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스타트업 4년 차, 여전히 꿈을 쫓고 있어요!

미디어 눈 다섯 번째 눈사람. 임선민 에디터 이야기

by Media Noon 미디어 눈

알록달록 화려한 패턴의 원피스, 강렬한 인상을 주는 짧은 길이감의 파마머리.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 속 그녀는 환히 웃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만난 그녀의 눈 아래엔 다크서클이 선명했다. 출장 갔다가 밤을 새우고 회의에 참석했다는 그녀에게서 직장인의 고달픔이 느껴졌다. 하지만 회의를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빛이 변했다. 토론을 할 때면 매서운 눈보다 빠른 손으로 중점을 잡아내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 통계는 오류가 있는 것 아닐까요?"

시선이 주목돼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자기 주장을 펼치는 모습에서 4년 차 직장인의 능숙함이 묻어났다. 오히려 회의에 참여할수록 생기가 살아나는 그녀를 보며 직장 생활과 미디어 눈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스타트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미디어 눈의 에디터로 활약하는 임선민 에디터를 소개한다.


임선민 에디터

윤형(이하 윤): 함께 일하고 있지만 단 둘이 얘기 나누는 건 처음이네요. 주말에도 종종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임선민(이하 임): 대학 4학년 때 시작해서 지금까지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회사에서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고 있어요. 텀블벅은 2011년에 설립돼서 조금씩 성장해오다가 지금은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서 꽤 인지도가 있는 회사예요.



윤: ‘크라우드 펀딩 회사’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리는데 크라우드 펀딩이 무엇인가요?

임: 크라우드 펀딩은 말 그대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에요. 자금이 필요한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서 대중으로부터 재원을 마련해 영화나 음반 또는 아이디어 상품을 제작하는 거죠. 특히, 텀블벅은 예술인을 지원하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유명해요. 이를테면 독립영화를 한 편 제작하고 싶은데 좋은 투자처를 찾기 힘드니까 여러 사람들한테 내가 이런 좋은 영화를 만들건대 도움을 달라고 하는 거죠. 기획이 마음에 든 사람들이 제작비를 투자하는데, 자기가 투자한 영화다 보니 개봉하고 나서도 애착을 갖고 홍보까지 돕더라고요. 최근에는 예술 외에도 다양한 모금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펀딩이 성공해서 목표 금액이 모이면 창작자로부터 5%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수익을 내구요.



윤: 원래부터 일반 회사가 아닌 크라우드 펀딩이나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있던 건가요?

임: 처음부터는 아니었어요. 이전에는 지역문화재단에 들어가서 예술가들을 도우며 시민과 예술 사이에 있는 장벽을 무너뜨리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졸업할 때가 돼서 문화재단 채용 과정을 자세히 알아보니, 정규직 되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뽑는 인원도 너무 적고, 인턴을 하고 무기계약직을 거쳐서 정규직 T/O가 생기면 지원할 수 있는 구조였는데 쉽지 않아 보였어요.


그리고 잠깐 일하며 알게 된 것은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은 사실 하는 일은 비슷한데 처우만 다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무기계약직 입장에서는 가끔 불만도 생기잖아요. 그런데 정직원 한 분이 ‘너네가 좋아서 들어왔으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지’라고 비판을 하더라고요. 한 사람의 의견일 수 있지만 ‘이런 걸 당연하게 여기는 상사가 있는 곳에서 내가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길을 찾게 됐죠. 문화재단이 내가 생각했던 곳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경험도 해보고 싶었고, 그렇다고 대기업은 내가 꿈꾸던 삶과 너무 다를 것 같아서 이상과 현실 중간쯤에서 타협을 해보자 마음먹었어요. 그때 앞으로는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어요. 그중에서 전부터 관심 있던 문화예술을 다루면서, 처우도 적당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여기에 오게 됐습니다.



