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몰입과 선택의 경험

꼴찌의 대학 입학기

by 김성원


대학 최종 합격 결정 이후 1주일 1~2번은 가족이 함께 저녁에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한다. 술 한잔에 어제, 오늘 각자의 근황과 세상 이야기를 하고, 술기운이 조금 느껴질 때면 지난 시간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지금은 무용담처럼 아들 학창 시절 추억을 말하지만, 돌아보면 순간순간이 도전이었고, 선택이었다.


아들은 고등학생으로 4년을 생활했다.

6개월 간의 호주 어학연수와 중국 북경에서 고등학교를 전학을 한번 하면서 1학년 2학기를 두 번 재학하며 고 3이 되었다. 중학교 성적을 기준으로 한국에서는 도저히 대학을 갈 수 있는 실력이 되지 않았다. 북경으로 유학을 보낼 때만 해도 어느 대학이든 들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것이 아들을 힘들게 한다면 우리 부부에게 대학은 선택사항이었다. 다행히 아들은 초, 중학교의 뒤처진 실력을 극복하면서 고2 2학기부터 학교 진도를 따라가며, 수업과 공부에 몰입하기 시작하였다.


고2 때 북경의 아들 담임 선생님과 진학 상담할 때만 해도 인민대학교를 목표로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에는 인민대학 입학도 꿈같은 상황이었다. 고3이 되어 인민대학은 무난하고, 칭화대와 북경대를 목표로 설정해 보자고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칭화대와 북경대로 목표 수정이 되면서 나는 아들에게 푸단대학교를 추천하였다. 출장으로 중국 상해를 몇 번 오갔던 나에게 푸단대학교를 아들이 관심 가져 주길 바랐지만, 아빠의 의견을 아들에게 전달을 하고, 담임 선생님과 상담 후 스스로 결정하게 하였다.


칭화대 면접 기회가 주어져, 면접을 보았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북경대를 목표로 공부하던 중 푸단대학교의 면접 기회가 주어졌고, 아들은 다행히 푸단대학교에 합격하였다. 중국 대학입시 시스템은 원하는 대학교에 개별 시험을 볼 수 있고, 그중에서 입학이 결정된 대학교 중 학생이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하는 시스템이다. 푸단대학교 입학 자격을 취득 후 다시 북경대 준비를 위해 하루 18시간 가까이 공부에 몰입하였다. 아쉽게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아들은 크게 상심하지 않았다. 아들 표현대로 하면 보험성격의 푸단대학교 입학 자격이 있기에, 아쉽지만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대학 문턱조차 갈 수 없었던 아들!

그런 아들에게 우리 부부는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고, 스스로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고 싶어다. 그래서 아들의 교육 방법에 대해 많은 생각과 대화를 평소에 자주 하였다.

우리 부부의 아이 교육 방법은 몰입과 선택의 경험을 키워주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기회 제공은 부모로서 아이와 함께 하는 큰 도전이자, 모험이다. 아빠인 나는 새로운 도전에 대해 중요시하였고, 엄마인 아내는 아이와의 감성적 교감을 소중히 하였다.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나이가 되어 갈 때 아내와 나는 아들을 화교 초등학교 입학을 논의하고 결정을 하였다. 화교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화교 유치원을 먼저 입학해야 했기에 우리는 수원으로 이사를 결정하였다.

화교 유치원과 초등학교 결정은 아이에게 공부가 아니어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부모로서 제공해 주고픈 희망이었다. 그리고 화교학교 교육 방식은 경쟁에 내몰리지 않고, 학교 안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생활하는...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적은 학교 생활로 알려져 있어 결심한 것이다.


몰입의 경험을 위해 아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가족회의를 통해 대화하고, 충분히 아들 의견이 전달이 되도록 하였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아들에게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까지 중도 포기하지 않고 다녀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였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몰입하고, 책임감을 갖길 바라는 의도였다.

아무리 재미있고, 하고 싶은 것이라도, 어느 순간에 힘이 들고, 마음이 변할 수 있기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생각을 열어주고, 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된 몰입감이 주는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아들과 우리 부부와의 대화는 유치원 때부터 시작하였고, 가능한 주고받는 대화에 집중하였다. 어리다는 생각보다는 경험 차이가 있는 사람으로 존중하려고 노력을 하였다.

아들은 하고픈 것들에 재미를 느끼며, 엄마,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한 축구는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고, 태권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하여 중학교 때까지 2품을, 미술학원은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5년 동안 다녔다. 축구와 태권도 미술은 아들에게 몰입의 경험을 준 좋은 계기가 되었다. 아내와 난 아들이 몰입을 경험하면 언제가 아들이 공부의 필요성을 느낄 때 집중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고2부터 아들은 공부에 몰입을 하였고, 공부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축구와 미술 그리고 피아노를 치면서 자신을 다스려갔다.


선택의 경험에서 우리 부부가 설정한 기준은 선택 후의 방향성을 아들에게 가이드하는 수준까지로 하였다. 아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가족회의를 할 때 선택에 따른 다양한 방향과 예측되는 장단점을 가이드해 준다. 아들에게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경험하도록 하였다. 엄마와 아빠라는 수직적 구조가 아닌 가족이라는 수평적 구조에서 서로의 의견과 경험 존중하면서 선택에 대해 논의하고, 선택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도록 가르쳤다. 화교 유치원 입학은 우리 부부의 선택이었지만, 북경 유학과 호주 어학연수는 아들이 스스로 선택을 하였다.

우리 부부는 공부 관련한 것은 아들 학창 시절 동안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때까지 학과 수업과 연관된 과외와 학원은 전혀 보내지 않았다. 아들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2와 고3 1학기 때는 아들이 학원과 과외를 요청하여 지원했었다. 스스로 선택을 하면 책임감이 강해진다. 그것이 선택 경험의 가장 큰 보람이다.


2021년 9월이면 아들은 상해로 갈 것이다.

아들 인생에서 또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몰입하며, 선택의 연속에서 성공과 실패와 좌절과 환희를 경험할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50이 훌쩍 넘어 버린 우리 부부는 알기에... 아들의 삶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