 것들을 단지 느리고 편안하게 말하며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가이드들이 정말 명상 가이드가 되려면, 명상의 정의를 '느리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눈 감고 편히 있기' 정도로 내리면 될 것이다(슬프게도 이 대목에서 사실 우리는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엿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명상의 정의를 저렇게 잘못 내리고 있다는 것 말이다).
불행히도 나는 명상의 정의를 저렇게 내리지 않고 명상 상태, 고차원적 자아 탐구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리고 있으며, 편안한 휴식이라는 정의보다 명상의 본질에 가깝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있어 좋은 명상 가이드라면 명상 상태를 안내하고, 고차원적 자아 탐구를 도와야 한다.
나는 명상을 3개 요소(명상 상태, 명상 마인드, 명상 훈련)로 분류하기 때문에, 유튜브 명상 가이드의 의미를 위의 3개 요소 중 어느 하나에서라도 찾게 된다면 그 때는 내 말이 틀린 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본 결과, 명상 가이드는 명상의 3요소 중 그 어떤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째로, (가장 중요한) 명상 상태를 기준으로 볼 때, 명상 가이드는 명상 상태에 도움은 무슨, 절대 그 상태에 들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명상 상태에 들어가면 우리는 그 가이드를 듣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 밖에 없다. 명상이 돌아가는 원리가 그렇다. 우리 외부의 감각정보를 처리하지 않게끔 억지로 힘들게 몸 상태를 만들어 놓았는데 뭐더러 다시 외부의 소리를 들으며 비명상 상태로 돌아간단 말인가? 뭘 계속 하라고 끊임없이 말하는 명상 가이드는, 정보 처리를 요구하기 때문에 상태에 방해가 될 뿐이다.
중간중간 말을 하지 않고 띄엄띄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여러분은 영상의 침묵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언제 다시 가이드에서 말소리가 나올지 캐치하려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오히려 규칙적이지 않고 랜덤한 정보를 캐치하기 위해 여러분은 모르는 사이에 더 바짝 긴장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여러분의 주의 자원은 소리를 듣는 데 할당되어 줄줄 샐 것이며, 가뜩이나 모자란 자원을 낭비해 가며 명상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둘째로, 명상 마인드의 차원에서 명상 가이드를 판단해보자. 명상 가이드에서는 이른바 '좋은 말'을 많이 해 준다. 가이드를 듣는 과정에서 나를 탐구하는데 도움이 될 시의적절한 말(사실은 똑같은 말을 100명에게 뿌리고 우연히 그 말이 필요한 1-2명에게 감명을 주는 형식이지만)을 들으며 자아 탐구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만약 그 목적으로 명상 가이드가 존재한다면, 형식이 틀려먹었다.
자아 탐구에 필요한 정보, 명상 마인드를 위한 방법론을 안내하고자 한다면, 더 많은 정보를 압축적으로 빠르게 제공하는 형태로 영상이 구성되어야만 한다. 인강처럼 칠판 앞에 서서 빔 프로젝터로 미리 정리해온 내용을 쏘며 설명하든지, 아니면 나처럼 브런치에 글밥 빽빽히 글을 쓰는 게 맞다. 우리의 피안내자들은 시간이 없다. 이들은 일상 생활 중에서, 혹은 책상에 앉아, 아니면 퇴근길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없는 시간을 내어 명상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머릿속으로 그 정보가 버릴 정보인지 건질 정보인지 판단하고, 저장하는 일련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상황에 맞춰주지는 못할 망정,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천천히 있어보이는 말을 툭툭 던지는 것 밖에 못한다고? 세상에 어떤 인강이 일부러 배속을 늦춰가며 분량을 늘린단 말인가? 느릿느릿하게 천천히 말한다는 컨셉 자체가, 명상 마인드를 키우기 위한다는 전제와 정면으로 위배된다.
마지막으로, 명상 가이드는 명상 훈련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진 않을까? 명상 훈련도 어떻게 보면 명상 상태에 가기 위한 과정이고, 명상 가이드도 결과보다는 과정에 가까운 성격을 띄고 있으니 말이다. 명상 가이드를 명상 훈련의 일환으로 이 악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명상 훈련을 너무 만만하게 본다는 점에서 명상 훈련이 서운해할 지 모른다. 일상 훈련이든 전지 훈련이든, 각각의 훈련을 구성하고 있는 세부 과제들은 그 하나하나가 어렵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그 자리에 명상 가이드가 낄 자리는 없다.
예를 들어, 시각장에 맺힌 잔상의 유지를 늘리는 과제는 일상 훈련 및 전지훈련 모두에서 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과제다. 하지만 이 과제를 처음 해보는 사람은 설명을 듣고도 감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이 과제가 만만해지게 느껴지기 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래도 이 과제를 하는 것은 명상 상태에 드는 어떤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지 나름대로의 기반 원리가 있고, 반복 시연을 통해 숙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명상 가이드는 어떤가? 어제 본 영상을 내일 또 보는 게 훈련만큼의 도움이 될까? 한 영상 보고 지겹다 싶으면 비슷한 다른 가이드를 찾아 또 듣지 않을까? 혹은 어떤 가이드가 마음에 와 닿아서 여러 번 돌려외워질 만큼 보고 나면,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가이드 없이 스스로 무엇이든 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 때 무엇을 할 지에 대해서 훈련만큼 가이드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나는 없던 것 같다.