윤: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처음에는 왜 문화재단이었나요?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임: 고등학교 때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셨어요. 아무래도 노인분들이 많이 살다 보니까 지역문화예술 단체에서 노인들을 위한 워크샵을 자주 열었는데, 가까이서 보다 보니까 관심을 갖게 됐어요. 창작센터가 새로 생긴다고 하면 눈에 들어왔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딘지 궁금해졌죠. 그때 문화재단을 알게 돼서 계속 눈 여겨봤어요.



윤: 듣고 보니 원래 문화예술 쪽에 관심이 많으셨군요! 대학 전공도 문화예술 관련 있나요?

임: 사실 고등학교 땐 미학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진중권 씨 때문에. (웃음) 그분이 쓰신 ‘미학 오디세이’ 책을 읽다 보니 너무 재밌어서 미학이나 예술을 전공해보면 어떨까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재수를 하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게 됐지만 문화관광학을 복수 전공하려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졸업 기준이 너무 높아서 나중에 포기했지만요. (하하)



윤: 그래도 목표는 확실했던 것 같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뚜렷한 꿈을 가지고 보낸 대학 생활은 어땠을지 궁금한데요?

임: 솔직히 학교 다니면서 학점엔 별 관심이 없었어요. 대신에 대외활동을 많이 했어요! 정릉 재개발지역에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활동을 2년 반 정도 하다가 정릉이란 커뮤니티에 관심이 되게 많아졌어요. 그 당시 정릉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후 아무러 진척 없이 10년이 지나며 기반시설이 매우 낙후되어 있었어요. 그곳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두꺼비집 프로젝트’란 걸 하게 됐어요.


보통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 아동센터가 있긴 하지만, 중학생 시기가 넘어가면 고등학생부터는 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보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가 고등학생부터 라는 생각이 들어서 뜻이 맞는 청년들이 같이 뭔가를 해보고자 모였죠. 작가 오빠는 아이들에게 논술 공부를 지도했고, 시민청 마켓에 가서 바자회 같은 것도 하고, 성북구 마을 대학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어요. 프로젝트를 계속 키우고 싶어서 정부 마을 지원사업에도 지원을 했는데 재개발 지역이란 이유로 떨어졌고, 같이 일을 하던 멤버들도 각자의 길을 찾아가면서 해산이 됐지만요.


두꺼비집 프로젝트



두꺼비집 프로젝트 팀과 함께


윤: 그래도 계속 길을 찾아 노력해온 것 같아서 참 멋있네요. 지금도 결국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 같은데요. 하고 싶던 일을 직업으로 갖는 기분이 어떤지 궁금해요!

임: 좋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하지만 아무래도 어떤 일이든 일을 계속하다 보면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답답한 부분은 있어요. 크라우드 펀딩의 기존 취지는 경제 기반이 취약한 예술가들에게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후원해주고 문화예술을 육성한다는 건데, 회사이다 보니 영리적인 부분도 신경을 써야 하거든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자본주의 시대이고, 문화예술 분야에 한정해서만 크라우드 펀딩이 이뤄질 수는 없지만, 가끔 순수한 공익의 영역과 회사의 이익을 생각해야 하는 부분에서 고민도 생겨요. 정말 이 펀딩 프로젝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하면서 결정해야 할 때 어려움이 있거든요.



윤: 스타트업에서는 또 그런 고민들이 있나 보네요. 요즘 청년들이 스타트업이나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데, 선배로서 조언 한 마디 해주신다면 어떨까요?

임: 스타트업은 사내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수평적이고 자유롭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조직이에요. 그런 부분에서 만족도가 높죠. 하지만 대기업 보다 월급은 적을 수 있어요.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야 연애든 결혼이든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사회다 보니 그런 것도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둘 사이 고민 중이라면, 내가 불확실함을 안고서라도 도전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불확실한 걸 못 견딘다면 체계가 확실한 큰 회사를 먼저 경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어딜 가도 사람은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니까 결국 경험해봐야 알지 않을까요?(하하)



윤: 회사 일로도 고민이 많은데 미디어 눈 활동까지 병행하고 있네요. 미디어 눈에 참여하면서 얻어가는 것이 있나요?

