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념 익히기 -
회사에서 영업담당 임원이 되었을 때 크고 작은 부탁들이 많이 들어왔다.
대부분 나와 직간접적으로 안면이 조금 있는 분들이었다.
그들의 부탁을 검토하고 판단하는 데 개인적으로 부담이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담당 부서의 직원을 통해 절차를 밟아서
내 책상 위에 올라오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대부분의 부탁들은 내 책상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창업 후 대기업의 신규 제품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요청 사항에 근접하다고 생각되는 신규 제품 컨셉과 제품의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어 갔다.
담당 과장의 검토 과정에서 수정 변경 요청이 왔다. 과장의 의견대로 했다.
담당 차장이 다시 수정 변경을, 다시 담당 부장이 수정 변경을...
그렇게 담당 직급의 사람들의 개인 의견이 반영이 되면서
컨셉은 없어지고, 기술은 하늘을 날고, 고객과 서비스는 멀어졌다.
명확한 컨셉과 명분을 갖고 각 직급의 담당을 설득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나 자신이 초라해졌다.
이후 전문가로서의 인정을 받는 실력과 일로 고객을 만나려고 했다.
벤처 붐이 한창일 때 아이디어를 담은 제안서로 투지를 받았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한 창업 멤버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벤처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물거품이 된 이유는 수익 모델에 대한 계획 없이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실행의 결과가 성공이다 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회사를 정리 후 생존을 위해 잠깐 동안 종로 다방의 브로커 일을 해보았다.
담배 자욱한 다방에 누런 대봉투를 든 50대 중후반의 사람들...
다방에 앉아서 오고 가는 금액이 몇 백억, 몇 천억이었다.
몇 번 그 일을 해보면서 공허하고 쓸데없는 인생 낭비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계획으로만 가득 찬 그 서류들이 실제 실행할 수 없는 공허한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IT 기업 근무, 벤처 기업 실패, 1인 기업 창업 등등의 경험과 나만의 전문 분야를 확보하게 된 이후
스타트 업 멘토링의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스타트 업 멘토링은 개인적으로는 나를 객관화하는 시간이었다.
멘토링을 하면서 다양한 스타트 업을 만났다. 스타트 업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조직 운영이다.
스타트 업은 친구, 친지, 선후배 등등의 인적 네트워크로 통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조직은 동아리 모임이며,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기업을 일구는 꿈같은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조직 관리 운영에 대한 시행착오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고 직원이 늘어가면서 창업 때와는 다른 조직관리 운영이 필요함을 느낀다. 조직의 시스템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들만의 조직문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조직이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비즈니스 이슈와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 스타트 업들은 혼돈에 빠진다.
특히 창업자 중심의 스타트 업으로 업계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 창업자의 시행착오가 기업 존폐를 가르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규정한 글이지만, 비즈니스 하는 분들 입장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