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알겠더라고요.

미디어 눈 사람들 여섯 번째 눈 사람 윤형 에디터 이야기

by Media Noon 미디어 눈

청년 다움이란 무엇일까? “청년 실업” “공시족” “청년 일자리” 뉴스를 보면 청년들은 온통 먹고사는 고민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또 드라마를 보면 “경찰서에서 사랑” “병원에서 사랑” “주방에서 사랑” 어떻게 취업했나 싶을 정도로 사랑만 쫓는 청년들이 한가득이다. TV만 보면 먹고사는 일, 사랑과 연애가 청년 다움의 필수 덕목처럼 보인다.


그렇게만 보면 우리 미디어 눈에 “청년”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먹고사는 문제보다 내일 함께 사는 사회를 고민하고, 연애만큼이나 다양한 관심사에 열정을 쏟는 청년들. 누가 “이렇게 살아야지”라고 하면 “왜 그래야만 하는데?”라고 되묻는 사람들. 우리는 이것이 진짜 청년 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디어 눈 사람들”은 만드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이야기이기 전에 그런 청년 다움의 고민이 담긴 이야기이다.

카투사로 복무할 때. 몇 달 전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미디어 눈의 막내 윤형 에디터야말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청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환경을 보호한다며 주변의 타박에도 몇 달 동안 “노푸(No+샴푸: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머리를 감는 운동)를 실천하고, 모일 때마다 초록색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일회용품 안 쓰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악기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 없지만 밴드에서 드럼을 치고, 촬영을 배워본 적 없지만 학교 영상 동아리에 들어가 짧은 다큐멘터리도 한 편 찍었다. 군 제대하고는 바로 미디어 눈에 찾아와 뉴미디어가 무엇인지 탐구 중이다. 이러다가 졸업 후 청년 백수 되는 것 아닐까 걱정인데, 그래도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보고 결정하겠다는 윤형 에디터를 소개한다.



임선민, 조은총 (이하 임) 노푸를 했다면서요? 샴푸를 안 쓰고 머리가 감겨요? 왜 하게 된 거예요?

윤형 (이하 윤): 지난 학기에 교양 환경 수업을 들었는데 거기서 노푸를 처음 알게 됐어요. 샴푸를 쓰지 않고 따뜻한 물로만 머리를 감는 거죠. 처음 들을 때는 굉장히 이상했는데, 실천 과제를 할 겸 며칠 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거예요. 하다 보니까 50일 정도 하고 수업에서 발표를 했어요. 아무런 의심 없이 20년 동안 샴푸를 써왔는데 안 써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어요. 이렇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사는 게 얼마나 많을까 생각이 들었죠. 지금은 노푸를 하진 않지만 샴푸를 덜 쓰려고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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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푸 2주차 모발 상태, 텀플러 세척과 노푸에 활용했던 베이킹소다, 페이스북 후기


임: 원래 환경에 관심이 많았어요? 관심 많다는 사람은 많은데 이렇게 직접 실천하고 텀블러도 매일 챙겨 다니는 사람은 많이 못 봤거든요.

윤: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었어요. 지난 학기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아까 말한 그 수업 말고도 글 쓰기 교양 수업 과제 주제를 환경을 선택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텀블러는 환경도 그렇지만 물 사 먹는 돈이 아까워서 실천하게 됐어요. 하다 보니까 습관이 들어서 편해졌고요. 환경 실천가라고 하면 너무 부담스럽고요. 불편하는데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몸에 익고 편하니까 하는 것 같아요.



임: 지금 2학년이죠? 학보사, 언론사 인턴 등 더 좋은 기회가 많을 텐데 미디어 눈이 그런 곳보다는 매력이 덜한데 참여하게 된 이유가 있어요?

윤: 저도 오기 전에 고민을 했었어요. 다른 곳에서의 활동도 매력적이고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죠. 그런데 미디어 눈을 시작하기 전에 미디어 눈 회의를 참관했는데 멤버들이 토론을 굉장히 열심히 하더라고요. 사회 문제 하나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을 나누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모습이 되게 멋있었어요. 그때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그것을 보면서 다른 곳에서는 뭔가 정해진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여기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결정적이었어요.



임: 함께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 밖에서 볼 때와 안에 들어와서 해보니 생각과 다른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윤: 저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려요. 누구는 x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아느냐고 하는데 그래야 알겠더라고요. 지금 까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하고 있습니다. (진짜로요) 미디어 눈 첫 취재로 탈북자를 만났는데 한국 사람과 다른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우리가 편견을 해소하자고 콘텐츠를 만드는데 취재 나가기 전에 저도 선입견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런 것들이 취재하면서 모두 무너졌어요. 이런 배움을 기대했는데 확실히 배우고 있습니다.



