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 울산청년정책포럼 상임대표
선거 때마다, 주요 정당들은 항상 청년정치라는 화두를 들고나온다. 청년정치라는 것이 세대교체를 위한 신진세력의 등용을 얘기할 수도 있고 청년의 활력으로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같다. 당신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만들려면 직접, 혹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
현실은 냉혹하다. 청년정치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명분상 말뿐이지 그들이 참여하고 발언하고 주장하는 공론의 장은 여전히 부족하다. 정치권이 매년 화두로 던지는 청년정치가 실제로 존재하고 살아서 숨을 쉬며 여러 정책에 힘을 발휘하려면 우선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참여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 그리고 청년이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미디어내일은 청년정치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인 청년정치지키기 프로젝트 '청지기'를 시작한다. 청년들이 바라보는 정치, 청년들이 생각하는 정치, 그 솔직하고 담담한 이야기,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조금 거슬릴 수 있는 이야기를 미디어내일에 담고자 한다.
청년이란 기준은 생물학적이어야 되지 않을까요?
김우성 상임대표는 생물학적 기준으로 본다면 청년을 만 39세까지의 사람으로 정의 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청년정치’는 자신의 생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작
그는 ‘청년정치’란 말만 들어도 기운이 난다면서 “청년이란 단어를 기반으로 해서 정치를 시작하는 것이 결코 청년정치가 아닙니다. 정치하기 위한 모든 과정이 어쩌면 ‘청년정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정치를 하기 위한 선결 조건을 먼저 거론했다. 청년정치를 말하는데 언뜻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의 설명은 진지했다. “정치로는 생활의 안정을 찾기 힘듭니다. 정치로 성공하는 어느 날엔 생활도 여유를 찾겠지만, 그때까지는 길고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치든 공부든 장사든 성공을 목표로 하지만, 짧은 시간에 목표를 이룬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정치도 시작은 누구나 마음먹으면 할 수 있으나 언제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정치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우선 자신의 생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야합니다. 일정 부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정치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냉정합니다. 배 곪고는 이도 저도 못합니다.”
청년정치를 강조하면서 청년은 소비되는 아이러니
정치권이 청년을 소모품쯤으로 여기는 행태는 오늘내일 일이 아니다. 인력 동원의 중심도 청년이고 때로 벌어지는 과격 행사도 올곧이 청년이 몫이었다. 그러면서도 과실의 분배는 냉혹했다. 청년들에게 당내 직책을 주거나 새로운 정치적 활로를 개방하는 일은 드물었다. 기성 정치는 청년을 항상 문밖, 거기에 쌓아 둔 자원으로 생각해 왔다.
“지금까지 정당들은 청년을 활용한다는 것이 행사에 동원한다거나 미디어에 출연해 지지세를 넓히는 이벤트에 활용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그것마저도 효용가치가 떨어지거나 일정 성과물이 나오고 나면 즉시 소외시키는 행동을 합니다. 청년은 정당에게 항상 문밖 거기까지만 필요한 집단이죠.” 청년을 대하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날카롭다.
그는 청년정치를 말하기 위해선 잘못된 청년들의 행동도 냉철하게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청년들이 정치를 한다며 그냥 기성 정당에 입당해서 활동을 시작하는 경향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정치를 시작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이 정치를 한다면 청년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기성 정당이 청년을 어떻게 생각하고 다루고 있는지도 판단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힘든 준비과정을 거쳐 자신을 단련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청년정치의 시작입니다.” 결국 정치 입문에서부터 고민을 달고 시작해야 하는 것이 ‘청년정치’인 셈이다.
청년이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 정치가 재미가 없어서.
청년이 정치에 무관심하게 된 이유에 대한 질문에 그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답은 간단했다.
“요즘 청년이라고 지칭하는 정치인을 보세요. 그들은 등장할 때의 기대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기성정치인들 빼다 박은 듯이 닮아가고 있습니다. 행동도, 말투도, 심지어는 거짓말도 비슷하게 합니다. 한마디로 여의도 관습에 물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신선함은 처음뿐이지 이제는 청년 정치인이라고 해도 금방 싫증을 느끼는 것입니다. 당연히 정치에 관심도, 참여도 청년들에게는 눈밖에 상황이 되고 마는 겁니다.”
생물학적 ‘청년’이라면 청년 내부에도 여러 계층이 있을 텐데?
