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가치 있는 당신의 목소리, 지금 들으러 갑니다!

미디어 눈 네 번째 눈사람. 김하늘 에디터 이야기

by Media Noon 미디어 눈
미디어눈 로고.PNG
미디어눈 캐릭터 눈사람.PNG
1. 김하늘 에디터가 그린 미디어 눈 초안 2. 김하늘 에디터가 창조한 '미디어 눈사람' 캐릭터



"얘기 들으면서 한 번 만들어 본 건데요"
"대박~~!!! 이걸 지금 만들었다고요???"



미디어 눈 로고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던 중이었다. 김하늘 에디터는 그 날이 첫 회의였다. 우리의 얘기를 잠자코 듣고만 있는 줄 알았던 그가 갑자기 처음 보는 디자인을 내밀었다. 감탄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우리가 고민하던 눈 결정체의 모습이 기발하게 담겨 있었다. (10차 정도의 회의 끝에 다른 버전으로 확정되었지만, 이 실험적인 로고는 아직 나의 뇌리에 박혀 있다.)


본 기획의 미디어 눈사람 캐릭터를 만든 것도 바로 그이다. 뭘 하든 고민이 많고 손재주가 부족한 나는 뚝딱 만들어내는 그의 재주가 참 신기하다.

혜성처럼 나타난 김하늘 에디터는 재주도 많지만, 항상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곤궁에 처해있을 때면 ‘제가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라며 손을 보태려 한다. 시간 약속도 얼마나 철저히 지키는지 스터디나 인터뷰 약속이 있을 때면 약속시간 20분 전에 미리 도착해 있다. 이런 걸 보면 그는 타고난 재주꾼이라기보다 성실하고 강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미디어 눈 사람들 중 나이는 어린 편이지만 배울 게 많은 사람, 김하늘 에디터를 소개한다.


KakaoTalk_20151127_223420733.jpg 신촌 플레이버스에서 방송 체험하는 김하늘 에디터


"도전이 일상이 된 사람"


박연희 (이하 박) : 매주 같이 회의하다가 인터뷰를 하자니 조금 어색하네요.^^ 본인 어필 시간 한번 갈까요? 스펙 읊는 거 말고요! 김하늘은 어떤 사람인가요?

김하늘 (이하 김) : 도전하는 걸 즐기고 좋아해요. UCC 공모전에 나가려고 영상 편집을 배우기도 했고, 포스터 대회를 준비하려고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공부하기도 했었죠.

물론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었어요.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거든요. 대학을 들어온 첫 해부터 공모전이나 대외활동 지원을 한 해에 4개 이상은 꼬박꼬박 했었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합격한 건 3학년이 되어서였어요. 당시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실패만 하는 도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좌절도 했어요. 하지만 포기하면 제 자신한테 지는 것 같아서, 무엇이든 끈기 있게 한 번 해봐야겠다 생각해서 잠자코 해봤죠.

놀랍게도 그 작은 도전들을 위해서 제가 준비했던 것들이 결코 사장되지 않더라고요. UCC 공모전에서 떨어졌지만, 제가 배운 영상 편집 기술은 우즈베키스탄 UN 산하기구 홍보팀에서 일할 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숱하게 써온 소개서와 기획서도 지금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죠. 여기 미디어 눈에서요. (하하) 결국 미디어 눈도 저에게는 하나의 도전이에요. 잘 쓴 글을 넘어 독자와 사회에 영향력 있는 글을 쓰는 엄청난 도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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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V 사무실 사진.PNG
1. 우즈베키스탄 차르박 댐. 물이 투명하고 깨끗한 것이 특징. 2. UN산하기구, UNDP에서 근무하던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


박 : 근데 아까 점심 먹으면서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한테 엉뚱하다는 얘기 많이 들었다고 했잖아요. 본인의 어떤 면이 엉뚱하게 보이는 걸까요?

김 : 음, 아무래도 도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다 보니 주위에서 생각지 못한 것들도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해봐요.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이 엉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누군가 제게 ‘너는 살만 빼면 정말 예쁠 텐데’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얘기에 오기가 발동해서 미인대회에 도전하려고 마음먹었어요. 어떤 미인대회들은 지원서에 키, 몸무게 등 신체 치수를 다 적게 되어 있어요. 저도 그게 ‘미인’인 줄만 알았었죠. 하지만 몸만 미인인 틀에 끼워 맞추고 싶지 않아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열심히 고민해보고 있어요. 시작은 오기였지만 지금은 아름다움에 대한 저만의 철학을 만들어가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답니다.


바로 얼마 전에는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서 더 이상 겉모습으로 평가하지 않겠다며 수영복 심사와 이브닝드레스 심사를 폐지했어요. 미인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는 신호탄인 거죠. 저도 내면과 외면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찾고 있고, 이 도전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성장을 이루길 기대하고 있어요.


박 : 흥미롭네요! 당선될 자신은 있나요?