임: 전공도 언론정보학이잖아요.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직접 뉴미디어에 참여해보니 어떤가요?

윤: 솔직히 지금 2학년이라서 아는 게 많이 없어요. 그래도 여기저기서 듣고, 또 직접 해보니 뉴미디어는 누구도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분야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미디어 눈을 하면서 배우며 실험해보고 싶어요. 교과서에 나온 정답 말고 과연 뉴미디어라는 것이 뭔지 해보면서 답을 찾아보려고요.



임: 미디어 눈 시작하고 달라진 점이 있나요?

윤: 일상에서 겪는 많은 일들이 취재 거리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에는 원래 활동하던 청소년 멘토링 행사에 참석했는데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영상으로 보여주더라고요. 기업의 사회공헌도 취재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난주에 다녀온 영화제에서는 많은 아티스트를 만났는데요. 자본의 압박 속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일할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일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이런 것도 취재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임: 캠퍼스 생활은 어떤가요? 공부만 할 것 같진 않은데.

윤: 1학년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어요. 농구 동아리도 하고 밴드에 들어가 공연도 했어요. 새내기 때는 워낙 호기심이 많아서 조금만 재밌어 보이면 다 해본 것 같아요. 영상 학회에서 제가 하는 밴드를 주제로 학교와 밴드를 병행하는 열정적인 대학생의 이야기를 다큐로 만들기도 했고요.


임: 이야기 나눌수록 관심사가 굉장히 많네요. 다른 것들도 좋아하는 것 있어요?

윤: 좀 많은데…. 이것저것 해보는 것을 좋아해요. 1학년 여름 방학 때 자전거 일주를 해보겠다고 안동에서 부산까지 5일 동안 자전거 일주를 했어요. 원래는 캠핑을 하려고 했는데 준비를 제대로 못해서 캠핑은 못했는데 짐만 한가득 들고 다녔어요. 10만 원짜리 자전거로 막무가내 여행을 했는데 생각해보면 안 다치고 돌아온 것이 다행이에요.


그리고 영화하고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방학 때마다 음악 영화제에서 자원봉사를 했어요. 이번 여름에도 제천 음악 영화제를 다녀왔고요.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군대에서는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군대나 기업의 수직 문화의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유연한 조직, 도전하는 스타트업은 어떨까 관심이 생겼어요. 우리 팀도 지금은 스타트업이 아니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생뚱맞을 수도 있는데 최근 관심사는 신 (God)이에요. 종교에 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최근에 기독교가 궁금해져서 성경공부를 해봤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꽤 오래했네요. 그렇지만 아직 종교가 있진 않습니다.



제천영화제 자원봉사 활동 [출처 아시아 뉴스통신] / 대학교 1학년 낙동강 자전거 종주


임: 진짜 좋아하는 게 많네요. 영화는 어떤 영화를 좋아해요?

윤: ‘인생 영화'라고 부를만한 건 영화 "레옹"이고, 가장 최근에 재밌게 봤던 것은 "스포트라이트" 에요. 저는 볼 때 감동적인 영화와 감정이 기억에 남아요. 보고나서 왜 좋았냐고 물으면 내용은 잘 안떠올라요.


요즘은 영화도 재밌지만 미드에 빠졌어요. 시트콤의 정석인 “Friends”를 몇 개월째 시즌 1부터 시즌 10까지 보고 있어요. 남자 셋 여자 셋 주인공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인데 여러 캐릭터를 보면서 감정 이입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 사람은 되게 가정적이구나, 배려심이 많구나, 우유부단하는구나. 또 Friends에 나오는 인물들이 연애를 하고 성숙해지고 안정감 있게 결혼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좋은 상대를 만나서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여자 친구랑 이 시트콤을 같이 보면서 어떤 커플이 보기 좋은지 이야기 나누는 것도 재밌고, 멀게만 느껴졌던 결혼 얘기를 하고 있으면 왠지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래요. 배우들이 연기를 통해 여러 인생을 사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고 하던데, 영화든 드라마든 집중해 보고 있으면 짧게나마 영상 속 인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좋아요.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해운대 바닷가에서 밴드활동을 했던 친구들과 / 영상학회 발표 / 낙동강 종주 때 탔던 자전거



임: 말투에서 사투리가 느껴지는데 어디 출신이에요?

윤: 경남 마산 출신이에요. 응답하라 1994에서 고아라랑 정우의 고향이었던. 보통 부산 옆이라고 하면 아~ 하시더라고요. 고등학교는 김해시에서 기숙사 생활을 3년 했고 서울 올라오기 전까지 계속 마산에 살았어요.