임: 소셜 벤처에서 일하다 보니 사람들이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돼요. 하지만 그 고민에는 회사의 이윤을 빼고 생각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다 빼고 순수하게 사람들이 함께 사는 방법이 뭘지 고민해보고 싶어 졌어요. 원래 철학이나 인문학을 좋아했는데 현실에 치여 살다 보니까 진짜로 좋아했던 걸 많이 잊게 되더라고요.


미디어눈에서 평화 저널리즘 공부를 같이 공부했었는데 회사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요. 미디어 눈이 ‘모든 목소리의 가치를’이란 슬로건을 내세우잖아요.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보고 진지하게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회사에 다니다 보면 회사란 틀에 갇혀서 인간관계가 좁아지는데, 미디어 눈에 참여하면서 대학생 때처럼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여러 가지 시도도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제 생각을 글로 써서 나누고 싶기도 고요. 이제는 이런 고민들의 결실을 콘텐츠로 제공해야 하는데 시기가 조금씩 늦어지고 있네요. 빨리 좋은 콘텐츠를 전달하겠습니다!


윤: 지금 미디어 눈에서 ‘미디어 눈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연재하고 있잖아요. 독자들에게 우리의 얘기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임: ‘Humans of New York ’이라고 들어 보신 적 있으세요? 뉴욕의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거나 인터뷰를 한 내용을 짤막하게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예요. 거기 보면 진짜 평범한 사람들이 나와서 일상 얘기를 하는데 되게 재밌더라고요. 구독자 수도 1,800만 명이나 돼요. 그런 걸 보면 꼭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아닌 사람들에게서 얼마든지 재밌는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나 혼자 산다’ 같은 예능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요. 저 사람들은 저렇게 사는구나. 나랑 이런 건 다르고 저런 건 다르네? 하면서 말이죠. 저의 이야기도 그렇지 않을까요? 평범한 직장인에 이야기지만 이런 삶을 살아온 청년이 있다는 것을 보면서 '이런 사람도 있구나' '나와 비슷하네' '저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이렇게 생각을 확장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출처: Humans of New York


윤: 구독자 수가 1,800만 명이나 되다니 꼭 한 번 찾아서 봐야겠네요! 미디어 눈도 그렇게 많은 구독자가 생기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미디어 눈 독자님들께 간단하게 한마디 해 주세요.

임: 혼자서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여럿이 힘을 모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미디어 눈은 세상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치 있는 목소리를 갖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분들의 생각을 듣고 글로 써서 전해드릴게요. 저희 팀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는 일을 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테니, 독자 여러분도 함께 동참해주세요!


영화모임 팀원들과 함께




[After 눈: 윤형 에디터의 취재후기]


인터뷰를 마친 후에도 임선민 에디터와 영화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눴다. 어렸을 때부터 문화예술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고 현재 영화 제작자를 비롯한 창작가들을 후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영화에 관심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 몇 편과 최근 발간된 영화비평 잡지 ‘FILO’도 소개받았다. 취재 동안 계속 울렸던 휴대폰 진동 소리도 그녀가 속한 영화 모임에서 같이 영화를 함께 보러 가기 위해서 기다리는 소리였다. 영화 얘기를 하는 내내 그녀의 눈은 반짝 빛나고 있었다. 영화를 사랑하는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학교, 직장, 사람에 치여사는 고달픈 현대인들에게 소소한 취미는 인생의 활력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쁜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삶이 조금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항상 하고 싶은 일을 주체적으로 해온 그녀가 미디어 눈에서 어떤 흥미롭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전할지 기대된다.


글·인터뷰 윤형 에디터 l 사진 제공 임선민 에디터


"미디어 눈 사람들"은 미디어 눈을 만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연재다. 대안 미디어의 필요성을 느낀 청년들, NGO, 국제기구,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며 풀리지 않는 사회문제를 답답해하던 청년들. 미디어 눈을 시작하기까지의 경험들에 뉴스의 가치를 실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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