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케냐로의 첫 휴가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뉴욕 센트럴 파크가 물들기 시작할 때 HR은 내게 열흘간의 휴가를 주었다.

사실 1 년의 5일 간의 휴가 기간이 주어져야 했지만 우리 일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휴가와는 관계없는 형태와 구성이었기에 거의 포기하고 지냈지만 2년만에 그것도 우리 팀내에서 최초로 휴가 명령(?)이 떨어졌다. 동료들도 본인들이 휴가를 받은 것처럼 좋아하였다. 다음은 본인도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으니 말이다. 막상 휴가는 받았는데 무엇을 할까에 대한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냥 쉴까, 한국을 갈까 아니면 어디를 갈까 수많은 생각 끝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출장으로라도 갈 수 없을 것 같은 아프리카를 선택하였다.


이유는 세상 모든 문화의 집합지인 뉴욕이란 도시에서 최첨단 기술이나 기계들과 함께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2~3년을 먼저 사는 것 같은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한국에서 TV로 보았던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나 치열한 삶의 원시 그대로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


역시나 목적지인 케냐를 비롯한 일련의 휴가 계획서(?)를 제출하였고 HR의 서명과 함께 뉴욕 파리 간 왕복 항공권과 소정의 휴가비가 정부로부터 지급되었다. 휴가였지만 출장용 페이저가 지급되었다. 처음엔 휴가 중에도 필요시 업무 지시를 하려나 보다 하고 오해했었지만 처음 휴대했었던 페이저와는 달리 휴대자를 위한 GPS 추적장치가 내장되어 있어 유사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나름의 배려였다.


뉴욕을 출발 파리를 경유하여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오후 늦게 도착하였다.

HR의 심부름으로 대사관에 전달할 봉투를 받으러 공항으로 나온 대사관 직원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고 호텔까지 함께 동행해 주었다. 체크인을 한 후 나는 편의 제공에 대한 보답으로 저녁을 사기로 하였고 흔쾌히 응해주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호텔 내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 직원은 나로부터 받은 봉투를 내게 다시 전해 주면서 열어 보라고 하였다.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보니 두장의 팩스 문서가 있었다. 그것은 두 곳의 케냐 국립공원 투어를 위한 각각의 바우처였고 나의 보스 HR의 손글씨가 적힌 메모장이 클립에 꽂혀있었다.


‘그동안 너의 수고와 헌신에 개인적으로 고맙다. 나의 선물이다. 마음껏 즐기기를.. 추신: 극비사항’


약간 멍하고 있는 사이 HR이 대사관 직원에게 연락하여 케냐에 가볼 만한 곳을 물어보고 사전에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우선 굉장히 무조건 고마웠고 뉴욕에서 내게 여행 준비에 대해 물었을 때 자연을 보고 싶어 여행사가 추천하는 프로그램을 고르는 중이라고 말했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때 HR이 그런 것은 현지에 가서 해야 더 정확할 것이고 호텔이 추천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말한 이유를 알았다.


뉴욕에서 알아본 케냐 투어 금액이 상당히 고가였었는데 그것도 두 곳을 모두 예약하였으니 HR은 상당한 금액을 나의 휴가를 위해 지출한 것이다. 사람의 심리란 것이 아니 나만의 심리일 수도 있지만 그냥 상대의 선의를 고맙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끝나면 되는데 “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HR의 ‘당근과 채찍’ 수단을 지난 2년 동안 경험한 나로서 마냥 편하게만 즐길 수는 없는 심정이었다. 어찌 되었든 휴가 동안 할 것이 생겼고 우선은 2년만의 휴가를 즐기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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