너무 부정적인 얘기만 늘어놓다 보니,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도움은 못드릴 망정 감정 쓰레기를 드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뭐라도 건질 것을 드려야 할 것 같다는 압박에, 그나마 제대로 된 유튜브 명상 가이드를 선택하는 안목을 기르기 위한 몇 가지 판단 기준을 드려 볼까 한다. 이 역시 명상의 3요소 별로 정리해 보았다.
먼저 명상 상태에 도움 되는 괜찮은 가이드를 찾기 위한 판단 기준이다. 명상 상태에서는 눈을 감고 있으니 당연히 뭘 볼 수가 없고, 그러면 영상에서 남는 것은 청각일 것이다. 사실 초심자에게 가장 좋은 것은 '안 듣는 것'이다. 듣지 않는 생소한 상태에서 생각보다 많은 내면의 소리들을 경험할 수 있고 그것도 한번쯤 거쳐가야 할 단계이다. 하지만 혼자 명상하기는 뭔가 부담되고 기대고 싶은 것이 필요할 때, 명상을 위한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뭔가를 들어야겠다면, 그래도 음악은 배제해야 한다.
가사가 있는 노래는 당연히 정보처리가 들어가 안되고, 재즈나 클래식도 안된다. 가사가 없는 음악 속에는 고유의 법칙과 진행, 스토리라인 등의 규칙이 있다. 이 역시 비언어적이라도 처리되어야하는 정보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주의 자원을 알게 모르게 잡아먹을 것이다. 정말 무언가를 들으면서 명상 상태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최후의 보루로 장작 타는 소리, 빗소리, 파도 소리와 같이 정보 처리를 요구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쉽게 처리가 무시될 수 있는 형태(흔히 화이트노이즈라고 하는)의 소리'만' 있는 명상 가이드를 찾아야 한다(그리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뭘 들으며 명상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함을 스스로 경험해야 할 것이다).
영상을 선택할 때는 최대한 인위적인 요소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소리여야 하고, 명상 시간 동안 끊어지지 않게 충분히 길어야 하며, 어떤 패턴이나 반복되는 요소 역시도 없어야 한다(짧은 길이의 영상을 반복재생 하면 안된다). 아래의 영상은 내가 좋아하는 명상 bgm이다. 물론 나는 일할 때나 평소에 틀어놓고 명상 할때는 듣지 않는다.
명상 마인드를 키우고 싶어 알맞은 명상 가이드를 찾고 있다면, 명상과 관련된 강의를 찾아 들으면 된다. 꼭 영상이 아니어도 되고, 글이나 책을 선택해도 된다. 유튜브는 수익화를 위해 최소 10분 이상으로 영상을 만들어야 하고, 콘텐츠 가뭄을 겪지 않기 위해 여러 영상에 나눠 정보를 담아 계속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정보량이 의도적으로 적어질 수 밖에 없고, 배속을 해서 영상을 보는 것 보다 책 한 챕터 읽는 것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사실 꼭 뭔가를 볼 필요도 없다. 초심자의 입장에서는 명상과 관련있는 주제에 대해 화두를 잡고(화두선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보는 것도 꽤 도움이 된다. 물론 명상에서는 기본적으로 생각을 무시하고 내려놓고 끊을 것을 제시하지만, 많은 현대인들은 무시하고 끊기의 전 단계인, 생각을 들어주는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 또한 거쳐가야 할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굳이 영상을 봐야 겠다면, 다른 글에서 추천한 홍익학당도 좋고, 불교 명상과 관련된 세미나 영상을 봐도 좋다. 1-2시간 되는 영상이 대부분이지만, 배속으로 보거나, 2번에 걸쳐 끊어 시청하면 그만이다. 물론 업로드된 영상의 포멧은 정말 제각각이다. 입맛에 맞는 것을 선택해 진득히 듣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혹시 약간의 영어 실력이 된다면, 제발 영어로 검색해서 자막과 함께 시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비영어권 시청자를 위해 또박또박 발음하고 자막하는 인도 아저씨의 명상 소개 영상이라는 점에서 아래의 영상을 추천한다.
명상 훈련을 위한 유튜브 영상은 아쉽게도 없다. 훈련은 뭔가를 보거나 들으며 하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혼자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상 훈련은 마음챙김 명상 쪽에서 괜찮게 다루는 정보들이 많은 것 같다. 혹은 명상 훈련에 대해 내가 설명해 놓은 글을 읽으면서 아주 작은 과제라도 좋으니까 '오늘은 이거나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짧게짧게 연습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혹여나 내가 나중에 필요를 느껴 명상 훈련법에 대한 안내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한다면, 그 때 관련 링크를 달도록 하겠다).
아뿔싸, 분량 조절 실패다. 쓰는 내 입장에서도, 읽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도 하나의 긴 텍스트보다 주제별로 정리된 짧은 텍스트를 여러개 드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2부 혹은 3부에 걸쳐 한 꼭지씩 정리해 보겠다.
명상 상태에도, 마인드에도, 훈련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나는 가이드라고 인정할 수 없다. 지금의 유튜브 명상 가이드를 가이드로 인정하면 내가 여태까지 설명한 모든 것들이 아무 의미 없는 말장난이었음을 고백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내가 설명한 것이 무조건 맞다, 혹은 포기하기 아깝다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앞서 내가 얘기한 것들은 열심히 고민했고, 내 스스로 자명하다고 결론을 냈으며, 그 결과 책임 지고 다른 사람에게 전시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이것이 전시된 순간, 나의 말에 동감한 사람들까지 내 책임의 범위가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나름의 각오를 다진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그냥 심사가 비틀려 꼬인 마음에 아무나 잡고 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