김 : 제가 우승할 확률은 0.001%라고 생각해요. 뭐, 출전한 분들이 다 도저히 못하겠다며 포기한다면, 아마도…? (하하하) 가능성이 있어서 한다기보다는 시도해본다는 그 자체가 저한테는 큰 의미인 거죠.


박 : 당선되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김 : 지금까지 저는 남이 예쁘다고 말해줘야만 정말 예쁜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인대회를 준비하면서부터 내가 날 사랑할 때 가장 예쁘다는 걸 깨달았어요. 누구’보다’ 아름다운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나’ 자체가 아름다운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이 세상 모두는 아름답다고, 자신과 다른 이들을 사랑하자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또 하나의 도전 스트리트 패션 촬영.jpg 독특한 패션 감각으로 하게 된 스트리트패션 촬영 (사진 출처: 신新촌스러운 사람들 Sinchon street fashion 페이스북 페이지)


박 : 고등학생 때 자원봉사에 대한 책을 냈다던데.

김 :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봉사를 다녔어요. 부모님이 두 분 다 봉사를 많이 하셨는데, 따라다니면서 자연스레 체득한 게 많아요. 제가 예닐곱 정도 되었을 때 한 번은 집에 인형이 가득한 적이 있었어요. 당연히 그 인형이 모두 제 것인 줄만 알았죠. 그런데 다음날 아버지는 저와 함께 보육원에 가서 인형을 전부 아이들에게 나눠줬어요. 애초에 제 것이 아니었대요. 어린 나이에 서운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기억나요. “저 아이들이 인형을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렴. 네가 100개의 인형을 독차지하면 너 혼자만 행복하지만, 100명의 아이들이 모두 인형이 생기면 100명이 행복하지 않겠니?”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꼈어요.


책표지.PNG 김하늘 에디터가 2011년 발행한 책. 서울시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대학생이 되어서도 농아인 복지관, 노인복지센터, 꽃동네, 사랑의 열매 캠프 등에서 봉사를 계속 해왔는데, 활동하면서 깨달은 건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보통 봉사한다고 하면 내가 남을 도와준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반대로 제가 얻는 것도 많아요. 때론 몰랐던 세상에 대해 알게 되기도 하죠. 영재 캠프 통역 봉사를 할 때 미국 NASA를 방문했는데, 한 학생이 우주비행사 장갑에 대해 질문했어요. 그때까지 저는 우주 장갑을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 장갑이 특수한 건지도 몰랐죠. 그래서 통역을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또 봉사활동은 혼자 할 수 없는 게 많아서 보통 팀으로 많이 움직여요. 여기서 팀워크도 배우죠. 요양원 어르신 한 분의 식사를 돕는 것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가 종종 있어요.



박 : 대학교에 이어 대학원에 진학해서 사회 복지를 공부하는 이유가 있나요?

김 : 사회복지학은 행복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을 공부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학문이거든요. 특히 노인 복지에 관심이 많은데, 5살 때까지 조부모님이 키우셔서 그런 거 같아요. 어렸을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엄마 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애정이 컸어요. 제 기억 속 그분들은 굉장히 활발하고 친구도 많으셨어요. 지금도 여전하시고요. 그런데 주위를 보면 초고령화 사회를 걱정만 하고 노인 부양에 대해 부담을 갖는 듯해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늙잖아요. 그리고 이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두려워하고 우울해하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어요. 고민하다 보니 개인이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더라고요. 즉, 노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인 거죠. 나이가 들어서도 배려받고 존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거예요.



“미디어 눈이 미디어의 위키피디아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일 먼저 찾고,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곳이요.”


평창동계패럴림픽 통역을 할 때 눈사람과 함께.jpg 평창 패럴림픽에서 독일 Tagesspiegel Paralympics Zeitung 팀 통역을 맡아 함께 일했을 때


박 : 미디어 눈에 오게 된 계기는요?

김 : 고등학교 때 꿈이 국제활동가 저널리스트였어요. 신문부를 했었는데 단순히 정보 전달에만 그치는 게 아쉬웠거든요. 요즘 주변에서 대안 없이 문제 제기만 하거나 독자를 자극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쓴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실제 현장에 가보면 문제를 해결하려 열심히 참여하고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들의 활동을 알리고 촉구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사회복지하는 사람들이 언론에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의식도 있었고요. 사람 중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니까요.


