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케냐 여행 후기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내가 아프리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원시적 모습을 보고 경험하고 싶었던 것이지만 여행을 통해서 교육의 힘보다는 무서움을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각종 서적이나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면 밀림, 동물원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동물들의 모습과 의식주와 관련된 사람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문명과는 거리가 먼 미개한 원시 부족 모습들 뿐이었다.


여정의 첫 목적지였던 마사이 부족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국립공원으로 갔다.

그곳에서 2박 3일 동안의 일정이 잡혀있었다. 대한민국 시골의 볏짚 지붕을 한 독채 들 한가운데에는 멋진 수영장이 있는 리조트가 나의 숙소였다. 워낙 드넓은 지역이라 하루에 한 개의 코스를 정해 사파리 투어를 하는 일정이었다. 재수가 좋으면 많은 종류의 동물들을 볼 수 있다는 설명에 한껏 부푼 희망을 품고 출발하였다. 얼마 가지 않아 지평선 멀리 사진으로만 보았던 아프리카의 만년설이 덮인 킬리만자로 산을 볼 수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순간 그것으로 다 되었다는 마음들었다. 무엇을 더 볼 이유 같은 생각을 오랫동안 하지 않게 만든 광경이었다. 그 광경을 배경으로 한참 동안 차를 이동하였지만 이렇다 할 동물들은 볼 수 없었다. 관광객이 나를 포함해 프랑스에서 온 노부부와 사진작가 한 사람 총 네 명이었고 운전과 설명을 맡은 가이드와 무장 한 군인인지 경찰인지 모르는 가드 두 명이 별개의 차량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호텔에서 준비하여 온 점심을 먹으려고 커다란 나무 그늘을 찾았고 가이드와 가드는 별도로 개인이 준비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우리의 메뉴는 과일과 샌드위치 그리고 닭날개와 핑거푸드이었고 그들은 떡과 같이 생긴 음식과 나무 열매 같은 것을 준비하여 왔다. 나는 호기심에 그 떡과 같은 것을 조금 달라고 하여 맛보았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아무런 양념 없이 있는 그대로를 구워 먹거나 날로 섭취하는 모습만이 내 기억 속의 현지인들의 음식 문화였기 때문이다. 나누어준 음식을 입에 넣었다. 달콤함과 고소함이 정말 대단했다. 설탕이나 꿀을 넣었냐는 질문에는 단호히 “ NO"라고 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 가드의 무전기로 방향을 알리는 수신음이 들려왔고 우리는 그 방향으로 향했다. 한참을 달리는 차 정면 멀리 얼룩말들이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알고 있는 단어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그냥 “와……” 로 표현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 바란다.



ron-dauphin-k-8-eX4Y3no-unsplash.jpg Photo by Ron Dauphin on Unsplash


가이드가 우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백 달러를 지불하면 얼룩말 한 마리를 사냥할 수 있고 저녁에 리조트에서 먹을 수도 있다고 하였다. 여행객 네 명은 흔쾌히 승낙을 하였고 우리들 중 총을 사용할 사람은 없어 대신 사냥해 주기로 하였다. 나중에 리조트에 문의한바 합법적으로 산란철과 새끼를 제외하고 최대 마리수가 정해져 있다고 하였다. 우리를 태운 차는 얼룩말들의 후미를 향해 달렸고 나머지 한대는 얼룩말들이 향하는 쪽을 향하여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 편의 짧은 영화를 찍는 기분이었고 얼룩 말이 선두를 향해가던 차가 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사냥은 성공적이었고 가드 차량에 실린 얼룩말은 우리와 함께 리조트로 돌아왔다. 저녁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식당으로 가는 도중 커다란 바비큐 통을 보았고 그 안에 오후에 사냥한 얼룩말 고기가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리조트 안에는 나와 함께 사파리 투어를 한 팀 외에도 여러 명의 투숙객들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모이자 주방장인듯한 사람이 다른 손님들에게 오늘 저녁의 주재료인 얼룩말을 사냥해온 팀이라고 소개하였다. 다른 손님들은 박수를 치며 과연 그 맛이 어떨지를 궁금해하며 식당 안은 파티장과 같은 분위기로 변했다. 드디어 잘 구워진 고기들이 큰 접시 위에 올라왔고 그 옆에는 각종 소스들이 담겨있는 그릇들이 대여섯 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각 접시마다 고기를 썰어줄 사람들이 있었고 마지막에 서있는 사람은 각 소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나는 당연히 스테이크 소스나 겨자 종류를 생각하면서 소스 앞에 서서 설명을 들었다. 준비된 소스들 중 내가 알 수 있는 소스는 하나도 없었다. 꽃이나 나무 열매 그리고 나뭇잎을 이용한 소스들이었고 고기와의 어울림은 서양의 그 어떤 고기를 위해 개발된 소스와 비교되지 않았다. 단맛, 쌉쌀한 맛 약간 매콤한 맛 등 다양한 맛이 있었고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어떤 화학적 조미료를 섞지 않은 자연 그대로라는 점이었다. 한국음식이 더 익숙한 나만의 느낌이었다면 이 내용을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육식이 익숙한 나머지 서양인 손님들 모두 각각의 소스 맛에 감탄하였다. 개중 도전을 원치 않아 익숙한 소스를 요청했었던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먹어보고는 모두 환호하였다.


미개한 모습으로만 보여 왔던 이 사람들의 식재료와 맛을 보며 소금과 후추가 양념의 전부인 서양과 비교하였을 때 과연 누가 더 미개한 것인지. 하나의 맛을 가지고만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 이겠지만 우리가 교육받은 것은 그저 과학문명에 의한 인류의 자연정복과 편리함에 기본을 둔 서양 문화의 이기심이 거의 전부였던 것 아닐까 생각된다. 한쪽의 우수성을 위해 다른 한쪽을 완전히 망가져있는 모습으로 보여줄 필요까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머지 일정 들 속에서도 이 사람들의 직조 기술이나 패턴 그리고 염색 등을 경험하며 음식에서 느꼈었던 서양식 문명 중심의 생각이 편협된 것임을 느꼈다. 그리고 세계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추천한다한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석양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우주를 가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는 감정, 인간이 한낱 먼지 같은 존재란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꿈만 같았던 열흘간의 휴가가 왜 그리도 짧게 느껴졌는지 아쉬움이 많았지만 내 생각이 좀 더 객관화되고 영혼이 살찌워진 뜻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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