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뒤에는 넷플릭스의 숨겨진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 더글로리는 왜 파트1,2로 쪼개보기 방식을 선택했을까?
- 넷플릭스의 콘텐츠 공개 실험
- 이제는 주연 뿐만 아니라, 조연도 이렇게까지 설계한다?
지난 3월 10일 금요일, 여러분은 무엇을 하셨나요? 오후 5시에 공개되는 더글로리 파트 2를 정주행하기 위해 반차를 내는 직장인들이 뉴스 기사에 날 정도였는데요. 실제로 공개된 첫 주에만 1억 2천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TOP10에서 비영어권 TV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2023년 최고의 흥행작답게 ‘더글로리’를 검색하면 수많은 기사와 영상들이 나옵니다. ‘학교폭력 메시지’, ‘송혜교의 연기 변신’, ‘김은숙 작가의 장르 도전’ 등으로요. 그런데 마케터 시선에서 더글로리 흥행을 ‘분석’한 콘텐츠는 찾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팔레트의 법칙에서 더글로리가 어떻게 큰 화제성을 갖게 되었는지 ‘콘텐츠 마케팅’ 관점에서 분석해봤습니다. 콘텐츠를 기획하는 마케터라면 꼭 알아야 할 3가지 전략, 바로 소개해 드릴게요!
지난 1월, 더글로리 파트 1이 공개된 후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더글로리 보지 마세요’라는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주인공의 복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파트 2를 보기 위해서는 두 달이나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었죠. 최근 넷플릭스는 OTT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전편 공개 외에 순차 공개, 파트제 등 다양한 방식을 선보이는데요. 왜 넷플릭스는 더글로리에 ‘쪼개 보기’ 방식을 선택했고, 이 전략을 통해 어떤 마케팅 효과를 얻었을까요?
파트제는 한 마디로 ‘구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입니다. 파트2가 공개될 때까지 시청자들이 구독을 유지할 것이라는 ‘락인 효과’를 기대한 것이죠.
락인 효과 : 고객이 상품, 서비스를 이용하고 나면 다른 상품, 서비스로 ‘이용 이전’을 하지 않는 현상
기존 전편 공개와 다르게 파트제는 시청자들의 시청 기간을 통제하게 되는데요. 넷플릭스는 이 기간을 오히려 시청자들이 콘텐츠에 대해 탐색하고 소비할 수 있는 마케팅 효과로 활용했습니다.
더글로리에 과몰입한 시청자들은 파트2를 기다려야 하는 아쉬움을 2차 창작물 제작과 공유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멋지다 연진아~’, ‘너네 주님 개빡쳤어’, ‘넌 모르잖아 ~세상’ 등 명대사는 밈 화 되어 SNS 썸네일과 캡션으로 활용되었고요. 수많은 패러디를 비롯한 2차 콘텐츠 생산은 무려 3달간 이뤄지면서 파트 2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4도 파트제로 공개됐었는데요. 넷플릭스 CEO인 테드 사란도스는 해당 사례를 통해 ‘파트2가 공개될 때까지 그 전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청자들이 대화를 이어가고 넷플릭스 브랜드에 대한 열정이 높아졌다’며 일정 기간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과도한 수익을 목적으로 하거나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지 않는다면 팬들의 2차 창작물을 방치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사람들의 시청 기간을 통제함으로써 창작물이 확산되는 기간으로 활용한 넷플릭스, 콘텐츠의 힘을 통해 얼마나 구독자를 잡아 두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는 파트2 공개 일주일 전, 파트1을 시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테스트 형식의 참여 이벤트 <더글로리 중간고사>를 오픈했습니다. 드라마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잘 기획했네! 라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넷플릭스의 진짜 계획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의 시청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한 이벤트라는 것인데요.
우리는 콘텐츠로 다양한 공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실험이든 결국 구독자에게 콘텐츠를 보는 방식에 대해 선택권을 주려는 거고요. 콘텐츠에 무엇이 가장 좋은 방식인지를 파악하는 겁니다.
- '피터 프리드랜더', 넷플릭스 북미 드라마 부문 대표 -
보시다시피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파트1 내용을 복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파트2를 기다리는 과몰입러들의 기대도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파트1을 다시 시청하도록 유도한 기획이죠. 또한 넷플릭스 유튜브에서는 주요 출연진이 직접 중간고사 문제를 풀고 정답을 확인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참여를 유도했는데요. 문쌤으로 활약 중인 빠더너스의 중간고사 해설 영상에는 ‘파트1을 안 본 사람에게는 예습 영상이면서, 파트2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복습 영상이면서 파트2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영상이라며 넷플릭스 기획력 인정해줘야 한다, 천재적이다’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사용자 참여 이벤트를 통해 이미 공개된 회차의 N차 시청과 공개될 회차에 대한 기대감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냈는데요.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이벤트를 기획 중이라면 참고해보세요!
지금까지 넷플릭스 콘텐츠 공개방식과 홍보 이벤트를 분석해봤는데요. 어차피 콘텐츠가 재밌으니까 다 잘 된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면서 사람들이 어떤 포인트에 반응한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사적 복수’ 소재입니다. 더글로리는 학교 폭력으로 인생이 무너진 문동은(송혜교)이 인생을 걸어 가해자에게 치밀한 복수를 하는 이야기인데요. 최근 흥행한 ‘K-복수극’ <모범택시>, <약한영웅>을 함께 살펴보면 피해자의 역습과 대항이 주요 서사로 활용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 즉 피해자인 주인공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정당한 보호를 받지 못할 때 최후 선택으로 사적 복수를 선택하고요. 이에 시청자들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응징에 쾌감을 느끼며 환호를 보내는 것이죠.
학교 폭력은 더 이상 학교 내에서만 벌어지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이제 범사회적으로 인식되는, 공분의 버튼을 누르고 쾌감의 전환이 용이한,
만인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공감대의 영역에 놓인 사회적 문제라는 것이다.
- '민용준' 칼럼니스트 브런치 중 -
두 번째로 주목해 볼 것은 입체적으로 설계된 조연과 악역 캐릭터입니다. 파트1이 공개된 후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주연만큼이나 ‘나이스한 개새끼’ 하도영, ‘매맞지만 명랑한 년’ 강현남 등 조연 캐릭터 설명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는데요. 더글로리 팬들은 악역 5인방을 ‘동은오적’이라 칭하며 ‘동은오적 세계관’, ‘동은오적 관계성’ 등 2차 콘텐츠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봄날의 햇살’, ‘권모술수’, ‘서브아빠’ 등 조연 캐릭터에 별명을 붙이며 바이럴 되었던 것, 기억하시나요? 이제는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 배우 캐릭터뿐 아니라 각 조연 캐릭터의 디테일한 설계가 흥행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주인공을 둘러싼 캐릭터들에게 입체적인 설정을 부여해보세요. 시청자들은 자발적으로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둘러싼 관계에 대한 2차 창작물을 끝없이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배다솜님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