사실 한동안은 미디어나 언론 쪽 진로는 아예 잊고 살았어요. 언론에 회의적인 것도 있기는 했지만 기자직에 자신이 없어서였어요. 왜곡할까 봐,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그게 좀 무서워서요. 지금도 여전히 무섭긴 해요, 제가 주의해야 할 부분들이죠. 그러다가 패럴림픽에서 독일 언론사의 통역으로 일하면서 사회가 주목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알리는 언론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취재를 따라다니며 함께 패럴림픽 선수들을 인터뷰하다 보니 장애 뒤에 가려졌던 그들의 땀, 노력, 진가를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알게 된 것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졌어요. 마침 조은총에디터에게 연락을 받고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박 : 미디어 눈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김 : 미디어 눈은 제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바꿔야 할 인식과 단어들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고령화 문제’라는 말을 바꿔보고 싶어요. 사회에 노인세대가 많다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정 연령층이 많아진 현상을 사회 문제로 볼 수는 없잖아요. 사실은 ‘고령화 대비 부족 문제’, 즉 고령층이 많아진 이 사회에 대비하지 못한 것이 문제인 것이죠. 이걸 시작으로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인 ‘치매’에 대한 인식도 바꿀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물론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사회를 바꿔나가는 데에도 노력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치매에 걸리면 큰일 난다, 못 볼 꼴이다, 대책이 없다’가 아니라 ‘치매에 걸려도 안심이다, 다행이다, 괜찮다’로 변화하면 좋겠어요. 그전에 ‘어리석다’라는 뜻의 치매도 인지장애증과 같은 말로 바꾸면 더 좋겠죠?



박 : 미디어 눈이 어떻게 성장했으면 하나요?

김 : 미디어 눈이 장차 미디어 계의 위키피디아가 되면 좋겠어요! 위키피디아는 우리가 기본 정보를 얻는 곳이잖아요. 궁금한 게 있으면 일단 위키피디아부터 찾고, 더 호기심이 생기면 추가적으로 더 알아보게 되고요. 그렇게 미디어 눈도 어떤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창구가 되어 더 큰 호기심을 발동시키고, 더 생각해보게 하고, 더 찾아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면 정말 멋질 것 같아요. 물론 당장은 거대한 꿈이죠. 하나하나씩 더해가면 장기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하하)



박 : 마지막으로 미디어 눈 독자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김 : 제보 많이 해주세요! 이렇게 전할래요. (하하) 저는 독자들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요.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미디어 눈을 찾아오셨나요? 저희와 공감하시나요? 무슨 이야기를 해주시고 싶으신가요?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가요?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독자 취재를 가고 싶어요. 말하자면, 연예인과 팬이죠. 독자가 저희의 연예인, 저희는 독자의 팬. 기사를 쓸 때마다 댓글이나 공감, 좋아요를 기다릴 거예요. 그리고 누군가 ‘제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하고 제보하면 ‘가치 있는 당신의 목소리를 저희가 들어드립니다!’ 하고 찾아가고 싶어요. 그러니 많은 관심과 사랑과 피드백 부탁드려요!


뉴질랜드 교환학생 생활 중 떠난 여행에서.jpg 뉴질랜드 교환학생 시절 테카포 여행 중 (이제는 독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뒷모습 같기도 하다)


글·인터뷰 박연희 에디터 l 사진 제공 김하늘 에디터



조은총 에디터의 섭외 노트


“제가 줌바댄스 가르쳐 드릴까요?”


3년 전, UN 봉사단원 합숙 훈련소에서 하늘을 처음 만났다. 외부 외출이 금지된 합숙장에서 15명의 단원들이 한 달 동안 파견 훈련을 받는 중이었다. 하늘이 파견되는 우즈베키스탄, 내가 가는 몽골을 포함해 스리랑카, 라오스, 가나, 벨라루스 등으로 파견을 앞둔 우리는 설렘과 두려움을 끈끈한 동기애로 버텼다. 하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 우리가 괴로웠던 것은 주말에도 금지된 외출 규정이었다. 답답함으로 힘들어하던 그때, 하늘이 등장했다.


“제가 줌바댄스 가르쳐 드릴까요? 저 뉴질랜드에서 줌바댄스 배웠거든요.”

그렇게 시작한 줌바댄스 레슨 덕분에 한 달의 합숙에 흥을 더해 무사히 마쳤고, 파견을 다녀왔다. 돌아와서는 청년들의 UN 도전기를 글로 써보자는 제안에 흔쾌히 응답해 30부작 UN 희망원정대를 온라인 매체에서 함께 연재하기도 했다.


미디어 눈에 새로운 동력을 고민했을 때 하늘이 가진 에너지가 떠올랐다. 하늘이라면 긍정적 에너지를 뿜뿜 뿜어내며 ‘하늘’이란 이름처럼 어두운 사회를 쨍쨍 빛낼 것 같다. 대학교를 창의전형으로 입학했다는 창의적 청년. 언론과 사회 갈등 해결에 새로운 접근법을 찾는 미디어 눈에서 하늘이 찾을 창의적인 해결책과 사회에 나눌 긍정적 에너지를 기대해본다!


UNV사진 첨부용.png UNV 합숙 당시 찍은 사진 (사진 속 후드티의 뒷면도 김하늘 에디터의 워드클라우드 디자인이었다)

"미디어 눈 사람들"은 미디어 눈을 만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연재다. 대안 미디어의 필요성을 느낀 청년들, NGO, 국제기구,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며 풀리지 않는 사회문제를 답답해하던 청년들. 미디어 눈을 시작하기까지의 경험들에 뉴스의 가치를 실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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