페이스북에 올렸던 아버지와 낚시한 사진

임: 마산이면 고기 많이 잡았을 것 같은데 낚시 좋아하세요?

윤: 아니 서울 사람들은 왜들 그렇게 지방에서 왔다고 하면 소 키우고 고기 잡다 온 줄 아는 건지 모르겠어요. 새해에 통영에 가서 가족과 함께 새벽 낚시를 한 적이 있어요. 인생 처음 있는 일이 었어요. 아빠가 배 위에서 노래를 부르길래 영상을 찍어서 '새해맞이 통영 낚시'라고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는데 교수님께서 댓글을 다셨어요. '아버지가 어부 시구나!' 엄청 당황했어요. 마산 사람이면 다 어부인 줄 아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이게 아니더라도 지방에 대한 편견이 많죠. 특히 지방을 다 시골이라고 하는 데 너무 어이가 없어요. 도시와 시골의 정의를 모르고 수도권이 아니면 다 시골이라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지금은 익숙해서 그러려니 하지만요.



임: 올라온지는 얼마나 된 거예요?

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군대 생활 2년도 서울 근처에서 했으니 올해로 4년째네요.



임: 대학교를 와서 서울살이가 시작됐군요! 서울에 와서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윤: 서울이라서 어렵다기 보단 집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며 겪는 어려움이 있어요. 처음엔 서울 생활이 재미있기만 했어요. 지방보다 영화나 공연 접하기도 쉽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기도 쉽고 즐거웠어요. 그런데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집밥이 그리워도 음식을 다 사 먹어야 한다든지 집에 한번 내려가려면 버스를 4시간 이상 타야 하고 이런 점이 제일 힘들어요. 그리고 주거도 기숙사에서 주로 지내다 보니 공공 공간 말고 나만의 보금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임: 윤형 에디터를 보면 딱 청춘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네요. 지금 청춘을 즐기고 있나요? 아니면 방황하고 있나요?

윤: 방황한다고 생각해요. 겉으로 보면 생계를 책임지거나 그런 막중한 고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슬프거나 우울한 것도 아니에요. 즐거울 때가 더 많고요. 그런데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가면서 갈피를 못 잡고 삶에서 겉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저것 해보면서 재미도 있지만 내가 누구인지 성찰하고,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그 과정이 청춘을 즐긴다기보다는 방황하는 청춘이라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카투사로 복무할 때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떠난 여행지에서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에서

임: 청년으로 지금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가요?

윤: 균형을 잡는 것이 고민이에요. 이야기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정말 많거든요. 특히 제대하고 복학해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다 해본 것 같아요. 그러면서 깨달은 가장 큰 교훈은 내가 물리적으로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지만 진짜 마음을 쏟을 수 있는 것은 1~2가지 더라고요. 사실 두 개도 힘들어요. 인간관계, 알바, 공부, 대외 활동 여러 일 중에서 지금 어디에 가장 집중해야 하고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 배워가고 있습니다.



임: 마지막으로 미디어 눈 독자들이자 이 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다른 청년들에게 한 마디를 나눠주세요.

윤: 어제 친구하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 이야기를 나눴는데 친구가 이해가 안 된다는 거예요. ‘죽고 싶은데 떡볶이가 먹고 싶은 것은 진짜 죽을 만큼 힘든 것이 아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럴 수도 있지. 남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내가 어떻게 이해하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청년들이 꼰대를 싫어하잖아요. 그런데 꼰대가 그냥 나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지도 모르면서 “우리 때는 이랬는데 말이야”라고 너무 쉽게 판단하고 삶의 방식을 강요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언론도 사회 문제를 보도할 때 자기들의 기준으로 “청년은 이런 것이 힘들 거야”라고 설정을 하고 그런 이야기를 가진 청년만 보도하는 거죠.


저는 미디어 눈이 그런 문화를 바꾸고 여러 삶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독자들에게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그 상황이 어떤지 알려주는 것이죠. 남의 고통을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직접 경험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해 보라고 접근하는 것 같아요. 독자님들께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찾아서 전하는 윤형이 되겠습니다!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인터뷰·글: 임선민, 조은총 에디터 l 사진제공: 윤형 에디터


"미디어 눈 사람들"은 미디어 눈을 만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연재다. 대안 미디어의 필요성을 느낀 청년들, NGO, 국제기구,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며 풀리지 않는 사회문제를 답답해하던 청년들. 미디어 눈을 시작하기까지의 경험들에 뉴스의 가치를 실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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