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숨 쉬는 '비밀의 정원'을 걷다

서양화가 이존립 초대전, GS칼텍스 예울마루 12월 28일(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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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이존립은 정원(庭園)에 산다. 산책하고 숨을 쉬고, 안식하며 잠을 청한다. 작가는 그 동안 포플러와 종달새, 달과 인간이 공존하는 정원의 이데아를 조성해왔다. 그가 가설(加設)한 이데아는 철학적이고 낭만적이라기보다 오히려 그리움의 장소이자 회복의 시간으로 채워지는 환대의 정원이다.


정원의 화가 이존립 초대전이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11월 7일(금)부터 12월 28일(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푸른-숨, 정원愛 스미다>를 주제로 작가가 지난 25년 간 작업해 온 정원 연작과 대형 회화 작품 등 50여점을 소개하는 자리다.


#최초의 자연이자 가장 오래된 정원


02 이존립.png A happy day, Oil on cavas, 181.8x777.3cm, 2017_2023


이존립이 그리는 정원은 신화적 상상이나 고전적 회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스 신화의 사시사철 과일이 풍성한 알키노스의 정원이나 고전 회화에서 보이는 낭만적 이상향의 풍경과는 다르게 그가 가꾼 비밀의 정원은 작가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태초의 자연, 고향 마을 동산에서 뛰놀던 기억과 그리움의 잔해가 만들어 낸 최초의 자연이자 가장 오래된 정원에 가깝다.


작가는 "내 가슴을 채우고 있는 것은 자연에 대한 동경"이며, 초록 향기 가득한 태초의 신비스러운 자연, 고향 마을에서 느꼈던 추억의 자연, 현재 삶의 터전인 여수에서 접하는 자연처럼 계속해서 떠오르는 자연에 대한 동경이 작업의 테마"라고 말한다.


#모든 존재자들이 압축된 실존의 숲


Secret garden, Oil on canvas, 116x116, 2005.jpg Secret garden, Oil on canvas, 116x116, 2005


이존립 작가가 만들어 가는 정원은 인간과 자연 대상 자체 뿐만 아니라 세계 내 존재 모두가 연결되고 호흡하는 실존의 숲이다. 작가 역시 작품의 모티브인 자연을 두고 "보이지 않은 끈으로 인간과 연결된 자연, 주관적이고 실존적인 자연의 산물로 접근"하고자 했음을 언급한다.


문제는 평면적인 정원의 모습에서 어떻게 압축된 존재들이 서로 연결지어진 생명력, 주관적이고 자유로운 호흡과 색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느냐에 있다. 작가는 "캔버스에 어두운 밑 색을 여러번 바른 후 긁어내는 스크래치 기법과 그 위를 부유하듯 떠다니는 꽃과 나뭇가지, 자연의 흔적들에서 자유로움을 그려내고, 그 사이 밑 색의 차분하게 가라앉은 여릿한 색 층의 변화들을 통해 기운과 긴장감을 불어넣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초록, 색으로 숨 쉬는 정원


작가가 구상한 정원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존재들 하나하나의 호흡과 생명력, 존재자들이 공존하며 서로 돌보는 초록빛 상상이다. 이 상상에서 중요한 것은 형태가 아니라 색이다. 관습과 욕망이 투사된 형태는 생략하고 빽빽하게 채워진 붓질과 화면 대비로 무한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초록은 숨의 색입니다. 빛과 소음이 많은 시대에 초록이 가진 생명의 온도를 통해 사람들이 편히 숨 쉴 수 있는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어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제 또 다른 25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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