'청년'은 청년 내부의 어떤 '계층' 대표, NO. 공동운명체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통 일반인은 태어나고 자라서 30대쯤 결혼한다. 그리고 아이를 낳는다. 자신도 젊은이면서 아이의 부모이기도 한 청년은 곧 같은 공동 운명체로 묶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대표성을 찾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부모가 된 자신을 대표성을 혹은 아이의 대표성 따로 찾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단순히 한 계층을 대표하는 청년정치란 정말 무의미합니다. 앞에서도 설명했듯 시작과 과정 그리고 결과를 돌출하는 모든 것이 청년정치의 새로운 방식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지 청년이니까 그들만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굳이 청년을 대표해야 한다면 지금 청년세대가 아닌 다음 청년세대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인 ‘청년정치’를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청년정치는 미래의 위한 청사진이다
그는 여러 정당을 살펴보고 각 정당 문화와 이념이 본인의 생각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 고민하라고 권한다.
“정당에는 좋든 싫든 사적인 조직인 계파가 있다. 청년에게 계파라는 둥지가 좋아 보일지 몰라도 그곳에 가담하는 것보다 우선 본인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모으고 조직화하는 일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정말 청년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싶고, 청년정치에 뜻이 있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청년정치는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토론하고 설득하면서, 여러 갈래의 정치적 해법을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척자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에 꽃길은 없다. 어제의 친구가 내일에 적이 될 수도 있는 곳이 정치 세계이기 때문이다.
"말은 쉬운데 참 어려운 일입니다. 저도 시간이 지나 지금에서야 절실하게 느끼고 있지 당시에는 잘 몰랐던 점입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처음 정치세계에 발 디딜 때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충고의 말을 한마디만 해줬다면 조금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자신의 후배 세대의 청년 정치인들이 본인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지금 청년들에게 정치에 나서라고 말하는 것이 솔직히 미안하다고 심정도 내비쳤다. 그만큼 정치, 특히 청년정치는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시간과 돈
그는 청년이 정치에 입문하는데 진입장벽이 있다면 우선 자신의 결단이지만, 결국은 ‘시간과 돈’이라고 잘라 말했다.
비수도권 지역 청년들을 소외시키는 중앙당 청년정치학교
그는 청년정치를의 출발점인 젊은 인재모집을 담당하는 청년정치학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진행하는 청년 정치 스쿨에 등록하여 매주 서울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청년정치스쿨 참여에 대해서 "시간적인 부분도 문제지만, 교통비만 하루에 10만원이 넘게 들었습니다. 무시할 수 없는 비용입니다. 비수도권지역 청년들에게는 또 하나의 장벽이 더 존재합니다.”
“수도권에 있는 청년들은 아무래도 중앙당과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참여 인원도 많을 수밖에 없다. 서로 소통도 원활하고 교류도 활발해 교육 자체가 즐거운 시간이지만, 지방 청년들은 교육과정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야하 는 상황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소외감을 느끼고 정치학교에 적응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본인의 경험담은 애잔했다.
청년정치학교가 기성정치인을 양성,
“청년정치스쿨과정을 마치면 청년위원회 등 당내 활동이 많아집니다. 따라서 정치 스쿨 참가자들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문제는 일부 청년들이 이러한 영향력 행사를 통해 기성 정치인들의 계파정치를 따라가는 행태들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정치인을 키우자는데 결과는 노력한 기성 정치인의 닮은꼴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는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권역별 정치학교’ 진행을 제안했다.
“매주 돌아가면서 권역별로 정치학교를 하는 것이 해결책입니다. 그렇게 되면 각 지역에 사는 청년들이 권역별 정치 문화나 지역별 차이를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자신들의 정치역량을 강화하는데 일조할 것입니다.”
대학생위원회, 정당 밖 대학생들에게도 문호개방
"대학생위원회는 좀 더 개방적으로 활짝 문호를 열어야 합니다. (대학생들을) 오로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당의 행태가 문제입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대학생들에게 정당 가입 없이도 다양한 정당에서 만든 대학생 위원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의 경험은 향후 그들이 정치에 입문했을 때 좋은 정치를 펼치는 밑거름이 되고 대학생위원회 활동을 통해선 스스로가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을 선택할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것도 ‘청년정치’의 필수적 요소입니다.“
김우성 상임대표는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으로 출마했다. 그는 출마까지 약 10년간 자신의 정치를 준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말을 듣는 분 중에 일부는 10년 준비해서 고작 기초의원 출마냐"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집안환경과 제 여건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점도 있지만, 생업을 준비해야 청년정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신념이 더 컸다고 말한다.
김 상임대표는 "요즘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고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정치의 화두는 다양성"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정치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도 나와 뜻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차이가 아님이 아닌 다름을 이해하고, 경청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정치인의 자세라고 말했다.
선거 때만 청년을 찾는, 기존의 정치 관행에서 보다 현실적인 청년들의 문제들을 해소해주고 그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남상오 기자 wisenam@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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